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님, 요즘 하찮은 걸 보면 그렇게 귀여워요. 얼마 전엔 아무렇게나 늘어진 고양이 일러스트가 너무 귀여
물결님, 요즘 하찮은 걸 보면 그렇게 귀여워요. 얼마 전엔 아무렇게나 늘어진 고양이 일러스트가 너무 귀여워 한참이나 바라보았어요. '하찮다'의 사전적 정의는 '그다지 훌륭하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다'예요. 본딧말은 '하치않다'인데요, 여기서 '하다'는 옛날에 크고 많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대요.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지만, 하고 많은- 할 때 그 '하'예요. 그러니 하치않다는 건 크지도 많지도 않은, 대수롭지 않다는 뜻이 되는 거죠.
어원을 찾다 보면 의문이 풀릴 때가 많아요. 물결님도 하찮은 것들이 왜 이리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지 않나요? 크고 무거운 담론, 풀어도 풀어도 여전히 많은 문제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찮은' 존재는 잠시 숨 쉴 구멍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하찮다'를 이렇게 다시 정의하고 싶습니다. 하찮다: 대체로 작고 그 개수나 많거나 빈도가 높지 않아 소중하다.
- 초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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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얼굴
오늘 물결님께 소개해드릴 브랜드는 롱-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뚜까따(tukata)'예요. 뚜까따는 대수롭지 않은 것들에 표정을 그려 넣어, 누구든 그 얼굴을 보고 미소 짓게 만들어요. 물결님은 혹시 주변 사물에서 사람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나요? 저는 이상하게 자동차 뒷모습을 보면 꼭 사람 얼굴 같아요. 제 눈엔 어떤 차는 올망올망한 표정을, 어떤 차는 용맹한 표정을 하고 달리는 것처럼 보이죠. 뚜까따의 정하영 공동 대표님도 마찬가지였어요. 정하영 대표님에게 고추는 모자를 쓰고 있는 것처럼, 새송이버섯은 화가의 베레모를 쓰고 있는 것처럼, 파는 머리를 풀어 헤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대요. 그렇게 고추에, 버섯에, 파에 표정을 그려 넣으며 뚜까따가 시작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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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까따
뚜까따의 제품을 살펴보면 왜인지 모두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질 텐데요, 바로 특유의 표정(:-0) 때문이에요. 단순한 형태일지라도, 뚜까따의 이 시그니처 표정이 더해지면 뚜까따만의 아이텐티티가 만들어진답니다. 뚜까따는 예쁨이나 잘생김을 지향하지 않아요. 물결님에게 뚜까따가 선보이는 제품이 괜히 있어 보이거나 거추장스럽게 느껴지지 않길 바라죠.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물결님과 나란히 걷고 바람을 함께 맞이하는 자세를 추구해요. 이런 뚜까따의 철학을 함축적으로 담은 요소가 :-0 이 시그니처 표정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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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까따
브랜드의 시그니처 요소인 이 표정에 뚜까따는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어요. 그저 물결님의 감정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길, 함께 지내며 물결님만의 이야기를 덧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그래서인지 언뜻 보면 벙찐 것 같기도 하고, 놀라거나 억울한 것 같기도 한 이 표정은 어떤 표정이라고 특징짓기 어려워요. 하지만 분명 물결님을 웃게 만들었을 거예요. 빠르고 각박하게 돌아가는 하루 중 잠시라도 물결님이 미소 짓게 만드는 것, 그게 뚜까따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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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까따
시작은 인형이었어요. 공식적으로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 핸드메이드 페어와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참여해 뚜까따의 첫 제품 라인인 '뚜까따 팜(tukata farm)'을 선보였어요.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채소와 과일이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자라나고 우리에게 어떤 이로움을 주는지 등 자세한 이야기가 잘 알려지지 않은 존재들을 주로 골랐어요. 이어서 2019년엔 '트레디셔널(traditional)'라인을, 2020년엔 '블루(blue)'라인을 차례로 내놓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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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까따
뚜까따 트레디셔널 라인은 우리나라의 '십장생'이 모티브예요. 이 라인을 통해 전통과 공예가 고루하고 접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고 해요. 18세기 후반 십장생도에 표현된 산, 소나무, 학, 구름의 형태와 적, 백, 흑, 청 등 요소별 색채를 참고해 해학적이고 모던한 제품을 만들었어요. 전통적 특징을 잃지 않으면서 현대의 라이프 스타일에 어울릴 수 있도록요.
뚜까따 블루라인은 '코로나 블루'를 정면으로 다뤘어요. 우울감을 뜻하기도 하는 블루(blue)를 청량한 바다의 블루로 과감히 틀었죠. 보기만 해도 활기차고 신선한 느낌을 주는 쨍한 파란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홍합이나 성게 같은 수산물 캐릭터를 디자인했어요. 제품 라인도 문구류나 발 매트, 타올 등 혼자서도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준비했고요.
“ 특히 외면받는 부분이나 부정적인 현상을 마주하게 되면 이를 긍정적이고 새로운 관점으로 전환할 수 없을지 늘 고민합니다. 그러다 보니 채소, 전통문화, 코로나 블루라는 전혀 다른 일상의 주제를 다루게 된 것 같아요.”
- 이효진, 정하영 공동대표 (스타트업투데이,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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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까따
올해 5월엔 오래 고립되었던 상황을 지나온 우리에게 '온실(onsil)'라인을 선물처럼 공개했어요.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온도와 습도가 맞춰진 온실이 그렇듯 얼어붙어 있던 마음을 잘 조절하고 다룰 수 있길 바라면서요. 온실 라인의 시그니처 컬러인 포레스트 그린을 중심으로 양말이나 블랜딩 티 세트, 가드닝 용품, 스머지 스틱 등 전보다 훨씬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였어요.
뚜까따는 태국어로 '인형'이란 뜻이에요. 10여 년 전 태국 보육원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아이들에게 인형을 나눠준 적 있는데, 그때 아이들이 '뚜까따! 뚜까따!'하며 행복해하던 모습이 뚜까따를 만들게 된 계기거든요. 하지만 눈치채셨나요? 뚜까따에게 '뚜까따'는 더 이상 인형만을 뜻하는 단어가 아니에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존재에 뚜까따만의 재해석을 더한 모든 것'이 뚜까따가 될 수 있어요. 원물을 추출·농축해 정 형태로 만든 '팜 푸드'부터 직접 건강한 한 끼를 요리해 볼 수 있는 '레시피 북'까지, 물결님에게 소중함과 즐거움을 전할 수 있다면 뚜까따는 식품이나 출판으로의 도전도 망설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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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까따
일상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쫓아 홀로 씩씩하게 나아갈 것 같은 뚜까따는 사실 많은 존재와 함께하고 있어요.
먼저 뚜까따는 사람과 함께합니다. 쿠션이나 인형 제품 하나하나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것을 브랜드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 뚜까따 인형이 유독 친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죠. 제품을 공장에서도 샘플링해 보고, 손으로도 제작해 보면 의외로 공장에서 만든 인형이 정교하지 못할 때가 많아요. 뚜까따 특유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이 잘 드러나지 않기도 하고요. 제조업에 종사하며 공장이란 옵션을 제외하고 브랜드를 운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뚜까따는 끝까지 사람의 노동으로 돌아가는 브랜드가 되길 바라요.
또, 뚜까따가 잊지 않고 함께하는 존재가 있어요. 바로 자연입니다. 초기부터 지금까지 불필요한 포장재와 재사용이 어려운 소재는 지양하고 있어요. 인형이나 패브릭 제품은 재사용이 가능한 그물망, 보자기 등에 담겨 물결님에게 보내지고, 2차 단상자 포장 대신 제품 설명서를 크게 출력해 포장지로 활용하죠. 모두 브랜드의 중심이자 슬로건으로도 내세우고 있는 '롱-라이프스타일'을 누구보다 스스로 먼저 지켜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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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까따
최근 공공디자인페스티벌 2022에 참가하며 '자투리(jaturi)'라인을 깜짝 선보이기도 했어요. 지난 4년간 버리지 않고 모은 약 20kg의 자투리 원단을 재활용해 '싹(ssak)'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답니다. 재활용, 재사용 아니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걸 알지만, 현실적으로 실천하기엔 어려워요. 그래도 뚜까따는 이런 작은 실천을 포기하지 않아요. 자연과 함께하는 것만이 유일한 정답이라는 걸 잘 알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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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까따
마지막으로 '이웃'이라 불리는 이들과 뚜까따는 함께해요. 딱딱하게 표현하자면 '입점사, 파트너사, 협업사' 정도 될 텐데요. 뚜까따는 이들 모두를 이웃이라고 생각하고, 이들과 교감하고 시너지를 만드는 일에 진심이에요. 단순히 판매와 매출 목적으로 유통 판로를 확장하기보다 뚜까따를 좋아하는 파트너인지, 아이덴티티가 명확하고 서로 존중하며 성장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요.
다른 브랜드나 프로젝트와 협업도 정말 활발히 하고 있어요. 뚜까따의 식료품 라인과 이미 잘 어울리는 CJ <비비고>와의 협업부터 선뜻 조합이 잘 그려지지 않는 현대 <아이오닉>, 삼성 <비스포크>까지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하며 신선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비단 브랜드뿐 아니라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인 <타이포잔치 2021>나 문화역서울 284 기획전인 <레코드284-문화를 재생하다>의 공식 굿즈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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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까따
그 외에도 다 소개하지 못한 수많은 협업이 있어요. 매주 물결님께 브랜드를 소개하면서도 뚜까따는 좀 인상 깊을 만큼 협업 활동이 활발한 브랜드예요. 이 침투력은 대체 어디에서 올까 생각해보았는데요, 아마 답은 '귀여움'에 있지 않나 싶어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브랜드나 프로젝트에도 특유의 :-0 표정으로 스리슬쩍 스며드는 걸 보면 아무래도 뚜까따의 최대 장점은 '귀여움'이 맞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정하영, 이효진 공동대표님도 고객들로부터 귀엽다는 원초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너무 좋대요. 귀여운 건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고 경계 없이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왜인지 저는 이 귀여움 너머의 것들이 느껴져요. 대수롭지 않아 보여도 그런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고 따스히 바라본 시선 같은 것 말이에요. 뚜까따란 브랜드를 물결님에게 소개하며 '귀여워!' 이 일차원적인 순간의 외침 아래 뚜까따가 단단하게 매달아 놓은 추를 가만히 느낄 수 있었어요. 오늘 레터를 통해 물결님에게도 그 무게가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10월 27일 목요일,
돌멩이레터 35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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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mment ✏️
가끔 3인칭으로 일기를 씁니다. 제 하루를 저 밖에서 바라보고 기록하는 거예요. 어색할 것 같아도 막상 쓰다 보면 꽤 재밌어요. 아침부터 사람에 치이고 지하철 문에 끼이며 제가 느낀 감정은 불쾌, 짜증, 피곤 이런 것들이지만, 사람들 속 찌부된 제 모습을 멀리서 바라본다고 상상하면 뭐랄까… 조금 웃겨요. 삶의 애환이 한 스푼 들어간 시트콤 오프닝 같달까요. 한정원 시인의 산문집 『시와 산책』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결국 발목에 추를 달 줄도, 손목에 풍선을 달 줄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양극을 번갈아 오가는 게 아니라, 한 번에 두 겹의 감정을 포용하라는 것이다. 추를 달 때 풍선을 기억하고, 풍선을 달 때 추를 잊지 않기.' 어쩐지 무거워지는 일은 쉽고 가벼워지는 일은 늘 어려운 것 같아요. 세계를 이루는 너무도 중대한 일들에 고개 숙여 몰두하느라 가볍게 떠오르는 법을 자주 까먹습니다. 그럴 때 물결님만의 풍선이 있으면 해요. 헬륨 가득 넣은 커다란 풍선이 필요하냐고요? 아니요. 맹해 보이기도 하고 괜히 놀리고 싶기도 한 :-0 이 표정 하나에 피식 웃을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물결님, 자주 웃어요. 될 수 있으면 최대한 가볍게요.
🪨 오늘 돌멩이를 던진 이는 에디터 초록입니다.
초록을 좋아해요. 또 공간과 텍스트를 좋아하고 이 둘의 힘을 믿으며 살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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