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브랜드, 우리만의 경험

돌멩이레터를 발행하며 가장 많이 느낀 건 결국 브랜드는 사람이라는 거였어요.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물건과 시스템, 서비스가 사람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그 뒤에 있는 사람을 떠올리기는 힘들죠. 반대로도 마찬가지예요. 고객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브랜드는 페르소나를 설정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을 조사해보기도 하지만, 제품 너머에 실재하는 고객을 하나하나 이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는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에서 끝나요. 좋은 브랜드일수록 그 시작과 끝의 경계가 흐릿하고 나중에는 동그랗게 이어지는 모양을 갖게 됩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을 담아 만들면 또 어떤 '사람'이 자신만의 맥락 속에서 그걸 경험하고, 그 경험은 다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로 돌아가요. 단순히 제품만 놓고 보면 서로 떠올리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무수한 경험이 채워주는 셈이죠.

돌멩이레터도 물결님과의 사이를 다양한 경험으로 더 촘촘히 채우고 싶었어요. '커다란 호수에 좋은 브랜드를 던져 물결을 만들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그 물결을 더 멀리 보내보자!' 이 마음에서 시작했던 돌멩이레터는 글을 넘어, 이제 물결님 일상 속 친근한 사물로도 다가가 보려고 합니다. 우리만의 브랜드, 우리만의 경험이 물결님과 만나 어떤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낼지 기대하면서요.

걱정을 없앨 수 있을까

피시스(Physis)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자연 자체나 자연의 힘을 뜻해요. 인간이 태어나 자라고 다시 죽음으로 돌아가는 큰 의미에서의 자연도 포함합니다. 조금 어려운 단어 같지만 '법과 관습'을 제외한 모든 걸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돌멩이레터는 여기에 '꾸미지 않은 본연의 상태, 가장 솔직한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는 의미를 더했어요. 자연이라는 이 커다란 섭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우리가 살아가며 시도할 수 있는 것들, 더 나은 방향으로 자연스러울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제안하고 싶었어요. 

걱정이 사라지길 염원하는 마음, 어떤 믿음 같은 것도 언제나 누구나 갖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있는 그대로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물결님 스스로 내면을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이런 과정 끝에 돌멩이레터의 PB 브랜드 '피시스(Physis)'의 첫 번째 제품 '블로우 어웨이(Blow away)'가 탄생했어요. 

손으로 만져보고 발로 뛰어가며

돌이켜 보면 돌멩이레터가 다뤘던 대부분의 브랜드는 실제로 물건을 만드는 곳이었어요. 브랜드 개념이 확장되면서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공간·플랫폼까지도 아우르게 되었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체감하는 물건의 힘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희끼리는 레터 하나를 쓸 때마다 브랜드 하나를 삼킨 것 같다고 얘기하는데요. 그만큼 그들의 노고를 부지런히 따라 걷고 이해하기 위해 애를 썼다는 소리예요. 하지만 이미 난 발자국을 따라 걷는 것과 직접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어요.

제품을 만들려니 결정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니었죠. 우선 인센스 페이퍼를 만들기로 했으니 어떤 종이에 어떤 향을 입힐 지부터 종이에 글씨를 쓰는 느낌은 어때야 하는지, 종이 크기는 어느 정도로 해야 글씨를 쓰기에 적당하면서 태울 때 연기가 너무 많이 나지는 않는지, 인쇄를 먼저 해야 할지 향을 먼저 입혀야 할지… 인센스 페이퍼 하나만 놓고도 회의가 끝나지 않았어요. 구성품으로 들어갈 연필과 성냥, 집게, 인센스 트레이와 그 트레이를 보관할 파우치 하나하나마다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무한 회의가 이어졌습니다.

책상 위에서 뿐만아니라, 돌멩이레터 그래픽 작업을 맡아오던 디자이너 미솜님의 발품도 시작되었어요. 패키지 업체와 성냥 업체, 인센스 공방을 돌며 사장님들과 협상하고 샘플을 만들었답니다. 특히 인센스 페이퍼를 태울 트레이를 위해 정말 많은 공을 들였어요. 유리 트레이, 대리석 조각, 타일, 틴케이스, 불연성 패브릭 코스터… 트레이가 될 수 있는 온갖 소재들이 회의실 한편에 쌓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저희가 전하고 싶은 '자연스러움'이 잘 드러나는 제품을 찾기는 어려웠어요. 결국 직접 손으로 만들어 볼 요량으로 찰흙까지 주문하려던 찰나 도자기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 화분을 만드는 브랜드 '아누'를 알게 되었어요. 돌멩이팀 모두 단번에 '이거다!' 싶었죠. 내구성과 내열성이 좋은 고화도 도자기 소재이면서 동시에 자연의 흙 느낌을 그대로 살린 트레이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해 바로 '아누'와 협업하게 되었습니다. 

걱정이 많은 우리에게 'Blow away'

다사다난한 넉 달이 지나, 물결님에게 걱정 소각 키트 'Blow away'를 드디어 소개해요. 때론 눈에 보이지 않아 더 어려운 것들이 있죠. 떨쳐지지 않고 실체도 모르겠는 생각,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점점 커지는 걱정. Blow away는 물결님이 그런 걱정을 안고 있을 때 가만히 물결님 마음에 손을 넣어볼 수 있게 해요. 걱정을 꺼내 손으로 하나씩 적어 내려가는 거죠.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아는 것만으로도 많은 게 정리될 테니까요. 

Blow away는 걱정을 해결하는 게 목적은 아니에요. 그보단 손으로 꾹꾹 눌러 쓴 걱정을 태우며 물결님의 모든 감각을 환기시킬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사각사각 연필 소리를 귀로 듣고, 불규칙한 모양으로 타들어가는 인센스 페이퍼와 연기를 눈으로 보고, 공간을 채우는 향을 코로 맡아요. 인센스 페이퍼가 다 타면 까끌까끌한 트레이의 감촉을 느끼며 재를 정리하고요. 이 일련의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걱정을 적었던 종이는 사라지고 무거웠던 물결님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길 바라요. 

돌멩이레터는 '철학, 진정성, 탁월함, 용기, 끈기'를 가진 브랜드를 소개해요. 이번 PB 브랜드를 만들며 돌멩이레터는 이 기준에 부합하는 브랜드인지 되돌아보았습니다. 크게 길을 벗어난 것 같진 않지만, 아직 더 경험해야 할 것도 인내해야 할 것도 많은 것 같아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오랜 시간 PB 브랜드를 준비하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돌멩이팀 모두 용기와 끈기를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는 거예요. 특별히 고생 많았던 디자이너 미솜님과 그런 미솜님을 잘 따라주었던 팀원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물결님에게도 이 기쁨과 뿌듯함이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텀블벅 미리보기 👀🔎

걱정 소각 키트 'Blow away'의 더 많은 이야기는 텀블벅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오늘부터 약 2주간 사전 오픈 기간을 가집니다. 이 기간 동안 ‘알림 신청'을 해주시면 12월 15일 펀딩이 정식으로 오픈되었을 때 알림을 보내드립니다. 물결님도 걱정을 후– 날려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 지금 바로 알림 신청을 해주세요. 선착순 특전도 있으니 놓치지 마시고요.

한 가지 더, 물결님들을 포함해 많은 분과 함께하기 위해 만든 제품이지만 그 시작엔 언제나 돌멩이레터의 물결님이 있다는 걸 저희는 잊지 않고 있어요. 혹시 정식 오픈 이후 Blow away를 후원하셨다면 저희에게 귀띔해주세요. 오직 물결님들에게만 귀여운 돌멩이 일러스트가 그려진 엽서 3종을 함께 보내드릴게요. 구체적인 귀띔 방법은 펀딩 오픈 이후 레터를 통해 안내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