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님, 저는 바다를 좋아해요. 기막히게 아름다운 해변을 지척에 두고 살았던 건 아니지만, 바닷가에서 태 돌멩이레터 18호 | 피엘라벤
자연, 영원한 중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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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님, 저는 바다를 좋아해요. 기막히게 아름다운 해변을 지척에 두고 살았던 건 아니지만, 바닷가에서 태어나 섬에서 오래 자란 탓일까요. 도시에서 해소할 수 없는 감정 부스러기가 어느 정도 쌓이면 꼭 바다를 찾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바다 앞에서 저는 자연스러워요. 바다는 제가 다른 무엇일 필요 없이 그냥 ‘나'일 수 있게 해주거든요. 물결님은 어떤가요? 아마 물결님도 자연 앞에서 가장 자연스럽지 않을까 생각해요. 재단된 역할 안에 구겨져 있던 우리의 외연을 한계 없이 펼쳐둘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자연이니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브랜드는 그런 자연에서 시작해 자연을 향하는 스웨덴 아웃도어 브랜드, 피엘라벤(fjallraven)입니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철저히 자연을 최우선으로 두고, 자연을 누릴 권리와 그에 따른 책임을 꾸준히 말하는 브랜드예요. 오늘 레터를 통해 피엘라벤이 이야기하는 ‘자연’의 가치가 물결님에게 전해지길 바라요. 추천곡으로 싱어송라이터 Beck의 Morning을 골라봤어요. 일출을 본 적 있다면 물결님도 아실 거예요. 순식간에 대지를 감싸는 태양의 풍요로움과 피부에 홧홧하게 와닿는 열기를요. 이 곡은 저에게 들을 때마다 그때의 감각을 떠오르게 하는 곡이에요. 꼭 아침이 아니더라도 날 좋은 날, 따뜻한 햇살 아래서 물결님도 한번쯤 들어보시길 추천해요.
- 초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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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
피엘라벤(fjallraven)이란 브랜드를 얘기하기 앞서, 물결님에게 소개하고 싶은 스웨덴 관습이 있어요. 알레만스래텐(Allemansrätten), 직역하면 모든(alle) 사람(man)의 권리(rätten)라는 뜻으로 누구나 자연을 누릴 수 있다는 스웨덴의 독특한 관습이자 오랜 정신이에요. 알레만스래텐은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관습을 넘어 심지어 스웨덴 헌법에도 명시되어있는데요. 그 내용은 아래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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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의 땅에 머물 수 있다. 그러나 소유자의 집과 너무 가까이 있으면 안 된다.
- 사유지의 울타리, 농장 및 문을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주인의 마당에 들어갈 수는 없다.
- 버섯과 베리류, 야생의 꽃과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주울 수 있다. 사유지에 있는 나뭇가지도 주울 수 있다.
- 살아있는 나무에서 가지, 잎 또는 견과를 가져갈 수 없다.
- 불이 나지 않도록 조심하면 불을 피울 수 있다.
- 어디서나 하루 동안 텐트를 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집과 가까우면 안 된다. 캠핑카로 야영하고 싶으면 땅 주인에게 먼저 요청을 해야 한다.
- 개인 소유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인이 필요에 따라 금지할 수 있다.
- 어디서나 수영을 할 수도 있고 때로는 보트를 타거나 그 보트를 선착장에 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해변이 개인의 소유인 경우는 아니다.
- 개인 소유 해변에서 머물 수 있지만 그 해변 소유자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 야생 동물에게 피해가 가도록 개를 풀어놓아서는 안 된다.
스웨덴은 유럽 국가 중에서도 개인의 권리를 중요시 여기는 나라로 손꼽혀요. 남에게 간섭받는 것 그리고 남에게 간섭하는 것 모두 원치 않는 개인주의 성향도 강하고요. 그래서 처음 이 조항들을 읽었을 땐 조금 의아했어요.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 개인의 땅, 호수, 해변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이런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열 개 조항을 다시 천천히 뜯어본다면 물결님도 눈치챌 수 있을 거예요. '- 할 수 있다'만큼이나 '- 해야 한다'가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을요.
알레만스래텐은 내가 배려하는 만큼 타인도 나를 배려할 것이라는 신뢰 위에 형성된 지극히 합리적인 개인주의에요. 특히 자연에 있어서 그 생각은 더 확고하죠. 알레만스래텐은 자연은 개인이 온전히 소유할 수 없고, 내가 존중받고 싶은 것처럼 자연과 동물, 인간 모두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라고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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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엘라벤을 설립한 아케 노르딘(Ake Nordin)에게도 이 정신은 유효했어요. 더 많은 짐을 넣고 오랫동안 자연을 탐험하기 위해 우드 프레임을 깎고 가죽 스트랩을 달아 직접 배낭을 만들었던 14살 소년은 후에 더 많은 사람이 자연을 찾을 수 있도록 알루미늄 등판 프레임 배낭을 만들게 됩니다. 1960년, 피엘라벤의 시작이었어요.
피엘라벤은 말합니다. 피엘라벤의 사명이자 원동력은 '더 많은 사람이 자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영감을 주는 것'이라고요. 그리고 피엘라벤의 제품으로 인해 자연에서도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요. 앞으로도 변함없을 이 사명은 다름 아닌 ‘알레만스래텐'에서 시작되었었고, 그렇기에 피엘라벤은 자연에 대한 책임 또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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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번째 책임으로 G-1000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G-1000은 피엘라벤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피엘라벤의 DNA와도 같은 소재입니다. G-1000은 원래 무거웠던 캔버스 텐트를 경량화하기 위해 개발되었어요. 알루미늄 등판 프레임 배낭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이후, 피엘라벤은 기존의 텐트와 달리 두 개의 레이어 구조로 되어 있어 결로를 막아주는 써모 텐트(Thermo Tent)를 선보였는데요. 아케 노르딘은 당시 그린란드 원정대로부터 극찬을 받은 이 텐트 원단으로 등반용 자켓을 만들었어요. 최초의 피엘라벤 의류 ‘그린란드 자켓'에 사용된 소재가 바로 G-1000이에요.
G-1000은 폴리에스터 65%와 면 35%가 혼방된 원단에 천연 비즈왁스(밀랍)와 파라핀을 섞어 만든 ‘그린란드 왁스'를 처리해 만들어지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피엘라벤이 이 그린란드 왁스를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튼튼하고 치밀한 직조 덕분에 기본적으로 기능이 뛰어난 G-1000이지만, 그린란드 왁스를 고르게 문질러 펴 바르고 다리미나 헤어드라이어로 왁스를 녹이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의류의 방풍, 방수, 내구성을 모두 향상시킬 수 있어요. 반대로 두세 번 온수로 세탁해 왁스를 제거하고 통풍성을 높일 수도 있고요.
그린란드 왁스는 화학약품으로 만든 발수 제품보다 훨씬 친환경적이에요. 사용자나 환경 조건에 맞추어 적절히 의류 기능성을 조절할 수 있어 효율적이기도 하죠. 비나 바람, 눈에 노출되기 쉬운 무릎, 엉덩이, 바지 밑단 등에 주기적으로 왁스 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원래 수명보다 훨씬 오래 옷을 입을 수 있어요.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른 옷을 구매할 필요도, 옷의 일부가 기능을 잃었다는 이유로 옷을 버릴 필요도 없는 거예요. 이렇듯 G-1000과 그린란드 왁스에는 자연에 대한 피엘라벤의 책임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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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이 지속 가능하도록
'지속가능'하려면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일까요? 피엘라벤의 대답은 'NO'입니다. 피엘라벤이 만들고 판매하는 모든 제품이 진정으로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이 '버려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피엘라벤은 단순히 소재를 내세워 친환경을 얘기하기보다 제품의 기능성, 효용성, 디자인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요.
1. 지속 가능한 디자인
피엘라벤은 좋은 소재로 백 개의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하나의 제품이라도 버려지지 않고 오래 사용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아요. 따라서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해 치열한 연구와 테스트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피엘라벤은 네 가지 디자인 원칙을 세우고 지키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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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 피엘라벤의 제품은 각각의 활동과 환경에 맞추어 디자인해요. 주머니의 위치, 옷의 핏, 지퍼의 종류를 선정할 때도 허투루 디자인하는 법이 없이 모든 요소가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물리적 수명 | 아웃도어 제품은 일상복에 비해 험준한 환경을 견뎌야 하죠. 피엘라벤은 소재의 기능성과 효율성, 환경적 영향 간의 균형을 맞춰 말 그대로 오래가는 제품을 디자인해요.
감성 수명 | 아무리 좋은 기능과 내구성을 갖췄다고 해도, 금세 옷이 촌스럽게 느껴지거나 싫증이 난다면 그 옷은 쉽게 버려지고 말 거예요. 그래서 피엘라벤은 물리적 수명뿐 아니라 ‘감성 수명'을 생각합니다. 최대한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추구해요.
용이한 수선 | 옷이 낡고 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특히 아웃도어 의류라면 더욱 그렇고요. 피엘라벤은 이 현상을 억지로 거스르려 하지 않아요. 대신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쉽고 간편한 수선법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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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속 가능한 소재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일은 사실 아주 복잡해요. 친환경 소재를 공수하기 위해 엄청난 탄소를 배출하며 운반 과정을 거쳐야 할 수도 있고, 때에 따라 섬유를 재사용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화학 물질이 필요하기도 하죠. 피엘라벤은 이런 기능성과 효용성 그리고 지속가능성 사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분명하고 엄격한 ‘소재와 섬유 선택 및 화학물질 사용 지침’을 만들었어요.
소재와 섬유에 Excellent(매우 훌륭), Good(훌륭), Ok(보통), Don’t use(사용불가) 총 4가지 등급을 매기고 낮은 등급의 소재 및 섬유는 사용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사용불가 등급의 PFC(과불화탄소 화합물, Perfluorocarbons)라는 화학물질은 쉽게 분해가 되지 않지만, 물을 튕겨내는 발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그동안 아웃도어 산업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어 왔는데요. PFC는 미세한 입자 형태로 인체와 자연에 스며들어 사라지지 않고 생명체에 축적돼요. 피엘라벤은 이런 PFC의 대안을 찾아 2012년 PFC프리로 발수처리된 ‘에코-쉘 컬렉션’을 런칭하고, 2015년부터는 모든 제품군에서 PFC를 완전히 퇴출했어요.
또 다운, 울, 가죽과 같이 동물로부터 오는 소재는 반드시 어느 농장에서 어떻게 수급되는지 추적 가능한 것만을 사용해요. 품질 관리와 동시에 비윤리적인 행위가 이뤄지지 않는지도 꼼꼼히 확인하는 '프라미스(Promise)'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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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속 가능한 소비
물결님 혹시 '구매 후 불만족시 무조건 반품!' 이런 문구 본 적 있나요? 저는 처음 이 문구를 보고 저렇게 장사하면 뭐가 남나 싶었어요. 알고 보니 이 문구에 넘어가 섣불리 구매 버튼을 누른 소비자 중 상당수가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결국 귀찮아서 반품하지 않는다고 해요. 소비자에게서 고민할 시간을 최대한 뺏는 마케팅 중 하나였던 거죠.
피엘라벤 사이트를 둘러보며 인상 깊었던 점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고를 엄청난 시간과 정보를 제공한다는 거였어요. 아예 <제품 가이드> 카테고리가 있고 여기에 500개가 넘는 피엘라벤의 제품을 목적에 따라 또 패밀리(제품군) 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었거든요. 어차피 소비해야 할 거라면 꼼꼼히 따져보고 꼭 필요한 것만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피엘라벤의 굳은 신념이 느껴졌어요. 지속가능한 디자인과 소재로 만든 제품이라도 올바른 소비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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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거짓과 꾸밈 없이
피엘라벤은 '피엘라벤 클래식'과 '피엘라벤 폴라'라는 이벤트를 열고 있어요. 피엘라벤의 목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 자연을 몸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나아가 자연과 환경보호에 대한 열정에 불을 붙이는 거죠. 피엘라벤 클래식은 모든 장비를 직접 배낭에 매고 또 직접 음식을 조리해 먹는 트레킹 이벤트예요. 2005년 스웨덴 북부를 시작으로 현재 독일, 덴마크, 미국, 영국, 한국 이렇게 6개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올해 10월엔 지난 2년간 코로나 19로 잠시 멈췄던 '피엘라벤 클래식 코리아'가 새롭게 바뀐 제주 한라산 코스와 함께 다시 개최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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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이벤트, 과연 환경을 조금도 해치지 않을까요? 이 질문에 피엘라벤은 '그렇다'고 답하지 않아요. 대신 '노력한다'고 말하죠. 실제로 피엘라벤이 주최하는 모든 트레킹 이벤트는 흔적 남기지 않기(Leave no trace) 원칙을 철저히 지키려 노력하고 있어요. 모든 참가자들에게 어떻게 자연과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지,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가볍게 짐을 꾸리고 오직 발자국 만을 남기고 돌아올 수 있는 법을 교육하고요. 지난 밤 머문 곳이 더 좋은 곳이 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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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지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우리가 인간인 이상 실수를 하기도 하고, 때론 타협해야하는 순간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노력'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에요. 그리고 피엘라벤은 그 어느 브랜드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피엘라벤 홈페이지 중 지속가능성 FAQ를 살펴보면 청문회 못지 않은 날카로운 질문을 볼 수 있는데요. 가령 이런 것들이에요.
피엘라벤은 행동강령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요?
피엘라벤은 100% PFC 프리 인가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힘쓰고 있나요?’
이에 피엘라벤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의 이동(항공편)까지도 최소화 하고 있다'며 단호하게 답하기도 하고, '방대한 관리망 밖에서 PFC 오염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허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기도 합니다. 자연스럽다는 건 거짓과 꾸밈이 없다는 뜻이기도 해요. 저는 이 답변들을 읽으며 ‘자연은 영원한 우리의 중심'이라고 말하는 피엘라벤을 조금 더 응원하고 싶어 졌어요. 물결님도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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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 목요일,
돌멩이레터 19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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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mment ✏️
한 번은 마트 매대 앞에서 이런 적 있어요. 이 브랜드는 얼마 전에 성차별적 광고를 했대, 저 브랜드는 부당 고용 문제 때문에 안 돼. 그렇게 아무것도 사지 못한 채 뒤돌아섰죠. 세상은 어렵게 나아지고 그에 반해 너무 쉽게 무너진다고 생각했어요. 대단하지 않은 신념 하나 지키며 살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속상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살아 숨 쉬는 한 끊임없이 소비하고 타협해야 한다는 사실에 깊은 절망을 느끼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젠 알아요. 신념은 완벽이 아닌 방향에 있다는 걸요. 피엘라벤을 조사하며 저와 그 방향을 함께할 브랜드를 찾은 것 같아 반가웠어요. 물결님에게도 피엘라벤이 그런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늘 레터에서 '자연'이란 단어를 정말 많이 썼는데요. 그래서인지 얼마 전 다녀온 바다가 내내 떠올랐어요. 바람이 거세고 빗방울이 날리는 날이었어요. 저 멀리서부터 밀려들어 와 눈앞에서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자연은 자연스러울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고요. 오직 인간이 만든 것만에만 '자연스럽다'라는 말을 쓸 수 있어요. 그리고 오늘 레터를 쓰며 인간이 자연스럽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부자연스러운 노력이 필요한지 다시금 곱씹을 수 있었습니다.
🪨 오늘 돌멩이를 던진 이는 에디터 초록입니다.
초록을 좋아해요. 공간과 종이, 텍스트도요. 글과 공간에 관한 브랜드를 주로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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