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여행의 사전적 정의에요. 궁금해요. 물결님은 돌멩이레터 44호 | 에어로케이
본질을 묻다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여행의 사전적 정의에요. 궁금해요. 물결님은 여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어릴 때부터 여행에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던 저는, 처음 멀리 여행을 갈 때만 하더라도 여행이 떠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떠날 때의 설렘. 그 자체라고 생각했죠. 물론 그 설렘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이제는, 여행은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고 짐을 찾고 출발했던 공항을 다시 밟았을 때. 비로소 여행 했다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제게 여행은 돌아오는 것이에요.
오늘 소개해드릴 브랜드도 자신만의 정의를 가지고 있어요. 비행과 항공을 업으로 삼고 있는 '에어로케이(Aero-K)'에요. '공중으로 날아가거나 날아다님'이라는 뜻을 지닌 비행을, 에어로케이는 무엇이라고 정의했는지 이야기해드릴게요. 물결님, 같이 출발해요!
- 초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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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에 하늘을 난
에어로케이는 충북 청주국제공항에 거점을 둔 항공사예요. 2015년 12월 회사 설립 후, 2021년 4월에서야 첫 비행을 시작할 수 있었죠. 청주와 제주를 잇는 비행이었어요. 하늘길이 막혔던 해에 시작하여, 첫 달에는 탑승률이 16.1%에 불과했지만 2022년 95.1%까지 탑승률이 증가했어요. (2022.2월 기준) 무리하지 않고, 비교적 수요가 확실한 노선 하나를 잘 운영해온 덕에 팬데믹 시기를 무사히 지나왔죠. 에어로케이는 올해 비행기 개체수를 1호기에서 6호까지 늘릴 계획이에요. 청주와 제주를 잇는 1개의 국내선 노선에서, 4월에는 일본 오사카를 잇는 국제선도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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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케이
안전과 직결되며 기본 자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항공업은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에요. 그만큼 변화하기도 어렵죠. 에어로케이의 강병호 대표는 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때 부터 다양한 나라에서 생활했어요. 고등학교는 미국에서 나왔는데요, 항공고등학교였어요. 자가용 비행기 면허를 취득했을 정도로 비행기에 관심이 많았죠. 대학 졸업 후에는 한국으로 돌아와 여러 기업의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며 경영에 대한 감각을 키워왔어요. 물결님, 에어로케이(Aero-K)를 거꾸로 읽으면 코리아(Korea)가 돼요. 강병호 대표의 한국의 장점은 외부에 보여주고, 외부의 장점은 들여와 결합하겠다는 다짐을 볼 수 있는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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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케이
샛노랑과 네이비. 어딘가 모르게 발랄해 보이면서 고집 있어 보이는 에어로케이는 본질을 ‘일’에 둬요. 비행기 하면 여행과 설렘 등 다양한 단어가 떠오르지만 항공업의 본질은 '안전' 있어요.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하는 게 여객 항공사의 일이죠. 에어로케이는 '안전'이라는 본질에서 시작됐어요. 이 관점으로 본다면 항공사를 둘러싼 꽤 많은 것들이 바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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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케이
구현 1. 유니폼 에어로케이가 안전을 위해 바꾼 첫 번째는 유니폼이에요. 에어로케이는 첫 취항 전 브랜드 필름 하나를 공개했는데요, 에어로케이의 유니폼이 담긴 영상이었어요. 정비 승무원, 여객 승무원, 운항 승무원을 위한 유니폼이었죠. 패션지 보그와 함께 한 이 영상에서는 우리가 늘 보던 블라우스와 치마, 구두가 아닌 남색의 바지와 상의로 구성된 유니폼을 볼 수 있어요. 조금 독특하죠. 에어로케이는 유니폼 제작에 앞서 '승무원에게는 어떤 유니폼이 필요하지?'라고 물었어요. 그 답으로 업의 본질을 제시했죠. 안전을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옷. 에어로케이가 찾은 답은 활동성과 편의성이 뛰어난 바지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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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케이
승무원을 위한 운동화도 만들었어요. 눈에 익은 솔 모양의 이 운동화는 브랜드 마더그라운드와 함께 만들었어요. 일명 <safety first> 다소 보수적인 업계로 통하는 항공업에서 이러한 접근이 가능했던 건, 에어로케이의 마케팅팀 모두가 항공업계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한몫했어요. 상대적으로 고정 관념이 적었죠. 그리곤 밀어붙였어요. '이렇게 하는 게 왜 문제가 돼?' 일명 왜 안돼? 정신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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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 2. 채용 왜 안돼? 정신이 투영된 또 하나는 채용이에요. 물결님 위 사진을 봐주세요. 뭔가 긴급해 보이고 전투적인 것 같지 않나요. 2021년 에어로케이 신입 객실 승무원 채용 캠페인이에요. 늘 정갈하고 친절한 승무원의 서비스를 받으며 우리는 한 편으로, 늘 저들은 저래야 해라고 생각하기도 하기도 해요. 특정 이미지에 직업을 가두기도 하죠. 에어로케이는 얘기하고 싶었다고 해요. 친절함 역시 승무원의 의무 중 하나이지만 그 기반에는 승객의 안전을 향한 책임감이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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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케이
"에어로케이의 객실 승무원은 비행의 꽃이 아니며 그 모든 부드럽고 친절한 서비스는 ‘안전’이라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강인함과 책임감 그리고 사명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음을 이번 채용 캠페인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에어로케이(에어로케이 인스타그램, 2021)
에어로케이의 채용은 학력과 외모, 나이에 따른 제한이 없어요. 사진 제출도 필요치 않죠. 국내 항공사로서는 처음으로 승무원의 타투를 허용했고, 업무에 지장을 주지만 않는다면 안경도 허용된다는 점도 눈에 띄었어요. 결정의 기준을 다르게 두자 다른 결과물들이 나오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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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케이
지역과 연계한 에어로케이를 보며 느낀 것 중 하나는 소통을, 똑똑하게 잘한다는 것이에요. 외부와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따라 브랜드의 이미지가 달라지기도 하잖아요. 에어로케이가 그랬어요. 에어로케이에서 발견한 소통의 전략 중 한가지는 지역을 활용했다는 것이에요. 사실 공항만 놓고 봤을 때, 청주국제공항은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국제공항을 따라가기는 어려워요. 공항의 규모나 취항 노선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죠. 에어로케이는 아예 지역성을 살린 콘텐츠를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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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케이
Aero-K meets라는 콘텐츠를 통해 청주에 사는 지역민을 소개해요. 유제품 카페와 숍을 운영하는 남매, 전통 술을 만드는 양조장 이야기를 전하고, 57년째 활과 화살을 만드는 무형문화재 궁시장을 만나 한 가지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를 묻기도 했죠. 청주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인 비엔날레와 협업 하기도했어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취소되긴 했지만, 비엔날레 참가 작가와 작품을 만들어보는 워크숍도 기획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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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서 케일 농사를 짓는 농부, 제주에서 당근 농사를 짓는 농부와도 함께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별거 아닌 콘텐츠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항공사의 거점지역과 취항지라는 점을 놓고 보면 꽤 다르게 보여요. 댓글로 당근과 케일을 마구 흔들어 달라고 하는 소소한 커뮤니케이션도 돋보이고요. 그 결과 거점 지역인 청주 지역주민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어요. 지방 공항을 활성화 하고자 하는 정부의 방향과도 맞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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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케이
표가 아닌 여정을 파는 에어로케이의 운영 기조는 "기존의 관례를 깨는 창의적인 접근과 진취적인 사고를 통해 소비자들의 여정에 숨겨진 편익들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기업 운영과 서비스에 반영합니다" 에요. 그래서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뿐 아니라, 비행을 둘러싼 여정 전체를 중점으로 서비스를 기획합니다. 왜 그런 적 있지 않나요. 제주로 여행 갈 때 괜히 가사에 제주가 나오는 노래를 듣고 싶다거나, 관련된 책을 읽고 싶다거나 할 때요. 에어로케이는 이러한 점을 파고들었어요. 그날의 날씨나 계절, 휴가철 등 시즌별 이슈와 어울리는 음악을 선별해 비행기 이착륙 시에 틀어줘요. 이러한 작은 서비스는 에어로케이와 함께하는 경험의 밀도를 증폭시켜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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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케이
작년 11월에는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와 협업하여 작사가 김이나의 에세이 [보통의 언어들]을 기내 좌석에 배치했어요. 말과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도서, 김이나가 작곡한 음악은 기내의 플레이리스트로, 김이나의 음성은 기내 방송으로 에어로케이와의 여정 곳곳에서 만날 수 있죠. 2021년에는 가수 선우정아와 협업하여 기내에서 깜짝 라이브도 선보였어요. 이러한 프로그램의 바탕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기내 취식 금지 등 다양한 것들이 제약 받자, 승객에게 다른 즐거움을 줄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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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케이의 브랜딩 레터에서 모두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에어로케이는 최근 3년 사이 정말 많은 활동을 해왔어요. 항공사의 기본인 안전과 관련한 업무는 물론, 직원들을 인터뷰하고 고객에게 Q&A를 받아 답변해주기도 하고요. 에어로케이 커머스를 오픈하고 전용 서체도 개발하여 배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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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메틱 브랜드 라카, 섹슈얼 프로덕트 브랜드 바른생각, 패브릭 브랜드 키티버니포니와 협업도 했죠. 코로나19로 이용객이 줄었을 때는 할인된 비행기표를 파는 것 대신, 청주와 제주를 한 달 동안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프리패스권을 만들었어요. 제주에서 생활을 꾸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요. 가족의 달을 맞이하여서는 한부모 가족,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게 비행기표를 1개 더 제공하는 이벤트까지. 외에도 많은 활동이 있는데요. 이를 보다 보면 하나의 맥락이 읽히더라고요. 그 바탕에는 에어로케이가 얘기하고 싶은 '비행과 항공업에 대한 창의적인 접근'이 깔려 있었어요. 채용 캠페인과, 유니폼, 젠더리스를 표방하는 라카와의 협업이 이를 보여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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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케이
에어로케이는 비행과 항공업에 대한 창의적인 접근을 '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으로 정의했어요. 코리아(Korea)를 뒤집은 에어로케이(Aero-K). 그들의 창의적인 접근이 또 어떤 것들을 보여줄지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2월 16일 목요일,
돌멩이레터 45호가 발행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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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mment ✏️
본질과 결과를 얘기 하니 영화 올드보이의 대사가 떠올라요. 극 중 유지태가 이런 대사를 해요.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 없잖아' 한창 제 앞에 놓인 문제들을 너무 어렵게 해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무렵 발견한 문장이라 뇌리에 박혔죠. 요즘에도 같은 상황에 부딪히면 이 대사를 생각해요. '다른 접근은 없을까? 진짜 문제가 이게 맞나?' 하면서요. 사실, 이렇게 고민해도 여전히 답을 찾는 건 어려워요. 그렇지만 이전보다 더 적합한 해결책을 만들어 냈을 때, 더 빠르게 문제를 해결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꼭 이전과는 다른 질문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때 조금 성장했다고 느껴요. 물결님은 어때요. 오늘 했던 질문 중 다르게 해보고 싶은 질문이 있나요?
🪨 오늘 돌멩이를 던진 이는 에디터 초이입니다.
사람과 브랜드를 좋아해요. 매력적인 브랜드 뒤에는 늘 매력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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