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문장 있잖아요. 생각만으로도 긍정을 일으키는 문장이요. 돌멩이레터 17호 | 세컨드히어로
영웅, 그 옆의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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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그런 문장 있잖아요. 생각만으로도 긍정을 일으키는 문장이요. 저에게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이 문장이 그러해요. 우리에게는 없는 힘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히어로와는 다르게 나와 똑같은 능력치를 가진 인간들이 기어코 답에 당도하고야 마는 장면들이 꽤 벅찼어요. 오늘 소개할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 '세컨드히어로(second hero)'도 히어로, 그 옆의 사람들에게 주목해요.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있으면 우리 모두 히어로가 될 수 있다고 말하죠. 각자의 방법으로 건강한 지구와 공동체를 지키는 개인과 브랜드를 소개하는 '세컨드히어로'의 이야기 들려드릴게요. 오늘은 1975년에 발매된 음반을 가져왔어요. 20년 전 음악이지만 여전히 저를 들뜨게 한답니다. 둥둥거리는 베이스와 드럼라인이 참 유려해요. 함께 들으며 히어로들을 만나러 가볼게요.
- 초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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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산다는 것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제안하는 ‘세컨드히어로(second hero)’는 콘텐츠 기반의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이에요. 환경과 공동체를 위하는 개인과 브랜드의 이야기를 모으고, 그들의 이야기가 깃든 제품을 판매합니다. 중고 물품을 의미하는 secondhand의 '세컨드'와 영웅을 뜻하는 '히어로'를 본떠 이름 지었어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두 단어로 이루어진 세컨드히어로는 이현구 대표의 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어요.
그 시작을 잠깐 이야기해 드릴게요. 세컨드히어로를 론칭하기 전, 이현구 대표는 ‘고맙당'이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장사를 하고 남은 식당의 식품 재고를 사고팔 수 있는 지역 기반 서비스였죠. 베타 단계를 마치고 정식 론칭을 준비하던 중에 전 29CM 이우창 대표를 만나게 돼요. 사업의 구체적인 방향을 고민하던 이현구 대표는 당시 중고물품을 활용한 사업을 구상 중이던 이우창 대표에게 힌트를 얻어 ‘세컨드히어로'를 만들게 돼요. 과잉 소비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고민하다 ‘소비' 자체로 관심을 옮기게 된 것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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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력 : 수백번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드디어 나에게 어울리는 소비가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누구에게나 주어진 소비력을 자신의 가치관대로, 자신의 행복에 따라 자유자재로
쓰는 소비자들. 세컨드히어로는 소비자가 달라졌을 때의 힘을 믿습니다."
- 세컨드히어로
당시 이현구 대표가 던졌던 질문은 ‘어떻게 해야 건강한 지구에서 잘 살 수 있을까?’였어요. 소비를 할 수밖에 없다면 어떤 방법이 우리가 가장 잘 살 수 있는 소비인지를 고민했죠. 잘 사는(living) 것과 잘 사는(things) 것.
그 사이에서 답을 찾던 이현구 대표는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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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대표는 세컨드히어로를 구상하면서 첫 번째로 '평범함'에 집중했어요. 환경을 위한 일이 꼭 거창하거나 액티비티 해야 할까?라고 질문했죠. 대단한 누군가가 아닌 평범한 누군가도 이미 하고 있을 일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조금 더 건강한 방법으로 기른 채소를 먹거나 식물을 길러보는 것.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일들도 모두 지구를 지키는 활동이라 말해요. 세컨드히어로는 이렇게 건강한 소비와 생활양식을 권장하는 브랜드, 개인, 활동가까지. 평범하지만 자신만의 활동을 이어 나가는 사람들을 모두 히어로이자 지구힙스터라 부릅니다. 그리고 매주 이 히어로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콘텐츠로 풀어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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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쓸모
두 번째로 고민한 건 수익모델이었어요. 잘사는 방법을 제안하는 브랜드로서 무엇을 판매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이었죠. 소비를 하지 않고는 살 수는 없으니 그렇다면 적어도 새로운 소비를 줄여보자는 생각에서 중고 물품을 판매하기로 해요. 히어로 혹은 컨트리뷰터(Contributor)에게 기증받은 물품을 판매해요. 이 물품들에는 ‘내 인생 최초의 오프화이트', ‘창업 후 산 의자', ‘누군가에게 보내지 못한 목걸이' 등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쓸모를 다한 이 물건들은 ‘두 번째 주인’을 만나게 되죠. 그리곤 이 수익금은 다시 ‘산불 피해 현장' 같은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전해져요. 세컨드히어로는 이렇게 구매와 기부, 재사용 등의 경계를 오가며 새로운 소비 방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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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묻고 답할까
환경이 꼭 그린은 아니니까
친환경, 에코, 플랫폼, 힙스터, 지속가능성. 마치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처럼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져 버린 단어가 아닐까 싶어요. 세컨드히어로는 자신들이 지구를 말하지만, 그 방식이 뻔하거나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강제하기를 원하지도 않고요. 보다 자연스럽고 쿨하기를 원하죠. 그들이 그린을 말하는 몇 가지 방식을 들려드릴게요.
디자인 : 그린 없는 그리너블
환경을 말하는 브랜드라 해서요, 세컨드히어로의 홈페이지를 접속했을 때 무의식중에 지구와 녹색을 떠올렸어요. 콘텐츠를 한참 둘러보다 문득 깨달은 건 녹색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었어요. 약간의 디테일로 이루어진 단정한 로고, 선명한 블랙과 흰색의 대비, 가득 찬 앞면과 비어있는 뒷면의 명함. 큰 장치는 아니지만 이러한 지점들은 어느새 환경이라는 주제는 잊고 이들이 풀어내는 콘텐츠 자체에 집중하게 만들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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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 강요하지 않는
세컨드히어로는 다르게 묻고 다르게 답해요. 대게 친환경 브랜드를 소개해준다고 하면 제품의 원료나 제조 과정이 친환경적인 곳들, 비건과 관련한 제품을 파는 곳들을 알려주겠거니해요. 하지만 세컨드히어로는 조금 달라요. 물론 그러한 곳들도 알려주지만요, 나를 만나는 성장 커뮤니티를 알려주기도 하고, 건강한 한 끼를 차리는 브랜드를 소개하기도 해요. 또 '당신에게 친환경이란 무엇인가'라고 묻지 않아요. 대신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은 무엇인지를 물어요. 추천하고 싶은 오래된 물건은 무엇인지, 나에게 힘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친환경을 강요하거나 강조하기보다는 개인과 브랜드의 영향력을 이야기하려고 노력하죠. 이는 세컨드히어로 안에서 이뤄지는 활동들을 부르는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어요.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것에 오히려 커머스가 느껴지는 쇼핑을 붙여 '세컨드쇼핑'이라고 부르거나, 저렴하게 상품을 살 수 있는 혜택을 '세컨드딜'로 부르고 있죠.
소통 : 관여도를 높이는
세컨드히어로의 이러한 방향은 소통 방식에도 잘 드러나요. 이현구 대표는 사업 초기에, 앞으로 많은 소비를 일으킬 대상이 누구인지 고민했어요. 기존의 방식이 아닌 그들에게 맞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결론은 소비의 가장 넓은 층을 차지하고 있는 MZ 세대가 그 대상이라고 판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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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히어로는 중고 물품 판매 과정에 이들이 흥미 있어 할 만한 요소들을 더했어요. 세컨드히어로의 중고 물품들은 웹사이트가 아닌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와요. 이곳에서 경매를 통해 판매됩니다. 유저들은 블라인드로 실시간 경매에 참여하여 물건을 획득해요. 카드번호만 입력하면 끝나는 결제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죠.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경매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금은 세컨드히어로에게 그대로 돌아가지 않고 ‘세컨드퀘스트’ 라는 과정을 거쳐 기부되는데요. 환경 문제뿐만 동물, 아동 분야 등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 사용돼요. 퀘스트는 게임에서 온 용어로 일종의 미션을 뜻해요. 기부를 조금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작은 장치를 마련해둔 거죠. 이 퀘스트 역시 종종 ‘세컨드히어로 출동'이라는 이름으로 유저들과 함께하는데요. 의견을 받아 기부처를 정하는 식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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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히어로의 넥스트 2020년 콘텐츠 미디어 플랫폼으로 시작한 세컨드히어로는 계속 자신들을 다져나가고 있어요. 콘텐츠 제작과 온라인 중고 경매만 진행하던 것에서 올해는 자신들의 메시지가 담긴 자체 제품들을 제작하기도 하고, 또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소싱한 제품을 판매하는 커머스 기능을 더하였죠. 또 Movement라는 이름으로 캠페인, 콜라보레이션, 팝업 등의 이벤트를 진행해요. 최근에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와 함께 버려진 에코백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131 캠페인을 하였는데요. 131번 사용해야 ‘에코'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에코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해줘요. 인터뷰로 소개한 브랜드의 제품을 저렴하게 만나보는 세컨드딜도 전개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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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이 모이는 곳
사실 저는 작년에 세컨드히어로를 처음 접했는데요. 조금 의아했어요. 비영리법인이 아닌데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 궁금했었거든요. 그때만 해도 무료로 오픈하는 콘텐츠와 한 번씩 이루어지는 중고 물품 판매가 비즈니스의 전부로 보였는데, 그마저도 기부하니까요. 이현구 대표가 세컨드히어로를 운영하던 초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도 이것이었다 해요. 도대체 무엇으로 돈을 버느냐고요.
그 의아함이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풀렸어요. 세컨드히어로는 소비자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언제나 힘을 주잖아요. 세컨드히어로가 존재하는 이유도 이가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작은 목소리들도 모이면 크게 들리는 것처럼요, 평범한 히어로들의 여정이 모여 그다음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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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히어로는 환경단체도 전문가도 아닙니다.
그저 아주 보통의 소비자이자 생산자예요.
저희는 수많은 플랫폼의 시장 속에서 건강한 삶과 건강한 소비에 힘을 실어 목소리를 냅니다.
나와 당신 그리고 모두의 지구를 위해"
- 세컨드히어로
6월 16일 목요일,
돌멩이레터 18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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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mment ✏️
세컨드히어로 이현구 대표의 이력이 조금 흥미로워요. 20대 시절 K-Pop이라는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했더라고요. 그 후 식품 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에서 지속가능한 문화를 만드는 세컨드히어로까지. 쉽게 가늠해 볼 수는 없는 여정이에요. 그런 말이 있어요. 사람은 결국 그 자신임을 증명하기 위해 산다고요. 이현구 대표의 여정, 그 상세한 이야기들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어쩐지 이르렀어야 하는 결과에 도착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했다는 인터뷰를 봤거든요. 저 역시 종종 지금의 제 모습을 보며 지난 선택들을 돌아봐요. 어렸을 때는 왜 그랬지라고 생각했는데요, 이제는 그렇게 한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 이유는 더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겠지만요. 한 가지, 점점 제가 짙어지고 있다는 확신은 듭니다.
물결님은 어떤가요, 어떤 여정을 보내고 계시나요?
🪨 오늘 돌멩이를 던진 이는 에디터 초이입니다.
사람과 브랜드를 좋아해요. 매력적인 브랜드 뒤에는 늘 매력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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