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님, 쇼핑 좋아하세요? 사실 저는 소비를 즐기는 편은 아니에요. 최대한 짐 없이 살길 바라서 물건 하 돌멩이레터 26호 | 데스커
책상이라는 우주
물결님, 쇼핑 좋아하세요? 사실 저는 소비를 즐기는 편은 아니에요. 최대한 짐 없이 살길 바라서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정말 꼼꼼히 따져보고 사거든요. 오래 쓸 수 있는지, 질리지는 않을지, 사두고 자리만 차지하진 않을지, 보관하거나 옮기거나 버릴 때 번거롭지는 않을지… 이런 것들을 모두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사야하는 일은 저에게 늘 숙제처럼 미루고 싶은 일이에요. 특히 부피가 크고 가격대가 높을수록, 그리고 저에게 중요한 물건일수록 이 숙제는 난이도가 높아지는데요. 책상이 딱 그랬어요. 책상은 저에게 있어 집안 어느 가구보다 중요하고, 한 번 사면 오래 곁에 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저만의 공간이거든요. 간이 책상을 쓰며 고민만 몇 달 한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어떤 책상을 선택했냐고요?
바로 오늘 물결님께 소개해드릴 워크 앤 라이프스타일 가구 브랜드 '데스커(desker)' 책상을 골랐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제 앞에 있어요. 제가 긴 고민 끝에 데스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름 여러가지를 고려한 결과였지만, 오늘 레터를 준비하며 당시엔 미처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요. 오늘 그 이야기를 물결님께 찬찬히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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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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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에서 시작하다
데스커는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구 브랜드라고 스스로 소개해요. 지금은 훨씬 넓은 의미를 가지지만, 2016년 브랜드 론칭 당시 데스커가 말하는 '시작하는 사람들'은 정확하게 스타트업을 가리켰어요. 대기업을 위한 사무가구는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데 반해 스타트업을 위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구를 찾기란 쉽지 않았거든요. 저가의 가구들이 있긴 했지만 내구성이 좋지 않아 결국은 교체 및 수리 비용이 드는 등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스타트업에게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어요. 그런 스타트업을 위해 만들어진 브랜드가 바로 '데스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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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커
스타트업을 위한 가구라고 뭐 특별할 게 있나 싶을 수 있지만, 데스커의 시작에 '스타트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들이 분명히 있어요. 스타트업의 환경과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 게 지금의 데스커를 만든 거죠.
- 우선 당연하게도 합리적인 가격을 전제로 튼튼한 제품을 만들어야 했어요. 앞서 얘기했듯이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사무실 가구에 많은 돈을 투자할 만큼 자본이 여유롭지 않으니까요. 동시에 한 번 사면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내구성과 품질도 포기할 수 없었고요.
- 다른 하나는 실용성을 갖춘 세련된 디자인인데요. 물결님도 출발선에 서 본 적 있다면 잘 알 거예요. 처음이고 서툴다는 이유로 아무렇게나 시작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을요.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잘 갖추고 싶죠. 데스커는 스타트업의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어요. 그래서 먼저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또 어떤 점을 원하는지 세심하게 살폈어요. 덕분에 기능적이고 심미적으로도 뛰어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답니다.
- 마지막으로 적절한 제품 크기와 세분화된 제품군 또한 스타트업 특성을 고려했기에 가능했던 데스커만의 장점이에요. 불필요한 요소는 과감히 제거하고 기본에 충실함으로써 소규모 오피스에 두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구를 만든 거예요. 또 구성원 변화가 많은 스타트업 특성상 언제든지 조립하거나 분해, 확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구성을 만들고 제품도 세분화해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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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게 쪼갤수록 가능성은 커지니까
이런 데스커의 장점 중에서도 3번, 세분화 얘기를 더 해보려고 해요. 건축 개념 중 '모듈(module)'이란 개념이 있는데요, 쉽게 말하면 기능별로 나눠진 기본 단위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데스커는 이 모듈을 정말 잘 활용하는 브랜드예요.
데스커 제품을 살펴보면 가장 중심이 되는 책상부터 책장, 서랍, 스크린(가림판), 각종 용품까지 제품이 굉장히 다양하게 세분화되어 있어요. 조금만 들여다봐도 단순히 이것저것 팔아보려는 시도와는 결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모습을 바꿀 수 있고 어떤 경우에도 위화감이 들지 않도록 각 제품의 크기와 모양, 결합부 등 모두 섬세하게 설계되어 있어요. 이렇게 모듈화를 잘해놓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과 관리가 가능하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무한한 확장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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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커
앞서 데스커가 말하는 '시작하는 사람들'이 지금은 훨씬 넓은 의미를 가진다고 했던 것 기억하니사요? 시작은 스타트업이었지만, 데스커는 이제 개인 고객에게도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었어요. 말 그대로 시작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는 브랜드로 거듭난 거죠. 여기엔 합리적인 가격과 감도 높은 디자인도 한몫 했겠지만, 저는 데스커의 모듈 시스템이야말로 숨은 일등 공신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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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커
" 사실, 처음부터 공간 전체를 채우기 위해 구매를 했던 건 아니었어요.
처음 시작은 작은 '모니터 받침대'였죠. 그런데 제품이 구석구석 너무 좋은 거에요. 하나씩 데스커 제품을 늘려가다가 지금처럼 공간 전체를 채우게 되었어요. 데스커 제품이 모듈화가 잘 되어 있다는 점 때문인 것 같아요.
마치 공간을 하나의 언어로 채워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더라고요.”
- 데스커 고객 인터뷰 (DESKER x DESKERS, 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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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커
데스커는 물결님이 가구를 구매하기 전 이런 데스커의 모듈 시스템을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있도록 3D 공간데이터 플랫폼 '어반베이스'란 툴을 제공해요. 사용법이 직관적인 데다가 방 크기부터 문과 창문, 벽지까지 세세하게 설정할 수 있어 이리저리 만지다 보면 물결님을 꼭 닮은 공간과 가구가 만들어져 있을 거예요.
그리고 바로 그게 데스커가 하고 싶은 일이랍니다.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사용자를 닮은 가구를 만드는 일 말이에요. 데스커는 세상에 존재하는 사용자 수만큼 데스커의 모습도 다 다르길 바라요. 뭐든 크고 단일 상태일 때는 변수가 생기기 어려워요. 잘게 쪼갤수록 다양한 일이 일어나죠. 데스커가 열어둔 가능성의 틈으로 오직 물결님만을 닮은 가구가 만들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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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수명만큼이나 긴 관계 맺기
그런데 혹시 물결님, 가구 한 번 사면 얼마나 오래 쓰세요? 일단 저는 지금 이 책상을 3년째 쓰고 있어요. 튼튼하고 심지어 오염도 잘 되지 않는 소재라 앞으로 몇 년은 거뜬히 쓸 것 같아요. 물론 저는 좋지만, 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브랜드는 마음이 복잡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이 딜레마에서 데스커가 선택한 돌파구는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소비자와 장기적 관계를 형성하는 거예요. 긴 가구 수명만큼 길게 내다보고 물결님에게 다가가는 거죠. 작년부터는 '가능성 앞으로'라는 슬로건과 함께 다양한 챌린지와 참여형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영상 시리즈도 꾸준히 제작하고 있고요. 특히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시작과 성장 이야기를 담은 '아이엠데스커(I AM DESKER)' 시리즈는 강민경, 아이키, 콜드 등이 참여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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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커
이렇게 온라인으로 '데스커'는 이런 브랜드예요, 이런 메시지를 전해요’하며 물결님께 말을 걸어왔다면, 오프라인에서는 조금 더 과감히 물결님에게 손을 내밀어요. 같이 해보자고요. 직접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쇼룸도 운영하는데요. 그중 마포구 연남동 '디자인 스토어'는 작은 규모의 디자인 편집샵, 북클럽, 전시장도 겸하고 있어 정기적으로 신진 예술가들을 모집해 디자인 스토어 내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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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커
강원도 양양에서는 워케이션 캠페인 '워크 온 더 비치(WORK ON THE BEACH)' 캠페인을 열기도 해요. 워케이션(Workcation)은 말 그대로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근무 형태인데요, 사무실을 벗어나 색다른 곳에서 새로운 자극을 얻을 수 있도록 죽도 해변에 데스커 워케이션 테라스를 마련해 둔 거예요. 데스커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서핑보드 강습과 숙박 등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아이엠서퍼(I AM SURFER)' 프로그램도 함께 체험할 수 있고요.
스타트업이라는 초심도 잃지 않았어요. 데스커는 도전과 성장에 몸을 던진 스타트업을 찾아 업무환경을 개선해주는 '오피스 체인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답니다. 아마 물결님도 잘 알고 있을 뉴스레터 뉴닉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완전히 달라진 사무실을 경험했어요.
그 외에도 하나하나 소개할 수 없을만큼 데스커는 다양한 활동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단순히 괜찮은 디자인 가구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젊고 도전하는 브랜드, 시작하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브랜드로 물결님에게 다가가겠다는 데스커의 굳은 의지가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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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 앞으로
데스커는 이제 '도전하고 성장하는 사람들을 위한 워크 앤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확실히 해요. 그리고 이 정체성을 바탕으로 올해 3월 디지털 미디어 '디퍼(differ)'를 만들었어요. 데스커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도전하고 성장하는 사람들을 응원하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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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퍼
디퍼에서는 매월 10개의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데요. 일을 통해 성장하기를 바라는 사람, 자신의 가치관을 지켜나가는 사람, 자기 일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뤄요. 상업적인 내용은 완전히 제외했고요.
인상 깊었던 점은 콘텐츠와 함께 '툴킷(tool kit)'을 제공한다는 거예요. 이 툴킷은 일종의 셀프 인터뷰 같은 건데요, '나를 위한 일 찾기'나 '단점을 개성으로 치환하기' 같은 주제로 몇 가지 질문이 준비되어 있고 여기에 스스로 답하며 고민에 대한 물결님만의 가이드를 만들 수 있어요. 물결님 자신에게 몰입하고, 나아가 물결님만의 이야기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키트인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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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커
사실 브랜드가 타깃과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는 건 꽤 흔한 일이에요. 정체성이 흐려지기도 하고요. '스타트'에서 시작해 '시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도전하고 성장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기까지, 데스커가 그 영역을 확장하면서도 일관된 목소리를 가질 수 있었던 건 맨 처음 누군가의 '시작'을 응원하겠다는 마음을 잃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요.
데스커(DESKER)는 책상 ‘DESK’에 그 이상을 뜻하는 '-ER'을 붙여 만든 이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데스커의 근원은 언제까지나 책상이며, 책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요.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 '책상'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되네요. 지금 물결님의 책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모습은 제각각이겠지만 물결님과 물결님 앞에 놓인 한 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이 품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저도 응원해 봅니다. 그리고 물결님만 허락한다면 그 가능성의 여정에 데스커도 기꺼이 함께할 거예요.
돌멩이레터는 2주간 여름 방학을 떠나요.
9월 1일 목요일,
돌멩이레터 27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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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제 인생에서 제가 가장 오래 머무른 공간은 다름 아닌 책상일 거예요. 삼면이 꽉 막힌 독서실 책상, 뭐든 굴러떨어지기 일쑤인 조그만 학교 책상, 풀옵션 원룸에 지내며 원치 않았지만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책상, 건축 모형을 만들었던 작업 책상… 그리고 드디어 온전히 제 선택으로 갖게 된 지금 이 책상까지. 늘 너무 오래 앉아있었던 탓에 허리디스크를 얻었지만 그래도 저는 책상이 정말 좋아요. 오늘 레터를 쓰며 이 '좋음'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는데요. 생각해 보니 책상 앞에 앉은 저는 어딘가 온전한 느낌이에요. 원하는 모든 걸 시작할 수 있고 또 마칠 수 있는 곳, 꼭 우주처럼 무한하고 자유로운 곳이 바로 책상이라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물결님에게 책상은 어떤 존재인가요? 어떤 모습으로 물결님과 함께하고 있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지는 밤이에요. 혹시 저와 물결님들에게 물결님의 책상을 보여주고 싶다면 돌멩이레터(@dol.letter)를 태그해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공유해주세요. 부끄럽지만 마감 직전의 제 책상을 먼저 두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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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돌멩이를 던진 이는 에디터 초록입니다.
공간과 텍스트를 좋아해요. 그리고 이 둘의 힘을 믿으며 살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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