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님을 보여주는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검은색 옷, 동그란 앞코를 지닌 신발, 메일 인사말에 쓰는 돌멩이레터 39호 | 키티버니포니
나만의, 오리지널리티
물결님을 보여주는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검은색 옷, 동그란 앞코를 지닌 신발, 메일 인사말에 쓰는 이모티콘. 무엇이든 반복하다 보면 패턴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잠에 드는 패턴, 일을 시작하기까지의 패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아내는 패턴. 핸드폰 잠금화면을 풀기 위해 그리는 패턴까지요. 그 스타일은 누군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다른 것과 구분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오늘 소개할 키티버니포니도 자신들만의 패턴, 즉 스타일을 지니고 있어요. 모두 다르지만,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키티버니포니의 제품은 몇 전 전 제품과 어제 산 제품을 함께 사용하여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죠. 그만큼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해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브랜드 전반에서 '정돈된, 따뜻한, 뚝심 있는' 인상을 받았어요. 물결님께 키티버니포니는 어떤 인상으로 느껴질지 궁금해요.
- 초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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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되기까지
키티버니포니는 독자적인 패턴 디자인을 개발해 패브릭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에요. 꾸준히 패턴 디자인을 만들어 현재 저작권이 등록된 패턴만 159종에 달해요. 이러한 패턴을 파우치, 커튼, 러그, 침구, 주방용품, 의류 등에 입혀 선보이고 있습니다. 주로 홈&리빙에 걸친 제품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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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버니포니
키티버니포니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친구가 가방에서 꺼낸 토끼(버니)들이 일렬로 들어선 파우치를 보았을 때 막연히 귀여운 브랜드라고만 생각했어요. 레터를 쓰는 지금은 조금 놀라워요. 인사말에서 밝혔듯, 그 이미지가 다르거든요. 더 베이직하고 차분한 인상이에요. 어느 새 16년 차가 된, 꽤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쌓아온 브랜드이기도 하죠. 2020년에는 그간 개발해온 패턴 디자인을 담은 패턴 북을 만들었어요. 별다른 표제 없이 책등에 '키티버니포니 패턴’이라고 쓰인 이 책은 브랜드 스토리, 패턴, 인터뷰, 인덱스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패턴 이미지와 함께 제작 동기, 디자인 콘셉트, 디자인 과정, 패브릭 생산의 어려움, 판매량 등 키티버니포니 10여 년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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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버니포니
키티버니포니의 시작은 2008년으로 돌아가요. 키티버니포니 김진진 대표는 대학 시절 광고 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인으로 석사를 지냈어요. 그 후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대구에서 1994년부터 자수 공장을 운영해오던 아버지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아요.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 보자는 연락이었죠. 그렇게 김진진 대표가 만든 3종의 동물 패턴, 3종의 동물 자수, 3종의 기하학 패턴을 입힌 쿠션 9종으로 키티버니포니를 시작했어요. 지금이야 패턴을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가 많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패턴은 디자인보다는 작품의 영역이었어요. 기껏해야 꽃무늬나 주름 정도가 패턴 디자인으로 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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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버니포니
시기가 맞았을까요. 심플하면서도 인상이 또렷한 북유럽 인테리어 디자인이 주목받으면서 키티버니포니도 함께 성장하였어요. 현재는 패브릭 제품을 만드는 키티버니포니와 원단을 중심으로 하는 KBP(kitty bunny pony) Fabric을 운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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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버니포니
심미성
키티버니포니의 디자인 원칙 중 하나는 '심미성'이에요. 보기에 아름다워야 하죠. 키티버니포니의 패턴 디자인은 크게 두 방향이에요. 시그니처인 토끼로 대표되는 동물이나 클로버, 버섯 등의 자연물 그리고 기하학 패턴. 모두 캐릭터와 바우하우스(Bauhaus) 디자인을 좋아하는 김진진 대표에게서 왔어요. 토끼라고 해서 마냥 유치하지도, 기하학 패턴이라고 해서 마냥 어렵지도 않아요. 아이도, 어른도 접근할 수 있으면서 때와 장소를 잘 가리지 않는 베이직함과 세련된 미감을 지니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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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버니포니
이러한 결과물 뒤에는 김진진 대표가 있어요. 김진진 대표는 키티버니포니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어요. 그만큼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늘 주변을 보고 자신의 취향을 관리해요. 그러다 작업해보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 바로 추진해보기도 하죠. 굵은 검정 선과 평면 도형 등이 돋보이는 멤피스 디자인에 빠져있을 때는 가구 브랜드 길종상가와 도형들을 만들기도 하고요. '반구'라는 조형을 중심으로 창작 활동을 하는 그레이트마이너와 워터볼을 만들기도 했어요.
실용성
그렇지만 유행을 좇지는 않아요. 오히려 키티버니포니를 운영하면서 생긴 직관을 믿죠. 그 덕에 키티버니포니의 패턴은 일관성을 지니고 시기에 영향받지 않아요. 단종되었던 제품이 다시 나오기도 하고, 몇 년 전 제품과 어제 산 제품을 함께 비치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16년 된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요. 오히려 키티버니포니다움이 살아난달까요. 이것이 키티버니포니의 두 번째 디자인 원칙 '실용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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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버니포니
"새 제품이 옛 제품과 잘 어우러졌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소품을 샀다고 이미 가지고 있는 걸 버리거나
창고에 처박아놓게 된다면, 그건 쓰레기를 생산하는 행위잖아요"
- 김진진 대표 (더콤마에이,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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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버니포니
한 편 또 다른 측면에서 실용성의 의미는 일상에 동떨어지지 않는 것이에요. 키티버니포니는 제품을 만드는 곳이니까요. 그냥 예쁜 것이 아니라, 명확한 쓰임이 있어야 하죠. 일상생활 제품이 주력 제품 라인이라는 것만 봐도 이를 느낄 수 있죠. 사무실 겸 쇼룸의 용도로 2015년에 오픈한 '메종 키티버니포니'도 이러한 맥락에서 지었어요. 메종(maison)은 프랑스어로 '집'이라는 뜻이에요. 말 그대로 키티버니포니의 제품을 집에 넣어둔 것이죠. 그 이유는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에게, 상품이 진열된 매장이 아니라 누군가의 집에 놓인 키티버니포니의 제품을 구경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위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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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버니포니
한 편 키티버니포니는 패브릭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시도하기도 해요. 사실 패브릭은 그 쓰임이나 소재에서 제약이 있는 편이에요. 자유롭지만 그만큼 틀이 잡혀있지 않기 때문에 형태를 만들어 내기가 어렵죠. 그래서 패턴을 다른 곳에 적용하기도 해요. 어린이를 대상으로 디자인과 교육을 제공하는 어린이 디자인 브랜드 장차(JANGCHA)와 패턴 색종이, 컬러링북, 종이접기 등 활동 북을 만들었어요.
꼭 패턴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지금은 사라졌지만, 메종 키티버니포니 맞은편에는 서점이 하나 있었어요. MKBC(Maison Kittybunnypony Book & Cafe)라 부르는 이곳은 디자인과 공예 서적만 큐레이션 했었죠. 현재는 2020년에 문을 연 원단가게 KPB Fabric이 들어와 있어요. 원단을 중심으로 실이나 골무 등 바느질 용품, 가위, 줄자, 단추 등을 판매하고 있어요. 직접 코스터, 네임택, 북커버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Make your own 키트도 마련되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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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버니포니
콜라보레이션
패턴은 간격이나 각도, 모양이 조금만 달라져도 아예 다른 모양이 돼요. 반복의 연속이기 때문에 전체를 본다면 그 인상이 매우 달라지죠. 그래서 패턴은 그 자체로 아이덴티티를 보여줘요. 이런 지점을 활용하여 키티버니포니는 다른 브랜드와 정말 많은 협업을 진행했는데요. 키티버니포니의 패턴을 활용하기도 하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입힌 패턴을 만들기도 해요. 인테리어 편집숍인 '루밍'의 로고 모티프를 활용한 패턴이나, 초콜릿 브랜드 '몰티져스'의 초코볼을 반복 배치해 달콤함을 전하는 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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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버니포니
사실, 이번 레터를 써 내야만 하는 마감 기한이 오기까지 '키티버니포니'라는 브랜드의 키워드를 찾지 못하고 있었어요. 보통은 고민을 계속하다 보면 브랜드와 대치할 만한 하나의 키워드가 떠오르는데요. 어쩐지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그간 틈틈이 조사한 내용, 그러다가 눈에 들어왔던 문장, 문득 떠올라 써둔 단어들을 보다가 발견했어요. 패턴 디자인을 하는 키티버니포니의 키워드는 지금까지 그들이 만들어온 패턴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요. 반복이 궤적을 남기고 그게 패턴이 되듯, 예쁘다고만 생각했던 키티버니포니의 수많은 패턴을 보며, 이게 얼마나 실체 있는 디자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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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mment ✏️
그런 때 있잖아요. 그동안 영 모르겠다가 어느 순간 '아..이건가 봐!' 싶은 나만이 아는 깨달음의 순간이요. 얼마 전 의정부 미술도서관을 다녀왔어요. 마침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고, 15분 후에 도슨트 해설이 있다고 해서 들었어요. 두 현대 미술가의 작품이었는데요. 늘 현대 미술이 무엇인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그냥 컬러와 선 이었던 것들이 다르게 느껴졌어요. 이번 레터를 쓰면서도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업으로 삼고 있진 않지만, 필연적으로 늘 함께하는 것이 디자인이에요. 결과물은 있지만 늘 그게 무엇인지 아리송했거든요. 키티버니포니를 보면서 그냥 그 자체가 실체라는, 저만의 깨달음을 얻어 괜히 신났답니다. 2023년을 시작한 지 벌써 일주일이 되어가고 있어요. 물결님에게도 올해, 그런 순간들이 많이 찾아오면 좋겠어요.
🪨 오늘 돌멩이를 던진 이는 에디터 초이입니다.
사람과 브랜드를 좋아해요. 매력적인 브랜드 뒤에는 늘 매력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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