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물결님도, 디자인을 하거나 디자인을 곁에 두고 일하고 계실 수 있을 것 같아 point 1. 포토샵 파일이 아닌, 피그마 링크를 공유하는 시대예요. “웹에서 포토샵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한 피그마는, 설립 후 무려 10년 만에 어도비로부터 28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죠. 필수 툴로 자리매김한 피그마의 출발점을 알아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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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2. 피그마는 디자인의 툴을 넘어선 협업 플랫폼이에요. 실시간 피드백, URL만 있으면 되는 공유 방식, 커뮤니티가 만든 플러그인과 템플릿까지. 실시간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누군가 지켜보는 일이 더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도록 문화를 바꾼 피그마의 영향은 커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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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3. 디자인을 둘러싼 연결의 무대, Config. 피그마는 매년 컨퍼런스 ‘Config’를 통해 디자인의 새로운 역할을 제안해요. 단순히 기능을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디자이너와 비디자이너가 온·오프라인에서 서로 만나고 경험을 나누는 장면을 만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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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물결님도, 디자인을 하거나 디자인을 곁에 두고 일하고 계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처럼 기획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도, 늘 디자인 파일을 들여다보게 되니까요. 저는 글을 쓰거나 기획을 하는 사람이지만, 아무래도 ‘최종’ 부터 ‘최종_최종_진짜 최종’까지 디자인 파일을 주고받으며 수정한 기억이 많아요. 마지막으로 고친 그 파일이 어디 갔는지 서로 찾는라 한참을 헤매거나, 누가 마지막으로 저장했는지 헷갈려서 다시 처음부터 작업한 적도 있었고요.
그러다 피그마를 처음 만났을 때, 그 놀라움이 기억에 남아요. 마치 이메일을 쓰듯 디자인 파일에 접속해 의견을 달고, 바로 옆에서 커서가 움직이며 수정되는 화면을 보자니 생경했어요. 본격적으로 피그마를 사용하면서부터일까요. 디자이너가 아닌 제게도 디자인은 훨씬 가까운 분야가 됐어요. 피그마는 단순한 디자인 툴이 아닌, 일의 방식을 바꿨죠. 문득 피그마로 이미지를 수정하다가, 피그마를 깊게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레터에 소개할 브랜드는, 피그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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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마의 시작은 아주 단순한 물음에서 출발했어요. “웹에서 포토샵을 만들면 어떨까?” 사실 피그마는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시작한 아이디어는 아니었어요. 공동창업자인 딜런 필드(Dylan Field)와 에반 월러스(Evan Wallance)는 처음에는 난폭 운전자를 잡는 드론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었어요. 이 아이디어로 창업 지원금도 받았죠. 하지만 드론의 미래가 불투명했고, 두 사람 모두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는 확신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에반이 과거에 만든 작업물인 'WebGL'을 딜런에게 보여줬어요. 공이 물 위에서 움직일 때, 물결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그래픽이었는데요. 웹 브라우저에서 작동하는 이 데모를 본 딜런은 에반의 작품을 흥미로워했어요. 실제로 당시 브라우저에서는 퀄리티가 높은 그래픽이 출력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거든요. 하지만 'WebGL'로 구현된 그래픽은 뛰어난 퀄리티로 즉시 렌더링되어 온라인으로 감상이 가능했죠. 마침 디자인에 관심 있던 딜런은 작업물을 보고 새로운 기회를 떠올려요. 'WebGL'을 활용한 '브라우저에서 동작하는 포토샵'이 그 아이디어죠. 맞아요. 지금의 피그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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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저에서 작동하는 포토샵. 아이디어는 새로웠지만, 범위가 너무 넓었어요. 기능을 모두 넣되 웹에서 구현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는 어려우니까요. 두 사람은 세상에 제품을 공개하기까지 3년간 조용히 개발에 몰두합니다. 2012년에 설립한 피그마는 3년이 흐른, 2015년 말에 드디어 피그마 베타 버전을 세상에 선보였죠. 당시 기준으로는 너무나도 새로운 개념, ‘브라우저 기반 협업 디자인 툴’이 등장한 순간이었어요.
출시 이후 피그마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받게 돼요. 실시간 협업, 설치 없는 간편함, 그리고 비대면 업무가 주로 이루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상황이 더해지며 피그마는 빠르게 성장했어요. 2022년에는 어도비가 피그마를 약 28조 원에 인수하려 했을 정도로요. CMA 승인을 받지 못해 인수는 무산됐지만, 무려 28조 원의 가치를 인정 받은 피그마는 웹 기반 디자인 툴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합니다. 구글, 넷플릭스, 에어비앤비는 물론 당근, 지마켓도 피그마를 사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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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을 떠올려볼까요. 디자이너가 모니터 앞에서 포스터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고요. 포스터를 기획한 사람 입장에서는 포스터에 쓰인 이미지는 어떤 분위기인지, 서체는 어떻고 글자 크기는 어떤지 확인하고 싶지만 디자이너 옆에 서서 그의 모니터를 빤히 바라보기에는 부담을 주는 일이었죠. 아직 완성이 되지 않은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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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마가 도입되고나서부터 그 문화는 서서히 바뀌었어요. 이제는 디자인의 과정이 열려 있죠. 누가 어떤 버튼을 수정하고, 버튼에 어떤 색상을 입힐 지 고민하는지에 대한 실시간 과정을 함께 보며 의견을 주고받는 일이 낯설지 않게 된 거예요. 단순히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옆에서 자유롭게 댓글을 달기도 하면서 함께 상상하고, 제안하고, 반응하는 일이 덩달아 자연스러워지고요. 같은 시간에 똑같은 화면을 공유하는 흐름은 디자이너와 비디자이너 간의 신뢰를 쌓아요.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은 결국 함께 만들고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하니까요. 피그마는 작업을 함께하는 누구나 의견을 얹을 수 있고,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 안에서 일의 방향이 정리되는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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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마의 최고 제품 관리자 유키 야마시타는 이런 변화를 '툴이 아니라 문화의 변화'라고 표현했어요. “과거에는 디자이너조차 누가 자신의 작업을 실시간으로 보는 걸 불편해했어요. 피그마는 그 개방성을 기술로 가능하게 만들었고, 디자이너와 기획자, 개발자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일할 수 있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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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시타는 이어서, 피그마를 '디자인계의 구글독스'라고 비유해요. 문서 작업처럼 디자인도 여러 사람이 실시간으로 편집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이제 협업은 디자이너의 일이 아니라 모두의 일이 되었다고요. 덕분에 디자인 결과물은 더 빨리 완성되고, 그 결과물에 대한 이해도와 만족도 역시 더 높아졌다고 했어요.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더 빠르게 소통하고,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내는 경험이 중요한 시대가 됐죠. 이제 디자인은 팀 전체의 언어가 되었고, 그걸 가능하게 한 게 바로 피그마입니다.”
그가 말하듯, 피그마는 더 많은 사람의 손과 눈, 생각이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얹히도록 만든 도구예요. 실시간 협업은 더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일하는 태도의 문제. 그리고 피그마는 그 전환점을 아주 부드럽게, 그러나 확실하게 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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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마는 매년 연례 컨퍼런스인 Config를 통해 디자인과 협업의 미래를 보여줘요. 올해에는 샌프란시스코와 런던에서 행사가 열렸죠. '두 도시, 하나의 커뮤니티'라는 슬로건처럼, 전 세계 디자이너와 개발자, 기획자가 하나의 무대에서 강연을 펼쳤어요.
Config는 단순히 새 기능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에요. 디자인이라는 언어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피그마가 묻고 또 답하는 무대에 가깝죠. 실제로 피그마 블로그나 Config 무대에서는 디자이너가 직접 경험을 나누기도 하고, 비디자이너가 어떻게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소개하기도 해요. 오프라인 행사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인 피그마 사용자들이 만나 서로의 작업을 공유하고, 지역 커뮤니티는 자체 밋업이나 워크숍을 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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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Config는 '상상과 현실 사이의 격차를 좁히자'는 슬로건을 내걸었어요. 피그마는 디자인을 더 빠르고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디자인 툴의 인터페이스를 다듬거나, 반복 작업을 줄이는 기능을 소개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누구나 아이디어를 시각화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Config는 결국, 디자인을 혼자서가 아니라 함께하는 일로 만드는 무대예요. 디자인이 특정 도구에 갇히지 않도록, 특정 직군에 머물지 않도록, 모두의 언어로 거듭나도록 만들고 있어요. 그 과정에 기술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이에요. 피그마는 그 장면을 설계하고, 매년 새롭게 펼쳐 보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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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ig’가 공간을 활용하는 무대라면, 피그마의 블로그 ‘Shortcut’은 브랜드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를 비주얼과 콘텐츠로 보여주는 무대예요. 넓은 여백과 부드러운 컬러 톤, 간결하고 읽기 쉬운 타이포그래피는 피그마가 지향하는 ‘열린 디자인’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요. 구성 역시 뉴스나 릴리스 중심이 아닌, 사람과 프로세스에 초점을 둔 큐레이션 중심으로 운영돼요. 덕분에 기술 블로그에서 느껴지기 어려운 따뜻함과 생동감이 피그마 블로그에는 살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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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Maker Stories', 'Inside Figma', 'Working Well' 같은 섹션은 디자이너뿐 아니라 개발자, 기획자, 심지어 행정 부처의 공무원까지도 함께하는 실사용자의 목소리를 담아요. ‘FigPals’처럼 커뮤니티에서 자라난 문화 요소들을 다루거나, 'Figma for Government'처럼 실제 조직이 어떻게 피그마를 활용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는 디자인이 단순히 미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조직의 일하는 방식’임을 잘 보여주죠. 피그마는 제품뿐 아니라 콘텐츠로도 “디자인은 모두의 언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요.
지금도 누군가는 피그마에서 새로운 화면을 만들고 있을 거예요. 그 위에 담긴 손끝과 커서의 움직임, 말풍선과 반짝이는 댓글이 함께 모여, 또 하나의 좋은 결과물로 남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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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레터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모두 '피그마'입니다. ⓒFig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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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디자인 툴에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고, 그냥 ‘그건 디자이너의 일이니까’ 하고 선을 그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피그마를 쓰면서 조금씩 감각이 바뀌었어요. 비디자이너인 제가 피그마 안에서 무언가를 수정하고, 댓글을 남기고, 디자이너의 커서를 따라가는 일이 정말 자연스러워졌거든요. 이건 툴의 기능을 넘어서, 협업과 창작을 바라보는 자세의 변화 같기도 했어요. 디자인이 꼭 예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함께 만들기 위한 언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피그마를 통해 배우는 중이랍니다.
Editor 요아 | 언젠가 통나무집에서 살 은근한 계획을 품고 있어요. 장작 타는 냄새를 좋아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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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추천 노래는 박혜진 - Like this 에요.
단순한 비트에 맞춰 읊조리듯 흘러가는 목소리,
피그마 위를 흐르는 커서 같달까요.
낮은 집중과 조용한 연결의 순간을 닮은 음악이에요.
물결님은 피그마를 사용하시나요?
*답장을 남겨 주시면 다음 호 하단에 물결님의 이야기를 실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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