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을 만나면, 문득 궁금해지는 게 있어요. 예전에는 “요즘 어떤 노래가 좋아?”로 운을 띄웠다면, 이제는 point 1. 세계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시작을 알아봤어요. 스포티파이는 어떻게 음악을 다운로드하는 문화를 스트리밍으로 정착시켰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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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2. 스포티파이에서 취향은 뺄 수 없는 키워드예요. 취향이 쪼개지고 쪼개지는 지금, 스포티파이가 큐레이션하는 취향은 무엇인지 알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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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3. 스트리밍은 나만의 스마트폰에서만 들리는 내밀한 서비스 같지만, 스포티파이는 적극적으로 옆 사람과 연결되도록 도와요. 세계 사람들이 음악을 새로이 함께 즐기는 방식을 다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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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을 만나면, 문득 궁금해지는 게 있어요. 예전에는 “요즘 어떤 노래가 좋아?”로 운을 띄웠다면, 이제는 달라요. “음악은 어떤 앱으로 들어?”가 더 익숙하죠. 바이브, 애플 뮤직, 유튜브 뮤직, 플로. 언뜻 떠올려봐도 스트리밍 앱이 줄을 이어요. 추천을 따라 여러 앱을 사용해봤지만, 이상하게 스포티파이를 듣는 친구는 얼마 없었어요. 하지만 작년 시월부터였을까요. 스포티파이가 ‘스포티파이 프리’를 달고 국내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이고나서는 스포티파이를 애용하는 지인들이 훌쩍 늘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스포티파이를 다운로드 받은 반 이상이 십대고요. 음악계의 넷플릭스라는 수식어까지 생긴 스포티파이가 이토록 오래 사랑 받는 이유가 궁금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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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끈운동, 기억나시나요? 2008년에 가수들이 음원 불법 다운로드 근절을 위해 참여한 캠페인이에요. 구독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지금 보면 다소 생소한 캠페인이지만, 불법 음원 다운로드가 만연했던 2000년대 초만 해도 불끈운동은 꼭 나와야 하는 중요한 캠페인이었어요. 불법으로 음원을 다운로드하는 이들은 스웨덴에도 마찬가지로 많았습니다. 파일 공유 기술이 개발되자마자 대중들은 CD에 담긴 음원을 추출해 무분별하게 공유했어요. 스웨덴은 유럽에서 음악 불법 복제가 가장 만연한 나라였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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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의 CEO이자, 스웨덴의 개발자인 다니엘 에크는 불법 다운로드를 척결하는 유일한 방법을 생각해냈어요. 무료 서비스였습니다. 불법에 익숙한 대중을 합법의 영역으로 유도하는, 합법적 무료라는 징검다리 플랜을 세웠어요.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사업가 마르틴 로렌손이 합류했고요. 스포티파이는 음악을 무료로 들려주면서도, 음악 산업에 돈이 흐르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광고와 구독이었죠. 이용자가 음악을 들을 때 광고를 틀어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을 저작권자에게 배분하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광고 없이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월 구독료를 받는 프리미엄 모델을 도입했고요.
광고를 듣는다면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자리 잡았지만, 한국에 도입하기는 어려웠어요. 멜론이나 지니, 플로 같은 국내 서비스들은 이미 광고 없이 월정액을 내고 음악을 듣는 데 익숙하기도 했고, 우리나라는 저작권료 문제로 인해 협상이 어려웠고요.
작년 시월, 스포티파이는 마침내 한국에서도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을 시작했어요. 저작권료 문제를 적극적으로 협의한 덕분이죠. 이제 광고를 들으면 스포티파이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거예요. 스포티파이가 고민했던 질문, ‘음악을 무료로 들려주면서도 음악 산업에 돈이 흐르게 하는 방법’에 대한 또 다른 답이 만들어진 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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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름을 정하려던 참, 로렌손은 옆방에서 에크가 “스포티파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대요. 놓칠 수 없던 로렌손은 듣자마자 도메인이 쓰이고 있는 지 검색했죠. 도메인의 주인이 없음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도메인을 샀어요. 정작 에크가 한 말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발견한다는 뜻의 ‘Spot’과 식별한다는 뜻의 ‘identify’의 조합으로 말을 맞췄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스트리밍 서비스이자 나의 음악 취향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프로덕트의 성격을 떠올리면 스포티파이를 구성하는 합성어가 딱 어우러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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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출발한 스포티파이는 유료 가입자가 2억 6300만명을 기록할 만큼 음악 시장을 장악했어요. 여러 음악을 만들고 싶지만 음원 수익이 적어 궁핍하던 제작자에게는 정당한 대가를 주었고, 스포티파이를 이용하는 유저들에게는 세계의 음악을 모두 듣도록 도왔죠. 수익은 수많은 음반사에 돌아갔어요. 냅스터의 공동 창업자 션 파커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어요. “스포티파이는 무단복제 공모자 수억 명을 유료 고객으로 전환한 주인공이에요. 다니엘이 음악산업을 구원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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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저는 탑백 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어요. 인기 차트만 돌려 듣기 때문에, 따끈하게 나온 신곡을 한 번 듣기만 해도 이 곡이 대중의 픽을 받을 지 말 지, 인기 차트 상단 100위에 올라갈 수 있을 지 어렴풋이 예측할 수 있었죠. 나름 하나의 자랑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음악을 즐기는 개개인의 취향이 다채로워지는 만큼, 나만의 취향을 공고하게 쌓는 일을 더 멋지다고 여기기 시작한 순간부터 탑백 귀를 스스로 벗어던졌어요. 스포티파이의 비전과 비슷해요. 스포티파이가 파는 건 단순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니에요. 개인화된 음악 경험과 음악을 통한 자아 표현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죠. 브랜드를 만들 때 염두한 키워드도 취향이었고요. 스포티파이는 음악을 듣는 우리가 나만의 음악적 취향을 발견하기를, 그리고 그 취향에 맞는 음악을 지속적으로 추천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요.
단순히 비슷한 음악만을 다음 곡으로 추천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새로운 취향을 발견해 세계를 넓힐 수 있도록 돕죠. 대표적으로 스포티파이 믹스가 있어요. 내가 자주 듣는 노래를 시대별, 아티스트별, 장르별, 무드별처럼 여러 카테고리로 정리해둔 플레이리스트죠. 알고리즘이 그렇듯, 그러려면 자주 들어도 질리지 않은 나만의 곡이 있으면 더 정교한 추천을 받을 수 있으니 스포티파이는 또 하나의 새로운 기능을 만들었어요. 내 취향이 아닌 곡은 ‘내 취향 프로필에서 제외하기’를 클릭해 감상 이력을 뺄 수 있어요. 하나의 스포티파이 계정을 다마고치처럼 키우면, 점차 새롭지만 완전히 새롭지만은 않은 나만의 취향이 듬뿍 묻은 플레이리스트가 만들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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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를 구독하지 않아도, 스포티파이 하면 꼭 생각나는 프로젝트가 있어요. 랩드(Wrapped) 연말결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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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는 것처럼, 스포티파이 역시 연례 행사를 내보여요. 음악으로 한 해를 돌아보는 연말 결산 프로젝트, ‘랩드(Wraaped)’예요. 내가 한 해 동안 어떤 분위기의 음악을 들었는 지, 어떤 아티스트의 세계에 꽂혔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요. 스포티파이는 매년 색다른 랩드를 내보여요. 작년 말에는 일 년 동안 자신의 음악 청취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주는 ‘Music Evolution Playlist’를 선보였죠. 음악의 장르, 청취 시간, 청취한 날짜, 아티스트 등 여러 요소를 분석하여 음악의 트렌드를 정의하고, 일 년 동안 있었던 최대 세 개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기능이었어요.
스포티파이는 일 년 동안 이미 청취했던 노래뿐만 아니라 취향의 결이 맞는 곡도 추천해요. 비단 오디오에만 그치지 않아요. 가장 많이 들은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모아 놓은 동영상을 받을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팟캐스트의 제작자가 남긴 짧은 음성 메시지도 들을 수 있죠. 스포티파이의 연말 결산은 우리의 취향에 더욱 자신이 생기도록 만드는 것 같아요. 잘 정리된 한 해의 음악 결산 덕분에, 누군가에게 내 취향은 이렇다고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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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사람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새삼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모두 귀에 하나씩 이어폰을 꽂는 세상이 되었다고요. 알고리즘이 너무 세세하게 개인화되면, 취향이 단단하게 두터워진 나머지 타인의 취향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어쩌나 싶은 우려가 약간 생기기도 했어요. 하지만 스포티파이가 커뮤니티를 다루는 방식을 보며 안도감을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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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는 음악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요. 여러 친구의 취향을 섞어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하는 블렌드(Blend)나 친구와 실시간으로 함께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하는 잼(Jam)으로 이어폰을 나눠끼지 않아도 취향을 기꺼이 나눌 수 있도록 하죠. 너와 나의 취향이 얼마나 비슷한지, 같이 좋아하고 있는 노래는 무엇인지 알려주는 하이라이트가 나와요. 세 명이 합류해 플레이리스트를 묶을 수 있는 블렌드 플레이리스트도 있고요. 따로 “네가 듣는 음악은 뭐야?”라고 묻지 않아도, 앱만 켜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요즘 어떤 음악을 즐기는 지 내적 친밀감을 쌓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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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는 커뮤니티에 진심이에요. 스포티파이를 쓰는 유저들이 스포티파이 앱과 음악에 대한 자유로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들죠. 그곳에서 유저들은 스포티파이를 사용하며 불편을 겪던 문제를 터놓을 수 있어요. 뿐만 아니라, 스포티파이를 들으며 궁금했던 지점도 물을 수 있고요.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들이 스포티파이의 유저에게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아티스트의 홍보를 돕기도 해요. 2021년에는 전 세계 인디 커뮤니티를 강화하기 위해 신예나 인디 아티스트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프레시 파인즈(FRESH FINDS)’ 글로벌 프로그램을 론칭하기도 했어요. 세계의 음원 시장을 사로잡았지만, 결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을 소홀히 하지 않는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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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레터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모두 'Spotify'입니다. ⓒSpoti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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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는 2006년 설립 이후, 작년인 2024년에 처음으로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고 해요. 18년 만이죠. 그간 스포티파이가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한 가장 커다란 이유는 저작권료예요. 스포티파이의 매출액의 70%가 저작권료로 지불되거든요. 출혈을 감수한 덕분에 음원 보유량도 방대하고, 음악 기업들과도 좋은 관계를 만들었지만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어요. 그러니 전략을 바꿨죠. 광고 매출만 크리에이터와 나누면 되는 팟캐스트 시장을 노렸다고요. 음원 불법 다운로드 시장을 합법 스트리밍 시장으로 바꾼 스포티파이는, 팟캐스트 산업을 또 어떻게 다룰까요. 아무래도 다음 달부터는 스포티파이로 바꿔볼까봐요.
Editor 요아 | 언젠가 통나무집에서 살 은근한 계획을 품고 있어요. 장작 타는 냄새를 좋아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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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추천 노래는 지수 - earthquake 이에요.
요즘 꽂혔어요.
물결님은 어떤 앱으로 음악을 듣나요?
*답장을 남겨 주시면 다음 호 하단에 물결님의 이야기를 실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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