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글을 쓰거나 디자인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게 있죠. 바로 레퍼런스예요. 돌멩이레터 45호 | 이케아
당신이 궁금해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글을 쓰거나 디자인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게 있죠. 바로 레퍼런스예요. 참고자료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레퍼런스란 단어를 보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기웃거리는 누군가의 고민 가득한 뒷모습이 괜히 떠올라요. 레퍼런스가 답은 아니지만, 거기서부터 ‘그럼 나는 어떻게 하지’란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 소개할 브랜드는 이 레퍼런스 개념을 잘 활용한 브랜드, 이케아(IKEA)입니다. 이케아는 레퍼런스 공간, 즉 쇼룸을 통해 고객에게 다양한 영감을 주기로 유명하죠. 그리고 그렇게 좋은 참고자료를 드리기 위해 물결님의 집과 생활을 아주 궁금해하기도 해요. 고객을 향한 애정어린 관심은 공간뿐 아니라 고객과 만나는 모든 곳에 고스란히 드러나는데요. 항상 물결님에게 ‘뭐해? 어떻게 지내? 오늘 하루 어땠어?’ 묻는 듯한 인상을 주는 기분 좋은 브랜드, 이케아 이야기를 오늘 들려드릴게요.
- 초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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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사람에게 더 좋은 생활을
이케아는 ‘더 많은 사람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듭니다’라는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어요. 이 문장을 곱씹어 보면 이케아의 비전은 가구나 인테리어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걸 금방 느낄 수 있답니다. 원자재를 공급하는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것부터 고객이 집에서 지속 가능한 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 모두 모두 이케아가 세상에 바람직한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이 되는 거죠. 이케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키워드 ‘합리적인 가격’도 이 비전으로부터 출발해요. 단순히 비즈니스 차원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이케아의 긍정적인 영향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에요. 우수한 디자인과 기능은 물론이고 이런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은 이케아에 있어 꼭 성취해야 할 경영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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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DIY(Do it yourself), 즉 고객이 직접 가구를 조립하도록 하는 방식은 이케아가 낮은 가격에 좋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예요. 이케아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 참고로 IKEA는 창업자 이름과 그가 살았던 농장(Elmtaryd)과 마을(Agunnaryd)에서 따온 이니셜이에요.)는 어린 시절 돌밭으로 이뤄진 척박한 땅, 스몰란드에서 자랐어요. 스몰란드 거주민은 최소한의 땅과 수단으로 생활해야 했기 때문에 검소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캄프라드에게도 익숙했던 이런 정신은 나아가 이케아의 지향점이 되었습니다. 언뜻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직접 조립하는 제품은 다행히 고객에게 인기가 있었어요. 일종의 성취감을 주기도 했고, 조립 과정에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적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사용자들끼리 이런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재미도 있었거든요.
이케아 입장에선 DIY 덕분에 운송 및 보관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었어요. 제품을 분해해 판매하게 되면서 모든 부품을 눕혀 최대한 납작하게 포장하는 ‘플랫팩(flat pack)’ 방식을 도입했던 건데요. 제품을 납작하게 포장하면 공기가 차지하는 불필요한 부피를 줄이고, 적재율을 높일 수 있어요. 이렇게 절감한 운송비와 보관비는 다시 낮은 가격으로 고객에게 돌려주고요. 플랫팩 제품은 이케아를 방문하는 고객경험에도 큰 영향을 끼쳤어요. 제품을 보관하는 데 많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 창고형 매장을 운영할 수 있었던 거죠. 덕분에 이케아에 가면 판매직원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어요. 쇼룸에서 자유롭게 제품을 체험하고 창고에서 제품을 직접 수령하면 되니까요. 플랫팩 하나로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과 편안한 쇼핑 환경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제공한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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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그 외에도 각종 비용을 줄이려는 이케아의 노력은 끝이 없어요. 400km 이내의 출장은 비행기를 탈 수 없고, 아무리 고위 임원이라 해도 이코노미석을 타야 하죠. 게다가 이케아 직원들은 이면지를 쓰는 것이 생활화 되어 있을 정도하고 해요. 낭비는 고객에게 죄악이라는 마음으로 기업운영 전반에 걸쳐 절약정신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설명서에도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담겨있어요. 이케아의 제품 조립 설명서는 아무런 텍스트 없이 그림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요, 덕분에 국가별 설명서를 따로 제작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건 덤 아닌 덤이고요.
물결님, 물건 살 때 가격비교 많이 하나요? 저는 가끔 최저가보다 조금 더 값이 나가는 곳에서 물건을 사곤 해요.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을 보면 왜 그 가격이 가능한지 납득되지도 않고 괜히 찝찝하더라고요. 이케아의 ‘낮은 가격’에는 이유가 있어요. 품질을 포기하는 대신 부단한 노력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 만든 가격이니까요. 이케아가 스스로 ‘아무 의미 없는 가격이 아닌 낮은 가격(Low price but not at any price)’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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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맑눈광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맑은 눈의 광인의 줄임말로 초롱초롱한 눈빛에 묘한 광기가 느껴지는 사람이나 상태를 뜻한대요. 이케아를 보면 이 ‘맑눈광’이란 단어가 절로 떠올라요. 유쾌하고 온화한 이케아의 목소리 뒤에는 항상 ‘집’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진심이 담겨있거든요. 이케아는 세상에 관심이 많아요. 한 사람 한 사람, 어떻게 하루를 살고 집에선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각자의 생활을 항상 궁금해하죠.
이런 관심은 매년 발행하고 있는 ‘집에서의 생활(Life at Home)’이라는 리포트만 봐도 느낄 수 있어요. 이케아는 매해 전 세계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집에서의 생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나은 일상을 위해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질문해요. 여기서 얻은 답을 자료로 만들고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고요. 지난 2022년엔 무려 37개국 37,405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글로벌 리포트와 그중 1,005명의 한국인 응답결과를 바탕으로 한 코리아 리포트를 발행했어요. 물결님도 궁금하다면 한 번 살펴보세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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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카탈로그에서도 집과 사람에 대한 이케아의 진심을 엿볼 수 있어요. 1950년 첫 연간 홈퍼니싱 카탈로그를 스웨덴에서 출간한 이후 2021년까지 카탈로그는 이케아의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자 이케아 정신의 집약체 역할을 했어요. 한때 마케팅 비용의 2/3를 카탈로그 출판에 썼을 정도로요. 지금은 인쇄본으로 출간하지 않고 디지털 카탈로그로 전환되었지만, 여전히 이케아에 관한 많은 것이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단적으로 표지만 봐도 이케아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관심사를 넓혀왔는지 알 수 있어요. 처음엔 가구나 단품 사진을 표지로 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거실과 방 같은 공간을 다루고, 언제부턴간 사람이 적극적으로 등장해요. 작은 가구 브랜드에서 시작한 이케아가 이제는 공간과 사람의 상호작용, 라이프 스타일 전체를 아우른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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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이케아는 이케아를 통해 물결님의 일상이 ‘실제로’ 더 나아지길 원해요. 기꺼이 물결님의 삶에 좋은 영감을 주는 레퍼런스가 되길 바랍니다. 이것이 이케아 오프라인 매장에 쇼룸이 빠질 수 없는 이유에요. 동네 마트 가듯이 필요한 것만 사서 오겠다는 마음으로 이케아에 가는 사람은 잘 없을 거예요. 보통 어느 정도 시간을 내고, 다양한 구경거리와 신나는 경험을 기대하며 방문하죠.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을 다 파악하진 못하더라도, 이케아는 최대한 고객이 꾸며진 공간에 공감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요. 새로운 지점을 열기 몇 달 전부터 근처 100여 개 가정을 방문해 그들의 주거환경에 대한 정량·정성 조사를 합니다. 그 결과 청소년 자녀 가정이 많은 고양점은 공부방을, 젊은 연령의 가족이 많은 기흥점은 수납공간을 강조했어요. 동부산점은 연령층이 다양했지만 특히 주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 주방 공간 쇼룸에 힘을 줬고요. 집에 진심 아닌 사람이라도 이케아 쇼룸에 들어서면 집에 관한 영감이 마구 떠오를 거예요. 그 공간 전체가 ‘어떤 집에서 살 것인가’라는 프로젝트의 거대한 레퍼런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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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이케아는 현재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400개가 훌쩍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기업이 큰 만큼 세일즈부터 푸드, 물류, 고객지원 등 직무도 사람도 다양할 텐데요, 이케아는 어떻게 고유한 정신을 잃지 않고 일관된 목소리로 전 세계에서 고객을 만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조직문화에 있다고 생각해요. 1970년대 급격한 성장을 거치며 이케아도 큰 성장통을 겪었어요. 많은 직원이 단기간 이케아에 합류했고, 이케아 정신이나 고유한 조직문화를 이해할 시간은 없었죠. 커뮤니케이션은 점점 느려졌고 비용은 증가하고 품질은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창립지인 엘름훌트에서 멀어질수록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누가 봐도 내부 성찰이 필요한 시기였어요.
그때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힘 80(Sterngth 80)’라는 프로젝트를 기업 전체에 제안했어요. 당시 약 4,300명의 직원과 4,300kg의 뇌가 모두 동원된 대형 프로젝트였는데요. 창고 직원부터 관리자, 요리사, 캐셔와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이 발언권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내도록 했어요. 덕분에 매월 램프와 주방용품, 가구 디스플레이나 물류, 계산 등 모든 문제를 두고 이상한 아이디어 대회가 열렸죠. ‘연기와 먼지 속에서의 18개월’이라고 부를 만큼 이 과정은 힘들었지만, 이케아는 곧 위기를 극복하고 이후 9개월 만에 유럽에 14개 매장을 여는 성과를 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북미 진출도 시작되었답니다.
“IKEA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수십 년간 많은 이들이 마음과 영혼을 다해 열정과 노력을 기울여 함께 일군 결과물이죠.” -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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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이렇듯 ‘함께하기(Tillsammans, 스웨덴어)’ 정신은 이케아 문화의 가장 중심에 있어요. 서로 신뢰하고, 같은 방향으로 끌어주며, 즐겁게 일할 때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겪었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포용’이란 가치도 잊지 않아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팀 내 다양성이 높을수록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이케아에서 일한다는 건 단순한 일자리 이상의 의미를 가져요. 일하는 시간을 버티기보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일터에서 누구나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이케아는 노력해요.
이런 조직문화는 자연스럽게 조직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줘요. 나아가 다양한 시선으로 고객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데도 큰 몫을 합니다. 오늘 레터 머리에서 얘기했던 이케아의 비전 기억하나요?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좋은 생활을’ 이케아는 진심으로 모두가 아름다운 집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믿어요. 돈이 많든 적든 모두가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요. 일터에서 자신이 존중받는 만큼 이케아 직원은 같은 마음으로 고객을 바라볼 수 있어요. 한 사람 한 사람 역할이 다르더라도 모두 누군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신나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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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특히 이렇게 거대한 조직을 움직이는 데 있어 정답을 찾긴 어려워요.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건 언제나 가능하죠. 이케아는 오늘 무엇을 하든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어요. 불가능할 것 같은 문제 앞에서 함께 힘을 모아 해결책을 찾는 것이 오늘날의 이케아를 만들었으니까요.
2월 23일 목요일,
돌멩이레터 46호가 발행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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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mment ✏️
오늘 레터의 추천곡은 '알려줘 너의 오늘'이란 가사로 시작해요. 이케아를 어떤 시선으로 소개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딱 떠오른 노래랍니다. 기업의 윤리를 이야기하는 일은 늘 어려운 것 같아요. 사람이 그렇듯 기업도 결코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제가 미처 찾아보지 못한 부정적인 이슈가 있을 수도 있고 '이 브랜드는 혹은 이 기업은 명백하게 이런 곳입니다' 딱 잘라 말하기가 애매하거든요. 그럼에도 언제든 잘못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실제로 잘못이 발생하면 빠르게 인정하며 더 나은 모습을 향해 노력하는 브랜드는 언제나 응원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런 노력은 사람과 세상을 향한 진심어린 호기심과 관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고요. 오늘 레터를 쓰며 원래도 좋아했던 브랜드인 이케아를 저는 조금 더 깊이 좋아하게 됐어요. 물결님은 어떠셨나요?
🪨 오늘 돌멩이를 던진 이는 에디터 초록입니다.
공간과 텍스트를 좋아하고 이 둘의 힘을 믿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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