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야무지지 못한 저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 시중에 파는 상자를 자주 이용했어요. 준비한 선물에 돌멩이레터 41호 | 가위
존경과 친근, 애정을 선사해요
손이 야무지지 못한 저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 시중에 파는 상자를 자주 이용했어요. 준비한 선물에 제 마음을 제대로 담아 보낼 수 있도록 선물의 크기와 적당히 맞고, 들고 가기 편한 상자를 골랐죠. 그 상자가 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온전히 전달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저와 같은 물결님이 있다면 오늘 레터가 조금 더 반가울 것 같아요. 오늘의 돌멩이는 물결님에게 '선물'이라는 행위의 기쁨을 알려줄 문구 브랜드 '가위(kawi)'예요.
가위(kawi)를 처음 접했을 때 독특했어요. '선물을 하고 싶은 날 생각나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선물 자체가 아니라, 선물을 포장하기 위한 것들을 다루는 곳이라는 점이 중요해요. 포장. 이 브랜드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 궁금한 마음에 가위(kawi)의 문을 두드렸어요. 커다란 유리창이 있는 사무실에서 해가 질 때까지 나눈 이야기, 전해드려요.
- 초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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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표정을 보기 위해 시작한
가위(kawi)는 이제 막 2년 차를 맞이한 브랜드예요. 부지런히 그 시간을 달려온 가위(kawi)는 30개의 패턴을 만들고 패턴 포장지, 리본, 카드, 봉투, 가위까지 선물을 할 때 필요한 모든 것들을 다루고 있어요. 편집숍 오브젝트, WxDxH, 호텔 아난티 부산의 복합문화공간 이터널저니 등에서 여러분을 만나기도 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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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가위(kawi)의 시작은 영국에서였어요.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6, 7년간을 일하고 물류 회사의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던 가위(kawi)의 이진현 디자이너는 영국으로 떠났어요. 이진현 디자이너는 그곳에서 자신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죠. 영국은 비가 오거나 비가 올 것 같은 날씨가 꽤 오래, 자주 지속되거든요. 타국에서의 외로움도 조금씩 생겨나던 무렵, 그때마다 눈에 들어오던 풍경이 하나 있었어요. 영국의 어느 서점, 샵을 가도 엽서나 포장지 같은 선물을 포장할 수 있는 재료들이 있는 거예요. 여기 사람들은 이렇게 선물을 많이 하나? 라는 생각과 함께,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재료들을 고르는 모습과 자신의 외로움이 겹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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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한국에 돌아왔고, 마침 현재 가위(kawi)의 대표이자 전 직장에서 함께 일한 전무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재밌는 건 지금의 가위(kawi) 대표인 하재환 전무님도 '포장'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해왔다는 거예요. 업의 특성상 거래처에 선물을 할 일이 많았는데 회사 로고 하나만 다른, 모두 같은 상자에 같은 선물을 하는 것이 늘 아쉬웠다고 해요. 이렇게 '선물'과 '포장'의 교차점에서 가위(kawi)가 시작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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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없는 날이라도
가위(kawi)의 대표 제품은 다채로운 컬러가 입혀진 패턴 포장지에요. 처음부터 포장지를 패턴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처음, 포장지를 구상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정했어요. 먼저, 질리지 말아야 할 것. 또 하나는 중성적이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여성의 이미지, 남성을 위한 브랜드처럼 이미 존재하는 상이 떠오르는 것을 피했죠. 그렇게 찾은 시작점이 패턴이에요. 실제로 몇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제외하고는, 가위(kawi)의 패턴은 실재하지 않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보자마자 별, 하트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느낌이 어떻다는 형용사가 떠올라요. 가위(kawi)는, 고객들이 가위(kawi)의 패턴을 보고 '이건 이런 기분이 들어, 저건 그 사람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를 떠올리기를 원해요. 패턴이 무엇을 형상화하고 있는지, 그 해석은 보는 이들이 하기를 바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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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적 무늬와 도형, 면면들이 나름의 규칙을 이룬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선율이 느껴져요.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움직이는 느낌이 들죠. 그래서 가위(kawi)의 패턴지는 선물을 포장할 때 말고도 우리 근처 곳곳에 놓여요. 허전한 방 벽에 포스터로, 쓰다 남은 자투리 패턴지는 다이어리에 꾸미기용으로, 가위가 포장되어 왔던 상자는 수납용으로 말이죠. 이렇게 가위(kawi)가 만들어낸 제품은 한 번 쓰이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일부가 돼요. 그리곤 평소처럼 그 공간에서 생활하다가 잠시 고개를 들었을 때, '아, 저게 있었지'라며 소소한 발견을 하는 것이죠. 이것이 가위(kawi)가 물결님께 주고자 하는 일상의 즐거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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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kawi)는 누군가의 선물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해요. 가위(kawi)의 모든 패턴지에는 가장자리에 1cm의 선이 그려져 있는데요. 선물을 포장할 때 이 선이 선물 가운데 오게 하면 리본을 두른 듯한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요. 선물 가장자리에 위치하게 하면 깔끔하게 포장을 마무리할 수도 있어요. 포장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장치를 마련해둔 것이죠. 또 특유의 촉감이 느껴지는 종이를 활용해, 선물을 포장했을 때 상자의 직선적인 느낌보다는 둥그런 느낌을 주도록 했어요. 포장을 어려워하는 사람을 위해 무료로 선물 포장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어요. 이진현 디자이너는 이 수업을 위해 여러 포장 수업을 듣고, 공부도 했다고 해요. 가위(kawi)가 워크숍을 무료로 하는 이유는, 포장이 익혀야 하는, 또 하나의 기술로 여겨지는 걸 경계하기 때문에요. '포장'은 어디까지나 기술이 아닌,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하게 되는 경험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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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포장
가위(kawi)의 제품 포장도 선물처럼 하고 있어요. 가위(kawi)는 일반 가위에서 쪽가위, 가드닝 가위, 주방전용 가위 등 다양한 가위도 판매하고 있는데요. 고객이 제품을 받아 드는 순간, 가위라는 도구보다는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들기를 바라요. 실크스크린이 인쇄된 가위 상자는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우리의 그래픽을 포장지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 전할 수 있는가에서 나온 해답이죠. 제품마다 각각 다른 패턴을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입혀, 선물로서의 가위를 받아보는 순간을 선사해요. 식물을 자르는 가드닝 가위는 주황색과 녹색의 꽃 모양 그래픽을 입혀 생동감을, 주방에서 쓰는 가위는 빨강과 연두색의 조합으로 신선함을 전달하는 식이죠. 실크스크린의 쨍한 색감을 구현하기 위해, 일본에서 직접 구매한 잉크로 실크 스크린을 입히고 있어요. 더 세세한 경험도 디자인 합니다. 가위는 대부분 손잡이 부분을 오므린 채로 판매하는데요, 가위(kawi)는 손잡이 부분을 열어서 포장해요. 가위가 도구로서 제 역할을 할 때의 모양을 보여주고 싶어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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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지를 다룰 때도 마찬가지예요. 제품의 상당수가 종이인 가위(kawi)는 배송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특히 종이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두고 고민했죠. '펴서 보내자, 그건 어렵다, 그러면 지관통은, 지관통은 너무 과하다. 지관통에서 꺼낼 때 종이가 찢어질 수도 있다.' 고민끝에 도달한 답은 자체제작이었어요. 가위(kawi)의 패턴지가 담긴 상자를 받으면 마치 꽃을 받는 느낌이 들어요. 가로형의 상자 양 끝에 지지대가 있고, 가운데는 둥그런 막대가 있죠. 마치 휴지 걸이 같은 형태예요. 여기에 패턴지가 구겨지지 않도록 포장용 종이와 함께 이 막대에 말아 배송해요. 깔끔하고도 종이가 구겨지지 않게 배송할 수 있는 방법이죠. 이 상자는 할일을 마치고도 계속 활용할 수 있어요. 관리하기 번거로운, 쓰고 남은 자투리 패턴지를 다시 말아서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죠.
또 패턴지를 받고 나서 말리지 않고, 빠르게 펴질 수 있도록 택배 포장은 보통 발송 당일이나 하루 전에 하고 있어요. 이러한 세세한 배려가 담긴 가위(kawi)의 포장은 한 번도 배송문제로 환불을 요청하거나 불만이 접수된 적이 없다고 해요. '선물'과 '포장'을 중심으로 하는 브랜드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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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한다는 것
선물 받았을 때 그런 경험 있지 않나요. 아, 이 정도 가격대의 브랜드 제품을 받았으니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요. 또 사실 생각해보면요. 포장 서비스가 아닌, 나를 위한 포장지에 쌓인 선물을 받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위해 포장을 하는 것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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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kawi)가 존재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에요. 잊고 있는 '선물이라는 행위'의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서죠. 선물을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제품을 고르고,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패턴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분홍색과 연두색의 조합을 좋아할지 연보라색과 회색이 조합을 좋아할지를 떠올려보고, 그렇게 고른 포장지를 자르고 붙이는 일련의 과정. 그리고 마음을 담은 짧은 편지까지. 그 과정에서 선물을 받을 사람의 표정을 그려보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비록 포장지는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일 수 있지만 그 시간만큼은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도, 나에게도 남을 거예요. 이진현 디자이너가 영국에서 봤던 누군가의 행복한 얼굴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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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mment ✏️
인터뷰가 끝나고 포장을 한 번 배워보시겠냐는 제안에, 작은 상자를 포장하는 방법을 배워봤어요. 인사말에서 밝혔듯, 저는 포장을 잘 못하는데요. 막상 배워보니 쉬운 거예요. 작은 몇 가지의 규칙들 예를 들어 칼을 사용해 종이를 깔끔하게 자르는 방법, 필요한 포장지 면적을 계산하는 방법, 옆면을 마무리할 때는 한쪽을 바닥에 대고 먼저 접어야 하는 것까지. 내가 이렇게 근사하게 포장을 할 수 있다니, 빨리 누구에게든 선물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가위(kawi)의 한 권의 노트도 선물 받았어요. 역시나 가위(kawi)의 패턴지로 싸였었는데요. 제품이 노트이다 보니 포장지를 편지 봉투처럼 만들어서 포장 해주셨더라고요. 포장지를 요리조리 뜯어본 건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문득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라색과 검은색이 섞인, 사각형이 반복되는 포장지를 보며, 메일과 전화로 몇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나에 대한 이미지는 어땠을까 하고요. 노트를 포장하셨을 그 순간을 자연스레 그려보는 저를 발견하고는 아, 선물은 제품이기 전에 관계라는 생각을 했어요. 선물의 뜻이 '존경과 친근과 애정을 선사합니다'라고 해요. 어떤가요. 물결님은 지금 머릿속에 누가 떠오르나요.
🪨 오늘 돌멩이를 던진 이는 에디터 초이입니다.
사람과 브랜드를 좋아해요. 매력적인 브랜드 뒤에는 늘 매력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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