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님께만 슬쩍 귀띔하자면, 사실 저는 세 권의 책을 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틈틈이 동화나 소설을 발 point 1. 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 소소문구는 2013년에 시작한 브랜드예요. 많은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소소문구는 소비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도와요. 소소문구의 철학을 살펴볼까요.
|
|
|
point 2. 소소문구는 쓴다는 행위와 창작을 하는 작가에 크나큰 진심을 보여요. 그 마음은 프로젝트와 홈페이지에서 가득 묻어나죠. 크게 두 가지의 프로젝트를 소개해요.
|
|
|
point 3. 치열한 문구 시장에서, 소소문구는 어떻게 12년 동안 단단한 브랜드로 자리잡았을까요? 소소하지만 절대 사소하지만은 않은 디테일을 발견했어요. |
|
|
물결님께만 슬쩍 귀띔하자면, 사실 저는 세 권의 책을 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틈틈이 동화나 소설을 발표하기도 하지만, 주로 에세이를 내보여요. 흩뿌려진 마음과 어지러운 생각을 가만히 적다보면 요동치는 감정이 잠잠해지더라고요. 여기까지는 알려진 이야기. 물결님께만 정말로 몰래 스리슬쩍 귀띔하자면, 저는 기록을 모아두지 않아요. 10년 전의 일기장을 대청소 할 때마다 펼쳐보는 사람이 있냐 하면, 저는 완전히 그 반대죠. 집에 제가 쓴 책이 한 권도 없거든요. 물론 제 글이 실린 잡지나 신문도 절대 집에 두지 않아요.
무언가를 쓰고, 어딘가에 보내고, 지워버리는 작가의 삶을 유지한 지는 꽤 됐어요. 자연스레 손에 쥐는 물성 있는 문구도 선뜻 사기 어렵더라고요. 종이를 보면 쓰고 싶을 테고, 무언가를 쓰면 흔적이 남는다는 게 두려워 치워버릴 게 뻔하니까요. 하지만 소소문구의 이야기를 멀리서, 오랫동안 지켜보며 올해는 조금씩 흔적을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
|
|
소소문구의 첫 시작은 의외로 굉장히 단순해요. 동기 친구들 네 명과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소소문구의 유지현 대표님은 시각 디자인과 편집 디자인을 전공했거든요. 방학 때 작업실에서 지내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마지막 학기가 되자 친구들에게 이런 제안을 했죠. '우리, 3년 넘게 배운 기술로 돈을 벌어볼까?'라고요.
노트를 각자 한 권씩 만들어보자며 가볍게 네 권을 목표로 잡았어요. 그리고 무려 수작업으로 노트를 묶었죠. 손으로 한 땀 한 땀이요.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동기 네 명의 집은 모두 멀어서 함께 모여 작업을 할 공간도 마땅치 않았어요. 연남동 지하에서 창전동 옥탑 작업실까지 옮겨 다녔다고 해요. 재봉틀을 구해 미싱을 하고, 한 명당 한 권의 노트를 만들어 조그마한 서점과 편집샵에 들고 갔죠. 호기심과 용기로 시작한 여름 방학 프로젝트가 어느새 단단한 브랜드가 되었어요.
|
|
|
소소문구는 쓰는 사람을 이렇게 정의해요. "쓰는 사람은, 스스로 선택한 터인 지면(紙面)을 늘 곁에 두고 쓰는 삶을 지속하는 사람입니다. 쓰는 사람의 터에는, 사소한 끄적임부터 구체적인 설계까지 다양한 생각의 씨앗이 심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 열매가 자라나도록, 소소문구와 쓰는 사람은 함께 연구합니다."로요.
소소문구가 생각하는 쓰기에 대해 더 살펴봤어요. 다채로운 답변이 나왔죠. 감각을 종이 위에 남기는 일, 가장 쉽게 잠재력을 발견하는 일, 씨앗을 심는 일처럼요. 저는 늘 진득한 퇴고를 거쳐 탈고한 글만을 그나마 가장 가까운 쓰기의 완성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소소문구의 '씀'을 들어보니, 어쩌면 제가 뭉뚱그려 겪는 감각을 정제하지 않고 남겨두는 것도 쓰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저는 쓰는 사람이나 작가라는 말이 너무나 멀어보여요. 등단을 해야, 전통적인 지면에 글을 써야, 예술인으로 인정 받아야 간신히 쓰는 사람에 닿았다고 생각할 만큼요. 소소문구의 철학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편견이 조금씩 깨지는 것 같았어요. 쓰는 사람은, 어쩌면 노트와 연필을 곁에 들고 다니며 끄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
|
|
소소문구는 2021년, 서울산업진흥원의 산하브랜드인 '서울메이드'와 함께 미코노미(Me+Economy, 나를 위한 현명한 소비)라는 주제로 협업을 했어요. 목표는 현대를 살아가는 청년에게 나를 위한 현명한 소비를 제안하는 것이었죠. 확고한 주제를 받았으니 바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소소문구는 언제나처럼 끈질기게 묻는 것부터 시작했죠. 본질을 탐구해야 진정성 있는 답이 나오니까요. 소소문구는 바로 '나를 위하는 게 무엇일까?'라는 고민으로 사전을 찾아봤어요. '위하다'라는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이롭게 하거나 돕다'를 뜻해요. 그러면 질문이 바뀌죠. '쓰기로 어떻게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로 말이에요.
|
|
|
소소문구가 파악한 청년의 어려움은 불안이었어요. 막연한 불안과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죠. 불안의 이유를 천천히 짚으며 따라가보면, 모른다는 사실로 모아진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모름에서 비롯하는 것 같아요. 완연한 어른인 것 같은데, 아직도 저는 제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할 때 기쁜지, 마음은 왜 이렇게 오르내리락거리는지, 생각은 올곧지 않고 시시각각 바뀌는 지 모르겠어요. 알지 못하니까 불안은 더욱 눈덩이처럼 불어나요.
소소문구는 청년의 불안을 고찰하며, 답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요. "우리는 답이 있는 것에 익숙합니다. 무엇이든 정답이 있는 게 편합니다. 나에 관해서도 명확한 답이 있기를 바라지만, 찾기 쉽지 않습니다. 방법도 모르겠거니와, 그럴 만한 여력도 충분치 않고요. 답을 찾아 '헤맨다'는 사실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모닝 리추얼이나 함께 모여 고민을 쓰고 나누는 일이 하나의 루틴이나 트렌드처럼 여겨지죠. 노트북을 열고 낯선 사람들과 미라클 모닝을 하는 커뮤니티가 늘어나는 게 어색하지 않은 것처럼요.
|
|
|
소소문구는 '나에 관한 답을 찾는 쓰기'와 '나의 하루를 지탱하는 루틴'을 기점으로 결론을 내려요. 바로 모닝페이지죠. 동기부여 예술가, 줄리아 카메론의 책 <아티스트 웨이>에서 제안한 일종의 일기 쓰기 방식이기도 해요. 하지만 일기와는 다르게 네 가지의 규칙이 있어요. 첫째, 매일 세 페이지씩 가득 쓸 것. 둘째, 일어나자마자 의식의 흐름대로 쓸 것. 셋째, 8주가 지난 후 다시 읽어볼 것. 넷째, 그동안은 지난 기록을 읽지 말 것. 쉬워보이면서도 은근 어려워요. 글을 쓸 때면 자기검열에 흔히 시달리니까요. 지난 페이지를 자꾸만 들여다보기도 하고요. 내가 애정하는 작가처럼 유려하게 써야 할 텐데, 쉬우면서도 독특한 표현을 만들어야 할 텐데 같은 것들이요.
소소문구는 네 가지의 규칙을 따라할 수 있는 모닝북을 제작했어요. 세 페이지씩 구분하고, 생각이 끊기지 않도록 가로로 긴 판형을 만들었죠. 8주가 흘렀음을 알리는 간지를 틈틈이 끼우는 건 물론, 전날 쓴 기록을 가릴 수 있는 면지를 넣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실천이죠. 실천을 위해 사람들을 모았어요. 그게 모닝단의 시작이랍니다. 2025년, 청사의 해인 올해에는 오뚜기와 모닝단 콜라보를 열었어요. 탐험 인원은 80명. 물결님도 관심 있으시면, 여기서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어요.
|
|
|
소소문구는 2014년부터 1년에 한 명의 작가를 모셔, '소-작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협업을 진행해요. 소작 프로젝트는,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협업 프로젝트예요. 소소문구의 오리지널 레이블도 있지만, 아티스트 레이블을 따로 꾸렸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작가의 작품 세계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방식이에요. 팔과 다리가 생긴 선인장의 하루를 그린 이야기, 이미나 작가의 '더 캑터스 맨' 시리즈부터 모두가 아는 귀여운 아기돼지 삼형제 동화 이야기를 이은주 작가만의 색깔과 질감으로 표현한 작업물도 있어요. 그리움이야말로 그 어떤 것보다 큰 감정으로 생각하는 요오우 작가의 작품도 소소문구에서 만나볼 수 있죠. 개성 넘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각 아티스트의 매력이 확실히 묻어난 문구도 덩달아 간직하고 싶어졌어요.
|
|
|
문구 브랜드가 진행하는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평범한 협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소문구는 작가 분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세계, 가치관을 알리기 위해 홈페이지에 인터뷰를 게시해요. 이은주 작가의 <나도 귀여움을 그릴 수 있다> 처럼요. 소소문구의 제품만을 홍보하지 않아요. 작가님이 요즘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지,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묻죠.
소소문구가 직접 진행한 인터뷰 몇 가지만 보아도 소소문구가 쓰는 사람,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을 얼마나 빛나게 바라보는 지 유추할 수 있었어요. 소소문구의 인터뷰이는 다채로워요. 일러스트레이터도 있지만, 마케터나 건설회사 엔지니어도 있죠. 심리상담사 분도 있고요. 그 중에서도 스탠다드에이에서 나무를 깎아 가구를 만드는 목수 '류윤하'님의 <무언가를 알아가는 첫 단계> 인터뷰를 인상 깊게 읽었어요.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묻죠. 괜히 제게도 물어보게 되더라고요. 물결님은 쓴다는 것, 흔적을 남긴다는 것, 기록을 한다는 것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 지 궁금해지네요.
|
|
|
소소문구는 정말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관심을 관점으로 키우는 기록'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아임디깅'부터 스포츠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인 '하프타임'을 가지고 와, 마라토너가 숨을 고르고 다음 레이스를 잘 달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개념을 다이어리에 월마다 넣었어요. 쓰는 사람이 다이어리를 꽉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한 달 단위로 호흡을 고를 수 있도록요. 그래서 매월 마지막 날에는 '하프타임'이 있어요.
한 달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달을 준비하도록 하는 파트예요. 우리는 움직이거나 일을 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갭이어라는 말은 이제야 천천히 알아차릴 만큼 쉬는 게 익숙하지 않잖아요. 때로는 하프타임을 마주하며 억지로 쉬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지치지 않고 쓰도록 하는 것, 결국 자기검열에 시달리지 않고 가뿐하게 쓰는 사람으로 나아가는 일을 만들어준다는 관점에서 소소문구의 철학이 다시금 떠올랐어요. 소소하지만 사소하지 않는 만듦새에서 정말 모든 사람을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2025년 하프다이어리 오프라인 입점처는 이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
|
|
언젠가부터 브랜드에 캐릭터가 하나씩 생긴 것 같아요. 고양이, 강아지, 펭귄처럼요. 캐릭터가 숱하게 많아지다보니 어떤 캐릭터가 어느 브랜드의 캐릭터인지, 그 캐릭터의 이름은 무엇인지 알기 어렵더라고요. 브랜드에 캐릭터가 꼭 필요해서 만드는 것보다는, 브랜드라면 당연히 캐릭터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만든 것 같은 캐릭터를 보면 묘하더라고요. 특히 아기자기한 문구 브랜드는 캐릭터가 정말 많잖아요. 제 책상만 둘러봐도 고양이가 정말 많은데, 고양이 한 마리 한 마리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아요.
|
|
|
소소문구의 문덕이는 달라요. 그는 을지로에서 태어난 문구덕후예요. 동그란 이마와 눈, 둥근 몸매를 가진 참새 형상을 가진 캐릭터죠. 소소문구는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가 필요해서 만들지 않았어요. 역시나 '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를 만들고 싶다는 철학에서 비롯하죠. 소소문구가 생각하는 쓰는 사람은 다양해요. 진지하게 일기를 쓰는 사람부터 통화를 하며 메모지 위에 낙서를 하는 사람, 아이패드로 다꾸를 하는 사람, 카카오톡으로 나에게 보내기를 애용하는 사람들까지 소소문구가 생각하는 쓰는 사람에 속해요. 물결님도 아마 이 중 하나에 속하실 텐데요. 그렇다면, 맞습니다. 물결님도 쓰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무작정 "당신도 쓰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할 때는, 기업의 메시지가 아닌 하나의 생명력이 있는 존재가 내게 말하는 것처럼 들릴 때 귀가 잘 기울여지잖아요. 소소문구는 그래서 가장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얼굴을 떠올려요. 하지만 직접 나서기에는 부끄러울 수 있으니, 소소문구의 얼굴을 대신할 문덕이를 만들었죠. 문덕이는 베타 버전을 거쳐서 완성됐어요. 요기요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 '요기레터'와 만든 소소문구의 굿즈의 주인공으로 활약하기도 하고요. 문덕이는 소소문구 홈페이지 오른쪽 아래에서도 쉽게 보여요.
소소문구를 다룬 브랜드 이야기는 이 분량보다 두 배쯤 더 쓸 수 있지만, 너무 많이 쓰면 호기심이 줄어들까봐 여기까지 다룰게요. 모두가 쓰는 사람이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어쩌면 불안이 조금은 가라앉을 지도요. 스스로와 타인을 알아가는 애정 넘치는 새해가 불현듯 기다려지네요.
|
|
|
본 레터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모두 '소소문구'입니다. ⓒ소소문구
|
|
|
잠깐 나름의 겨울 방학을 가지기로 했어요.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달려온 것 같더라고요. 소소문구의 하프다이어리에 끼워진 하프타임처럼, 제게도 하프타임을 선물하려 해요. 원래는 조용히 웅크려 있으려고 했는데, 소소문구로 제 마음을 틈틈이 적어볼래요. 무언가를 쓰고, 남기는 일을 더는 어색해하지 않겠다며 이 자리를 빌어 다짐합니다! 우선 제 기록에 대한 용기부터 내야겠죠. 음, 제 이름은 '요아'랍니다. 성은 '현'이고요. 필명 없이 활동하고 있답니다. 제 얘기는 여기서 끝!
Editor 요아 | 언젠가 통나무집에서 살 은근한 계획을 품고 있어요. 장작 타는 냄새를 좋아해요. |
|
|
오늘의 추천 노래는 나카무라 유리코의 음악 이에요.
글을 쓸 때 꼭 듣는 음악이에요.
물결님은 어떤 글을 주로 쓰나요?
*답장을 남겨 주시면 다음 호 하단에 물결님의 이야기를 실어드릴게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