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레터에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면접을 보기 위해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처음 눈에 먼저 들어온 건 point 1. 버금메이킹은 우리의 문화유산에서 아이디어를 찾아요. 버금메이킹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알리기로 결심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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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2. 명태를 명주실로 묶은 모양의 ‘굿럭피쉬’부터 단어를 그대로 담은 ‘한글 턱 받침대’까지, 버금메이킹의 제품은 모두 위트가 담겨 있어요. 진지하게 살다보면 놓치기 쉬운 위트의 힘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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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3. 디자인 스튜디오로 활동하던 버금메이킹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아 문화상품을 만들어요. 앞으로 버금메이킹은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지 알아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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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레터에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면접을 보기 위해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처음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명태였어요. 맞아요. 그 생선 말이에요. 명주실에 묶인 채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죠. 까마득하게 오래 전, 할머니의 시골집에서나 마주쳤을 법한 명태가 깔끔한 사무실에 걸려 있다는 게 신선했어요. 더욱 특이한 사실은, 지금 제가 마주친 명태는 진짜 생선이 아니었다는 거죠. 시간이 지나도 절대 상하지 않을 것만 같은 단단한 형태였어요. 친구가 가게를 새롭게 연다면, 동거인을 만나 새 집을 꾸린다면, 꼭 붙고 싶은 시험을 준비한다면 단연코 제일 먼저 떠올릴 만한 선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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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 모양의 굿즈, 굿럭피쉬를 만든 브랜드의 이름은 ‘버금메이킹’이에요. 처음 네이밍을 들었을 때는 버금이 제가 떠올린 버금인지 몰랐어요. 으뜸 다음의 버금 말이에요. 살다보면 늘 으뜸만을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레 버금이라는 단어는 잊혀졌죠. 버금은 첫째 다음의 둘째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브랜드를 대표하는 브랜드 네이밍이 으뜸 다음을 뜻하는 버금이라니 궁금해졌어요. 버금메이킹의 정연중 대표님은 답해요. 으뜸은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최고지만, 버금은 아직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요. 여러 의미를 내포하면서도, 조금씩 더 나은 곳으로 향할 수 있는 의미가 녹아들었다는 게 인상 깊었어요. 흔히 순서를 말할 때 ‘첫째’나 둘째’로 일컫는 언어를 ‘으뜸’과 ‘버금’으로 한국적이게 표현하는 것도 좋았고요.
버금 뒤에 따라붙는 ‘메이킹’ 역시 뜻을 가지고 있어요. 메이킹은 진행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잖아요. 그러니 완성되어 내보이기만을 기다리는 작업물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과정을 내포하죠. 버금메이킹은 현재 진행형 답게, 설계하고 계획한 것들을 실현해 만드는 브랜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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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버금메이킹은 브랜드를 이렇게 소개해요. ‘한국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우리 문화유산 콘텐츠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한국적 아름다움을 담는다’고요. 전통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됐어요. 종종 저는 규모 있는 제사를 치러야 하거나 불필요한 양식을 지키며 의례를 갖추는 환경을 보면서 전통이란 고리타분하고, 옛것이고, 바꿔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곤 했거든요.
버금메이킹이 다루는 굿즈를 보면 한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요. 처음 얘기드렸던 굿럭피쉬부터 말해볼까요. 복과 안녕을 주고받는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은 바로 명태였죠. 어디선가 버금메이킹의 굿럭피쉬를 보게 되면, 굿럭피쉬를 받게 되면 문득 이런 궁금증이 일어요. ‘한국은 왜 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명태를 걸어둘까?’ 같은 물음이요.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명태를 걸어두었는지도 궁금해지죠. 네잎클로버가 왜 행운의 식물로 해석되는지는 잘 알면서, 명태가 왜 복을 기원하는 선물로 연결지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명태는 동해안에서 그물만 던지면 잡힌다는 말이 있을 만큼 많이 잡혀서 풍요와 다산을 상징했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어떤 요리든 뚝딱 만들 수 있어 서민들이 사랑했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복과 연결지어진 명태로 불운이나 액을 막을 수 있다고 여긴 조상들의 생각을 이제야 이해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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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으로 돌아가볼까요. 버금메이킹은 그때 디자인 스튜디오였어요. 처음으로 맡은 프로젝트는 5대 궁궐의 문화상품을 개발하는 일이었죠. 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이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민속촌의 문화상품을 디자인하며 꾸준하게 전통 문화 상품을 발굴했어요. 버금메이킹이 디자인 스튜디오로 활동했을 때 임했던 프로젝트는 WORKS 페이지에서 모아볼 수 있어요. 작업물만 보더라도 버금메이킹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얼마나 진심으로 대했는지 느껴져요. 묵묵하고 성실하게 우리 문화유산에 담긴 고유의 콘텐츠를 찾아내 디자인해왔다는 걸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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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금메이킹의 핵심 철학은 단순해요. 클래식 어 트위스트. 위트 있는 클래식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죠. 폴 스미스의 영향을 받았어요. 전통적인 아이템에 독창적인 위트를 추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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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까지 손이 닿지 않을 때면 자연스럽게 장롱에서 꺼내던 효자손이라는 전통 물건에 고양이발을 달거나, 가로로 길게 늘어진 턱이라는 글자로 만들어진 스마트폰 거치대를 보면 귀여움에 그만 웃음이 터져요. 효자손을 단순히 기능적인 등긁개로만 바라보지 않죠. 인테리어 소품으로 두어도 깜찍한 느낌이에요. 실제로 버금메이킹이 만든 고양이 효자손은 작년, 국립중앙박물관 뮤즈 공모에서 선정작으로 선정됐어요. 위트가 더해진 덕분에 오랜 전통이 묻은 한글이나 효자손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어요. 턱이라고 쓰인 스마트폰 거치대나, 통이라고 쓰인 연필꽂이를 보면 하나의 단어가 지닌 의미를 곰곰 돌이켜보게 돼요. 단어의 의미를 디자인과 실용성에서 그대로 구현하며, 일상에서는 소소한 즐거움을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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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위트의 힘을 믿어요. 인생을 한 편의 블랙코미디로 해석할 만큼, 작은 시련부터 커다란 시련까지 모두 웃음으로 승화하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버금메이킹이 지닌 위트가 더욱 반가웠어요.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을 법한 전통을 가볍고 통통 튀는 위트로 재해석해 세상에 내놓았다는 지점도 멋졌고요. 유머와 재미는 사람을 집중하게 만들잖아요. 재치를 보면 자연스레 웃음이 터지는 것처럼, 한 번의 웃음으로 하루의 기분과 인상이 정해지기도 하고요.
재치가 묻은 무언가를 바라볼 때는 생각을 거치지 않고 웃음이 먼저 나오는 편이지만, 하나의 콩트를 짤 때도 희극인들은 진지하게 머리를 감싸요. 당연히 버금메이킹의 대표님도 그렇다고 해요. 현재의 위트와 과거의 전통을 적절하게 배합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구상에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죠. 아무래도 실용성까지 잡아야 소품 이상의 의미를 지니니까요. 디자인이나 실용성, 장식성은 물론이고 제품이 스토리텔링을 효과적으로 하고 있는지도 꼼꼼히 살핀다는 이야기에 버금메이킹이 만든 제품을 다시 보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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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금메이킹이 만든 ‘복’ 마그넷도 마찬가지로 위트를 담고 있어요. 금색으로 빛나는 통통하고 귀여운 디자인은 손길이 닿는 어느 곳에나 붙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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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석을 보자마자 상상이 펼쳐졌어요. “너에게 복을 줄게!”라며 주섬주섬 주머니에 손을 넣고,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친구에게 둥글둥글한 ‘복’ 자석을 손에 쥐어주는 상상을요. 복을 여러 개 쥐고 다니면서 애정하는 지인들에게 복을 선물하면 실제로 복을 나누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짧은 포스트잇나 네컷사진을 냉장고에 붙일 때 필요한 자석처럼 일상에서 자주 쓰는 제품에 한글 디자인을 입혀 위트가 느껴져요. 행복과 행운을 상징하는 ‘복’이라는 글자를 냉장고를 열 때마다 읽는 거죠. 복을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복이라는 글자를 준비하는 자체가 굉장히 직관적인 위트인 것 같아요. 버금메이킹의 위트 덕분에 한글이나 명태, 효자손이나 나전칠기처럼 당연하거나 잊고 지냈던 우리만의 풍습이 시간을 거슬려 현대적으로 우리 일상에 안착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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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스튜디오로 왕성하게 활동할 때도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변주하는 작업에 관심을 가진 버금은 이제 우리의 일상에 가까운 제품으로 전통을 널리 알려요. 국립중앙박물관의 금제 유물, 국립고궁박물관의 일월오봉도, 프랑스가 반환한 조선왕조의궤 등을 하나의 모티브로 삼아 예술 상품을 만들어 커다란 호응을 받았죠. 우리나라의 전통을 재해석하는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관련된 다른 프로젝트로 뻗어나가고, 그 과정에서 버금만의 가치와 목적을 찾아낸 버금메이킹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 문득 궁금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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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금은 앞으로도 한국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알리고 싶다는 소망을 밝혀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해외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어요. 해외에는 자국의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굿즈를 만드는 경우가 드무니까요. 버금메이킹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습득한 뒤 위트를 더해 새롭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소개하고 싶다고 해요.
최근 유튜브 채널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에서 사카구치 켄타로가 버금메이킹의 효자손을 받았어요. 실용성도 잡고,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도 느낄 수 있느 물건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켄타로의 영상을 보면서 행복을 의미한다는 일본의 마네키네코 이상의 일본의 문화가 궁금해졌어요. 프랑스나 아이슬란드, 이탈리아나 대만도요. 전통을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니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덕분에 미처 몰랐던 자신의 나라의 전통을 새로이 알게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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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금메이킹의 미래가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옥이에요. 대표님의 인생 프로젝트는 신개념 한옥을 디자인하는 거거든요. 요즘 유행하는 퓨전 한옥이나, 부분적으로 모던하게 고친 한옥이 아닌 개념 자체가 신박한 한옥을 만들고 싶다는 대표님의 말에 제가 그리고 쉽게 상상하는 한옥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있어요. 한옥의 자재가 아닌 한옥의 정서를 재현하고 싶은, 그리고 그 방식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버금의 위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버금메이킹의 훗날이 기다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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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레터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모두 '버금메이킹'입니다. ⓒvergum ma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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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달에 룹 이어플러그를 소개할 때, 끊이지 않는 공사 소리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했던 얘기 기억나세요? 결국 이사를 하기로 결심하고 얼른 집을 구했어요. 이번에는 에어컨도 냉장고도 없는 집이에요. 세탁기부터 건조기까지 모든 걸 들여야 하죠. 가전부터 가구까지, 집을 어떻게 꾸려야 하나 고민이 되는 와중에 가장 먼저 사고 싶은 게 떠올랐어요. 버금메이킹의 굿럭피쉬! 광고는 전혀 아니지만, 굿럭피쉬의 상세페이지를 보니 그만 혹하지 뭐예요. 색깔마다 다른 복을 휘어잡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이사 첫 날, 냉장고와 에어컨은 뒤로 한 채 명태부터 천장에 걸어두는 저를 상상하면 웃음이 나요. 내년만큼은 복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물결님께도 행운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Editor 요아 | 언젠가 통나무집에서 살 은근한 계획을 품고 있어요. 장작 타는 냄새를 좋아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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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추천 노래는 장범준 - 아파트예요.
로제의 아파트가 유행하면서, 윤수일의 아파트가 떠올랐죠.
장범준이 윤수일의 아파트를 리메이크했어요. 클래식을 위트로 승화한 사례!
물결님은 어떤 위트를 좋아하나요?
좋아하는 농담이나, 자꾸만 피식하게 되는 애정하는 웃긴 이야기가 궁금해요.
*답장을 남겨 주시면 다음 호 하단에 물결님의 이야기를 실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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