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님 저는 요즘 지친 몸과 마음을 느슨히 내려놓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해요. 돌멩이레터 36호 | 아누
손끝에서 느껴지는 충만함
물결님 저는 요즘 지친 몸과 마음을 느슨히 내려놓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해요. 친구, 가족, 반려묘 등등… 여러 존재가 있지만 그중 가장 편안한 존재를 꼽으라면 아마 여섯 평 남짓한 저의 작은 생활 공간일 거예요. 매일 밤 다시 돌아가는 저의 방은 제가 어떤 모습의 하루를 보냈는지와 상관없이 늘 묵묵하게 저를 맞아줘요. 화려했든, 초라했든 이 공간에서만큼은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어요.
그래서일까요? 이 공간은 가만히 두고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자꾸만 손이 가는 그런 것들로 채워가고 싶고요. 취향이 가득 드러나는 소품으로 아늑하게 꾸미고 싶기도 해요. 적어도 이 공간만큼은 가장 나답고 편안해서 그 자체로 충만해지는 곳이 됐으면 하거든요. 물결님도 그런 경험 있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오늘 소개할 브랜드 '아누(a nu)'를 잘 살펴보세요. 분명 물결님의 공간에 사소하고도 의미 있는 변화를 선물해줄 거예요.
- 모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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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 | 걱정 없이 좋음
오늘 소개하는 브랜드 '아누(a nu)'의 이름 속에는 한자 '安(편안할 안)'과 '宇(집 우)'가 담겨있어요. 이름의 뜻 그대로 도자공예를 통해 도시 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전하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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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
아누는 같은 대학에서 만난 세 친구로부터 시작됐어요. 이들은 학부 생활을 함께하는 동안 자주 시간을 보내며 서로 잘 알고 지낸 가까운 사이였죠. 손에 잡히는 물성을 가진 자기를 만드는 도예과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펼쳐내는 산업디자인학과의 만남은 언제나 서로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기 충분했어요. 믿을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들과 함께 아누는 지금도 계속 걸어가고 있죠.
작업자의 책임
물결님 혹시 직접 도자기를 빚어보신 적 있으세요? 저는 최근에 한 공방에서 도예 체험을 하다 흙을 원하는 모양으로 빚기가 어려워 생각 이상으로 더 많은 재료를 쓰고 또 버린 기억이 있어요. 흙이 가득 묻은 손을 씻어내며 이대로 물을 따라 흘러가는 흙과 버려지는 재료들은 모두 어떻게 되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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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
도자기를 빚고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어요. 첫 번째는 폐슬러지라고 불리는 흙의 침전물이에요. 도예 작업을 할 때 흙이 물과 함께 쓸려 내려가 배수구를 막지 않도록 흙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쌓이는 찌꺼기로 냄새가 나고 처리 과정이 까다로워 다시 사용하기가 어렵죠. 두 번째는 흙을 성형할 때 쓰는 몰드의 재료인 석고고요. 세 번째는 가마에서 굽는 과정 중에 깨지거나 최종적으로 불량 처리되는 폐도자기에요. 이 쓰레기들은 모두 산업폐기물로 분류되어 그대로 흙 속에 매립되어 버려지고 있어요. 수천 년 전의 토기가 지금도 땅속에서 발견되듯, 태워도 타지 않고 묻어도 썩지 않죠.
아누를 이끄는 안용우 대표님은 도예과 학생 시절, 실력을 쌓기 위해 실험과 시도를 반복하던 그 공간에서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셀 수 없이 많은 양의 폐도자기를 목격해요. 한번 가마에 굽고 나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기에 신중을 가하자 다짐하던 날들이 반복되다, 도예 작업자로서 이 문제를 책임 있게 다뤄보자고 결심합니다.
" 완성되어 보여지는 도자기 뒤에는 많은 시도와 실패가 있어요.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양의 흙과 도자기가 썩지도 않는 상태로 버려진다는 건데,
왜 아무도 여기에 관심갖지 않는지 조금은 불만이기도 했어요.
결국 이 문제를 두고 친구들과 대화하다가 무언가 해보자는 결론이 났죠.”
- 아누 안용우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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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업사이클링⋅리사이클링 제품이 세상에 나오고 이를 구매하는 일이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요즘이지만, 아직 그렇지 않은 영역도 있어요. 당시 안용우 대표님의 눈에는 도자공예 시장이 그렇게 보였죠. 깨진 도자기를 다시 활용하는 것 자체도 흔치 않은 일일뿐더러 업사이클링되었다 해도 실생활에 밀접하게 닿는 물건으로 소비하기에는 디자인이나 활용도 면에서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적어도 자신이 만드는 제품만큼은 업사이클링 제품이기 때문에 구매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매력적인 첫인상을 가지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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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자체의 매력을 높여줄 독특한 디테일이나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선 정말 다양한 재료 연구와 실험이 필요했어요. 도자기를 빚는 일은 시작부터 끝까지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과정이 없고, 컨디션이 조금만 달라져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기에도 벅찬 일이었죠. 추후 더 다양한 제품군으로의 확장을 생각한다면 개인보다 브랜드로서 존재하는 것이 작품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이었어요.
게다가 어렵게 탄생하는 도자기는 아직까지 비싸고 낯설다는 인식 때문에 사람들에게 쉽게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했죠. 도자공예품이 사람들의 소비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고려되기 위해선 취향과 접근성을 모두 충족시켜 줄 중간 지대가 필요했어요. 안용우 대표님은 아누가 바로 그 역할을 하길 원해요. 일상 속에서 생활용품과 예술품 사이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아누를 독립된 하나의 인격을 가진 친근한 브랜드로 만들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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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삶들을 위해
도자공예품을 제품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자기 브랜드가 전통적인 요소에 집중하는 반면, 아누는 우리나라 인구의 반 이상이 수도권을 포함한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 집중해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딱딱한 일상에 다채로움이 되어 줄 사물이 무엇일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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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기, 코로나로 인해 생활 공간 꾸미기와 플랜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문득 어느 집에나 잘 어울릴 수 있는 화분을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생각하게 돼요. 도시 생활자들의 공간은 대부분 작고 협소한데 이 공간에 새로운 분위기를 더해 줄 사물로 화분만 한 게 없다고 생각했죠.
아누는 그렇게 도시 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간에 새로운 에너지를 더해 줌과 더불어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낼 제품을 만들기 위해 본격적으로 실험을 시작해요. 도예 작업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들을 사용 가능한 재생 점토로 만드는 것부터, 이를 가장 안정적으로 흙과 배합시킬 수 있는 비율을 찾는 것까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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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서 경험하는 자유로움
동시에 지난 9월까지 약 1년 동안 사람들이 도예를 더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도록 원하는 사물을 흙으로 자유롭게 재현해보는 '도자기 핸드빌딩 클래스'도 열어요. 클래스는 물결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사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 사물의 쓸모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며 시작돼요. 중요한 건 내 손이 가장 자주 가는 사물이 어떤 모습일지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음을 믿는 거예요. 이후 실제로 그 사물을 손으로 빚어보고 다듬은 후 유약을 입히기까지 전문가와 섬세하게 의견을 나누며 하나의 도자기를 탄생시켜 나가요.
클래스는 최소 4주 이상 참여하도록 구성됐어요. 흙을 직접 만져보며 그 물성을 이해하고 손에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아누는 사람들이 긴 호흡을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해 이를 손에 잡히는 사물로 직접 빚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상상을 실제로 구현해나가는 그 긴 과정이 있어야만 사물에 분명한 애정을 갖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거든요. 아누가 제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여기에 있어요. 자꾸만 손이 간다는 건, 자꾸만 마음이 간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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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아누의 것
아누의 첫 제품은 브랜드 결성 약 7개월 후에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소개되었어요. 많은 브랜드에서 제품을 완성함과 동시에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였죠. 그 시간 동안 도자기와 식물을 이해하는 인사이트 트립을 통해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며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과 조건, 화분과 토분의 차이 등 필요한 모든 것들을 확인해나갔어요. 이때 아누의 열정을 가까이서 본 분들은 시간이 지나 아누의 실제 거래처가 되기도, 콜라보의 파트너가 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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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빚어낸 Plant Bowl
그렇게 7개월의 시간을 거쳐 탄생한 아누의 첫 번째 제품은 바로 'Plant bowl'이에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에 선인장이나 다육식물 그리고 작은 관엽식물을 품고 있기도 하죠. 1,280도의 뜨거운 가마에서 구워낸 고화도 화분으로 일반 토분보다 훨씬 단단하고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춰낸 점이 특징이에요.
물결님 이 작은 화분 속에 얼마나 많은 아누의 고민이 담겼는지 알면 분명 깜짝 놀라실 거예요. 이 친구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지금부터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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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감이 그대로 살아난 테두리 | 프레스 기법
먼저 아누의 플랜트 보울은 국내 도예 시장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프레스 성형 기법을 활용했어요. 낮은 습도를 가진 흙의 안과 밖에 몰드를 두고 압력을 가해서 화분 모양으로 꾹 눌러 짜내는 방식이죠. 보통 이 몰드로 사용되는 재료가 석고인데 쉽게 깨지는 성질이 있어 조심해야 해요. 또 흙은 기본적으로 물을 지니고 있어서 건조가 일어나면 수축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몰드와 압착되어 잘 떨어지지 않기도 해요. 여러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잘 활용되지 않는 기법이지만 아누는 포기하지 않고 자체적인 탈형 기술을 개발해냅니다.
또 기계에 흙을 살짝 모자라게 넣음으로써 화분의 끝이 튿어지도록 해서 흙 고유의 재질적인 특성이 드러나도록 아누만의 디테일도 살려냈어요. 그 덕에 흙과 입자가 갖는 러프한 텍스처가 날 것 그대로 느껴지죠. 플랜트 보울은 딱딱하고 정적으로 마무리된 다른 화분들 사이에서 생동감을 주며 존재감을 뽐내요. 좀 튿어진 모양이면 어때요, 오히려 흙다워서 더 매력적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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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무늬와 컬러 | 재생 점토
또 각각의 제품이 모두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무늬를 가졌다는 점도 특별해요. 물레에서 도자기를 빚으면 원심력에 의해서 수평 방향으로 동일한 마블링이 생겨나죠. 반면 서로 대비되는 컬러의 베이스 점토와 재생 점토가 조합되어 눌려 올라오는 프레스 기법에서는 모두가 서로 다른 무늬를 갖게 됩니다. 아마 물결님도 이 무늬들 사이에서 괜히 귀여운 표정이나 패턴을 발견하면 화분이 한층 더 특별하게 느껴질 거예요.
또 이 재생 점토는 앞서 설명했던 도예 작업 폐기물 중 흙 슬러지를 환원해서 만들어 낸 재료예요. 버려졌던 재료를 살려서 제품의 포인트로 조합하다니, 그 사실만으로 더욱더 사랑스럽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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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의 일치 | 최적을 찾는 끊임없는 실험
앞서 언급한 프레스 기법, 재생 점토와 흙의 조합 등 기존 도예 공예품에서는 잘 만나볼 수 없었던 새로움을 아누에서 발견할 수 있는 배경에는 아누의 끈질긴 실험 정신이 있어요. 어떤 흙은 가마의 열에 의해 쉽게 갈라지고 또 어떤 흙은 더 많이 수축하는데요. 이런 서로 다른 흙의 특성을 이해하고 보완해 가장 매력적이고 안정적인 조합을 찾아내요. 그러기 위해 다양한 배합 실험을 거듭하죠.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들어진 아누의 레시피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온전한 아누의 것이기에,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힘을 가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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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님 혹시 어떤 사물을 눈으로 봤을 때와 직접 손으로 쥐었을 때의 인상이 판이해서 실망하거나, 반대로 그 인상이 일치해서 감동한 경험 있으신가요? 눈으로 봤을 때 느껴지는 감각이 손으로도 고스란히 전해지면 왜인지 모를 쾌감이 느껴져요. 이 인상의 일치감을 주기 위해 아누는 만들기 쉬운 토분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흙 배합을 개발해 구워내는 화분을 선택했어요. 그 덕에 화분을 빚어낸 제작자의 의도가 고스란히 전달됨으로써 손에 쥐었을 때 단단하고 묵직한 감각을 경험할 수 있죠.
아누가 1년 가까이 하나의 제품 라인만으로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모든 시행착오를 직접 겪으며 계속해서 진화해나가는 진정성이 사람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이에요. 아누만이 주는 충만함으로 두 손과 나의 공간이 가득 채워지는 경험, 물결님도 궁금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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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는 도예 공예의 제작자로서 책임을 보다 넓은 차원으로 확장해나가고 있어요. 아누의 철학을 공감하는 이들과 협업하는 일이라면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죠. 언젠가 아누의 제품이 버려지는 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자연에서 시작했기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온전히 집중하고 있어요.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그 건강한 선순환에 함께할 수 있도록 점점 더 에너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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𝗮 𝗻𝘂 𝘀𝗲𝗹𝗲𝗰𝘁 | 양구 모래 토분
'a nu select'프로젝트는 공예가의 열정과 지역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다양한 공예품을 소개하는 프로젝트에요. 첫 제품은 양구 모래 토분이었어요. 사실 이 제품은 아누가 직접 개발한 것이 아니라, 안용우 대표님이 학부생일 때 학과 대학원생들이 모여서 만들었던 토분이었어요. 여러 상황으로 인해 쌓인 재고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양구백자연구소와 아누가 함께 다시 소개해보고자 뭉친 프로젝트죠. 아누는 강원도 양구의 수입천에 있는 굵고 거친 모래의 질감과 오랜 시간 풍화를 거치며 생겨난 균열이 주는 매력을 살려 소개함으로써 버려질 뻔한 막대한 양의 토분에게 좋은 반려인을 찾아줄 수 있었어요.
양구를 첫 시작으로 앞으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날씨, 문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공예품을 바로 이 프로젝트로 소개해나갈 거예요. 또 어떤 새로움과 즐거움으로 우리의 공간을 물들여나갈지 벌써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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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 Away> Physis x a nu
아누는 이번 돌멩이레터가 준비한 '걱정 소각 키트 <Blow away>' 프로젝트에 함께해준 고마운 파트너예요. 걱정을 소각하는 과정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고화도 도자기 트레이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역할을 맡았어요. 갈라진 모양도 세세한 무늬도 다 다른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트레이를 만들기 위해 이번에도 아누는 다양한 실험에 앞장서 주었죠. 그 결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단함과 동시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색감과 형태를 가진 트레이를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아누는 돌멩이레터가 브랜드를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에 매력을 느꼈다고 해요. 그뿐만 아니라 돌멩이팀이 제안한 트레이가 분명한 용도와 쓸모를 가진 사물임에 흥미를 느껴 선뜻 함께 하기로 했죠.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아누와 돌멩이팀 모두 정말 많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어요. 물결님의 손에 이 트레이가 쥐어졌을 때의 만족스러운 경험을 위해 우리의 고민과 노력은 계속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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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cycling Project | re-porcelain
지난 8월, 아누는 버려지는 폐도자기를 모아 본연의 가치를 되찾아 주는 're-porcelain'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어요. 도자기는 ‘가마’라는 예측 불가능한 환경을 거치면서 미세한 금이 가거나 유약이 너무 많이 녹는 등의 문제로 쉬이 버려지곤 해요. 그렇게 버려진 도자기 파품들은 이미 포화 상태인 매립지의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고요.
아누는 이렇게 버려지는 도자기들을 모아 안정적인 재료로 탈바꿈해 다시 새로운 도자기로 빚어내는 '닫힌 순환 고리'를 만들고자 해요. 그래서 알맹상점과의 협업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폐도자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알린 데 이어, 이번엔 도예 전공생들을 대상으로 폐도자기의 새로운 쓰임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나가고 있어요. 재료화가 가능한 폐도자기를 여러 대학의 도예 전공과 협력해 수거하고 이를 잘게 분쇄한 후 다른 흙과 배합해 환원시키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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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과 학생들의 참여로 탄생된 아누의 신제품들은 지난 12월 1-4일 동안 진행된 <2022 서울 홈테이블데코페어>에서 최초로 공개되었어요. 새로운 형태의 화분뿐만 아니라 테이블 웨어 중 하나인 '머그잔'이 함께 소개되었죠. 식기는 매우 얇게 제작되어야 하는 기술적인 문제를 보완하고 버려진 도자기를 식기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혹시 모를 거부감을 예상해 조심스럽고 긴 호흡으로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어요. 곧 홈페이지 리뉴얼과 함께 정식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물결님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아누의 걸음을 지켜봐 주세요.
쓰임을 잃은 무언가가 다시 쓰임을 되찾는 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요? 제가 만약 부서져 그 쓸모를 잃은 도자기라면 언젠가 다시 그 쓰임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선명해질수록, 망가짐과 부서짐을 기꺼이 받아낼 것 같아요. 마침내 본래 담아내던 무언가를 다시 담아내는 순간의 충만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겠죠. 희망의 자세로 버려지는 도자기를 바라보고, 우리의 일상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고자 하는 아누의 모든 시도를 응원해요. 그리고 다시 생각해요. 지금 저는 어떤 삶을 빚고 있고, 그 안에 무엇을 담아가고 있는지 말이에요.
"물결님은 삶을 무엇으로 채우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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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소각 키트 'Blow away'의 더 많은 이야기는 텀블벅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12월 12일까지 사전 오픈 기간을 가집니다. 이 기간 동안 '알림 신청'을 해주시면 12월 13일 펀딩이 정식으로 오픈되었을 때 알림을 보내드립니다. 물결님도 걱정을 후– 날려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 지금 바로 알림 신청을 해주세요. 선착순 특전도 있으니 놓치지 마시고요.
한 가지 더, 12월 13일에 깜짝 레터를 통해 펀딩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알려드릴게요. 물결님의 Blow away 후원 소식을 저희에게 귀띔할 수 있도록 이날 보내드리는 레터에 우편함을 준비해 둘게요. 물결님만을 위해 준비한 귀여운 돌멩이 일러스트 엽서 3종 절대 놓치지 마세요! 그럼 우리 13일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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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 목요일,
돌멩이레터 37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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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mment ✏️
물결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마지막으로 인사드렸던 날에는 낙엽이 들고 있었는데.. 벌써 눈이 내린다니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는 말을 이제야 알겠어요. 요즘 물결님의 일상은 어때요?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잠도 잘 자고, 끼니도 잘 챙기고, 마음에 와닿는 음악도 충분히 듣고, 또 친구들을 만나 웃고 떠들기도 하면서 그렇게 잘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요. 바쁜 매일을 보내다보면 종종 일상이 와르르 무너질 때가 있어요. 예전에 저는 그 무너짐 속에서 나라는 사람도 함께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요즘은 좀 달라요. 온갖 일이 일어나도 나는 다시 평온한 나의 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이제 알아요. 극과 극, 그 사이를 아무리 오가더라도 무너지지 않는 중심이 있으면 결국은 평정을 찾기 마련이더라고요. 그러니까 물결님, 마음껏 흔들리자고요. 마침내 중심을 찾는 그 순간이 분명히 올 거예요. 오랜만에 물결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니까 참 좋아요. 우리 멀지 않게 또 만나요!
🪨 오늘 돌멩이를 던진 이는 에디터 모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건강한 마음에 새기는 좋은 이야기로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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