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브랜드를 만나며 브랜드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봐요. 우리는 결국 누군가가 만들어낸 돌멩이레터 25호 | 체레미 마카
부정 당하지 않는 세상
여러 브랜드를 만나며 브랜드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봐요. 우리는 결국 누군가가 만들어낸 무언가로 위로 받고 이해받아요. 누군가의 말, 누군가의 그림, 누군가의 음악, 누군가의 티셔츠. 또 콜린스의 인센스, 추사의 브랜디, 카메라타의 공간, 프렐류드의 노트가 그러하죠.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만 만나다가 꼭 이해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아마도 그런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오늘 소개할 돌멩이도 꼭 그런 존재입니다. '모두 그대로'라는 뜻을 지닌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 '체레미 마카(CHEREMI MAKA)'에요. 우리 일상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체레미 마카의 이야기. 돌멩이팀이 직접 듣고 왔어요.
💭 돌멩이레터는 지금 물결님을 비롯한 물결님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어요. 만족도 조사는 다음주(8/11)까지 열려있는데요. 아직 참여하지 않았다면 레터 마지막 이미지를 클릭해 물결님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물결님이라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선물도 있으니 놓치지 마시고요!
- 초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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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레미 마카
체레미 마카(CHEREMI MAKA)는 2015년 '이브콘돔(EVE CONDOM)'에서 시작되었어요. 섹슈얼 프로덕트가 아닌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를 표방했죠. '건강⋅평등⋅자연'이라는 가치 아래 브랜드를 운영했는데요. 특히 '생식 건강'에 집중했어요. 조금은 낯선 단어일 것 같아요. '생식', '건강'. 말 그대로 우리 몸의 가장 안쪽인 생식기에 닿는 제품인 만큼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품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2015년 기존 시장의 콘돔 속, 2등급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 검출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고요.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에 주어지는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와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의 비건 인증을 받기도 했어요. 올해 체레미 마카가 되어서는 사회⋅환경적 가치를 고려하며 경영하는 곳에 부여되는 B-corp(비콥)인증도 받았죠.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던 '이브콘돔'은 핵심 가치를 더욱 확고히 하여 '체레미 마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다시 찾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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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레미 마카
국내에서 처음으로 콘돔 속 발암물질 문제를 제기했던 이브는 체레미 마카가 되어서도, 여전히 '아니'를 말해요. 체레미 마카는 이번 리브랜딩으로 핵심 가치였던 ‘건강⋅평등⋅자연'을 더욱 공고히 하였어요. 각각을 'Healthy(건강한)', 'Inclusive(포용하는)', 'Refined(정제된)'라는 가치로 재정의하고, 여기에 'Sustainbility(지속가능성)'를 더하였죠. 체레미 마카가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제품에 적용했는지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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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레미 마카
아그로포레스트리 | 혼농임업
첫 번째 질문은, 우리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착취되는 존재는 없는가였어요. 이 대상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도 포함되죠. 체레미 마카는 제품 중 콘돔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여다봤어요.
콘돔은 상당수가 천연 고무(라텍스)로 만들어지는데요. 이 고무 나무 재배는 상당수가 단일 경작 방식으로 이루어져요. 다른 식물을 배제하고, 고무 나무 한 가지만 재배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생산량 확보를 위해서인데요. 문제는 여기서 발생해요. 원래 그 땅에는 고무 나무 말고도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살았는데, 단일 경작으로 인해 고무 나무 외 다른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가 사라져요. 많은 식물들이 함께 있어야 탄소를 토양에 더 많이 저장할 수 있고, 토양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주는데, 오직 고무 나무만으로는 그렇게 하기는 어렵죠.
이러한 과정을 알고 나서, 체레미 마카는 직접 혼농임업을 하는 농장을 찾아나서요. 태국의 농장을 방문하여 농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경작 현장을 살펴 보기도 했죠. 혼농임업 농장은 다양한 식물을 함께 재배하고, 꿀벌이나 염소 같은 동물도 같이 길러요. 다양한 식물들의 낙엽과 가축의 분뇨들이 토양을 건강하게 하고, 이 흙을 통해 고무 나무 역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요. 또 이러한 토양에서 자란 식물, 그 식물을 먹는 곤충, 그 곤충을 먹는 새들과 동물들이 공존하면서 생태계가 형성되죠. 체레미 마카는 이렇게 인간을 위한 제품을 만들면서도, 생물 다양성 보존과 기후변화 문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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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레미 마카
또한, 고무가 유통되는 중간 단계를 없애고 농장과 직접 계약했어요. 대신 중개인의 역할을 자처하여 농부에게 프리미엄 금액으로 값을 지불해요. 체레미 마카와 함께하는 농장에는 총 136명의 농부들이 있는데요. 아마 고무를 재배하는 농부, 농장을 아는 콘돔 회사는 거의 없을 거에요. 체레미 마카가 유기농 콘돔을 만들자고 결심한지 약 5년. 이 노력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 이번에 론칭한 '아그로포레스트리'라인 입니다. 외에 체레미 마카는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중장기목표를 세우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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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레미 마카
의료기기 윤활제 | 보다 더
두 번째 질문은,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제품은 더, 탁월하게 Healthy 한가?에요. 체레미 마카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윤활제에는 유기농 원료가 96%이상 함유된 인티밋젤과 이번에 출시한 의료기기 MD루브 실리콘이 있어요. 대게 윤활제는 출시 전, 화장품의 기준을 적용하여 품질이나 안정성을 허가받아요. 보통 화장품은 피부 표면에 바르는 것이기에 그 기준이 아주 까다롭지는 않아요. 윤활제도 그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고요. 체레미 마카는 여기에서 제동을 걸었어요. 우리가 추구하는 Healthy가 이 정도의 수준인가라는 질문을 한 번 던진 것이죠. 여기에 '아니'라고 답을 내린 후 제품을 개발하여 국내 콘돔 브랜드에서 최초로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윤활제를 내놓게 되었어요.
" 그 기준을 통과한다고 해서 그럼 다 괜찮은 거냐라고 물어보면
우리 회사는 '아니'라고 대답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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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질문하는 물결님, 체레미 마카의 이름을 들었을 때, 독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요? 우리나라 지역 방언으로 '그대로(체레미) 모두(마카)'라는 뜻을 지닌 체레미 마카는 꼭 그 이름과 닮아 있어요. 체레미 마카에는 눈에 띄는 단어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성적 존재'에요. 섹슈얼 프로덕트(Sexual Product)를 다루는 곳이니 쓰는 단어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 단어는 체레미 마카가 시작된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해요. 위에서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를 가진다고 했잖아요. 체레미 마카는 우리의 존재를 '성적 존재'로 다시 한 번 짚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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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레미 마카
" 사람들은, 모든 존재가 성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청소년은 절대 섹스를 하면 안되고,
노인은 당연히 무성의 존재라 여기죠. 또 이성적인 성만 정상이라 생각하고 나머지는 전부 비정상이라 여기고요. 장애인의 성에 대해서도 불편하게 여기고요. '성'이라는 건 너무 당연한 현상인데, 여기에 특정 가치관과 편견을 부여해서 어떤 것은 나쁜 것처럼 여기게 만들어요. 저희가 바꾸고 싶은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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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레미 마카
체레미 마카다운 장치
이러한 체레미 마카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있어요. 체레미 마카 홈페이지 하단에는 ‘인터넷 주문이 어려우신 고객님을 위해 전화로도 주문받고 있습니다' 라는 문구가 있는데요. 보고 궁금했어요. ‘이 서비스는 왜 운영하는거지?’라고요. 이 서비스는 노인층을 위해 운영돼요. 온라인 주문을 어려워하는 노인 고객들에게 종종 전화로 주문 문의가 왔는데요. 리브랜딩을 하면서 이 서비스를 공식화했다고 해요. 브랜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CS 업무는 줄이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모든 ‘성적 존재’가 성과 관련된 제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미션을 가진 ‘체레미 마카'라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요. 외에도 매년 매출의 1%를 SRHR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기관에 후원하고요. 콘돔 구매가 어려운 청소년을 위해 '프렌치레터'라는 이름으로 콘돔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SRHR(Sexual & Reproductive Health & Rights
섹스, 월경, 출산 등으로 대표되는 ‘성’과 ‘재생산’ 활동에 있어서의 건강과 권리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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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주를 넓히는 체레미 마카의 제품을 보면요. 언뜻 코스메틱 제품이 떠올라요. 패키지에는 브라운, 딥그린, 미색의 컬러를 바탕으로, 차분한 어조의 빼곡하게 적힌 제품 설명이 가득하죠. 여기에는 체레미 마카의 'Refined'라는 핵심 가치가 있어요.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를 꼼꼼히 제공하고, 정제된 경험을 전하고자 해요. 즐거움이 강조된 브랜드와 결이 다르죠.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고민이 담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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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레미 마카
" 옷이나 코스메틱은 범주가 넓잖아요. 근데 섹슈얼 프로덕트는 다양하지 않아요. 콘돔에서 윤활제, 생리대까지. 모든 것들이 옷이나 화장품만큼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들인데, 한 가지 색깔만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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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레미 마카
당연한 것의 범주
당연한 것의 범주를 넓히려는 체레미 마카의 노력은 곳곳에서 볼 수 있어요. 다른 브랜드에서도 볼 수 있는 '여성 청결제'라는 제품이 있어요. 체레미 마카에서는 이 여성 청결제를 '외음부 세정제'라 칭해요. 여기에는 '왜 여성은 항상 청결과 같이 가야 하는가', '여성 스스로가 원한 니즈냐, 사회의 프레임이냐'라는 체레미 마카 구성원들의 질문들이 녹아 있죠. 또 복지 중 하나인 'HPV(인유두종) 백신 접종 지원'을 말하면서 '자궁경부암 백신'이 아닌 'HPV 백신'이라 칭해요. HPV는 여성에게 자궁경부암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남성에게도 고환암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의 더 적확한 표현이죠. 관련하여 내부에 콘텐츠나 커뮤니케이션 가이드가 있는지 여쭈었는데요.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하기에 이와 관련한 가이드는 없어요. 구성원들이 먼저 이야기하고 문제를 짚습니다" 라는 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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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레미 마카
생각해보면요. 일상처럼 사용하는 제품들이 있는 것 같아요. 매일 쓰는 휴지, 치약, 샴푸, 이불, 수건, 빗. 무의식중에 쓰는 이 것들은 ‘개인화'와 멀어 보이지만 땀이 많이 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쓰는 이불이 다르듯, 각자의 필요에 의해 다르게 선택되어요. 섹슈얼 프로덕트도 마찬가지예요. 사람의 생애주기에 포함되는 섹스나 월경. 물론 둘 다 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은 생애주기에서 각자가 필요로 하는 섹슈얼 프로덕트가 있어요. 모든 성적 존재가 '각자 필요로 하는' 제품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 이것이 '모두 있는 그대로'를 지향하는, 체레미 마카가 되고 싶어 하는 돌멩이에요.
8월 11일 목요일,
돌멩이레터 26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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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님, 언젠가 한 번은 부정당하는 순간이 올 수 있어요. 물결님의 생각, 물결님의 열망, 물결님의 방향, 물결님의 결과. 물결님이 구태여 그것에 대해 부연 설명과 해석을 붙여야만 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그런 순간이 온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부정하지는 말아요. 체레미 마카처럼, 누군가의 부정을 이해하는 존재가 물결님 곁에 반드시 있을 거예요.
🪨 오늘 돌멩이를 던진 이는 에디터 초이입니다.
사람과 브랜드를 좋아해요. 매력적인 브랜드 뒤에는 늘 매력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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