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1. 오페퍼는 어쩌다가 후추에 이렇게 깊게 빠지게 된 것일까요? 오페퍼를 시작한 이유와 오페퍼의 point 1. 오페퍼는 어쩌다가 후추에 이렇게 깊게 빠지게 된 것일까요? 오페퍼를 시작한 이유와 오페퍼의 세 가지 운영 원칙을 소개해요.
|
|
|
point 2. 최종님은 후추입문자인가요, 후추러버인가요? 둘 다 좋아요. 오페퍼에는 입문자도, 덕후도 후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
|
|
point 3. 오페퍼는 후추를 어떻게 브랜딩하고 있을까요? 마지막 장에서는 오페퍼가 자신들의 세계관을 어떻게 구축해가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해요.
|
|
|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린 모양을 딴 로고의 오페퍼는 작은 후추 한 알에서 시작되었어요. 다양한 식료품을 좋아해 여행할 때면 좋은 식재료를 한가득 구매하던 오페퍼의 수장 정록윤 대표님은, 이국에서 우연히 마주친 후추 한 알에 오페퍼를 시작했어요. 그 때 느낀 신선한 후추의 맛과 향. 그 기억이 강렬해 한국에서 후추를 시켰지만, 수입품은 워낙 먼 거리를 건너오는 터라 그 신선함을 만날 수 없었어요.
|
|
|
물결님은 알고 있나요? 후추가 열매라는 사실을요. 덩굴나무에서 자라는 후추는 하나의 열매예요. 그래서 아무런 가공도 하지 않는 후추는 빨간색을 띠고 과일처럼 일정한 산미도 가지고 있죠. 하나의 농산물이기 때문에, 산지에서 너무 멀어지면 당연히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정록윤 대표님이 기존의 수입 후추에 만족할 수 없던 이유가 여기 있어요. 중간 유통 과정이 길고 복잡하기 때문이죠.
|
|
|
오페퍼는 캄보디아 캄폿 지역과 마다가스카르의 화산 지대에서 나는 단품종의 후추를 수입해요. 아무래도 아열대 지방의 기후가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개성 있는 향과 맛을 지닌 후추가 생산돼요. 오페퍼는 최대한 신선한 상태의 후추를 받기 위해 세 가지를 최소화했어요.
|
|
|
첫 번째는 중간 유통과정을 없앴어요.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했어요. 이는 시간도 줄여주지만, 산지의 특성을 최대한으로 머금은 후추를 들여오기 위함이기도 해요. 시중의 후추는 여러 산지의 후추가 섞이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고, 산지의 특성을 풍부히 품고 있는 후추를 만나기 쉽지 않거든요. 두 번째는 최소한의 포장이에요. 상품의 훼손을 막기 위해 필요한 포장만 하고 있죠. 마지막으로는 적은 용량으로 판매하는 것이에요. 보통 후추는 50g 단위로 담겨 판매되는데요. 오페퍼는 15g 단위로 판매해 가장 신선한 상태의 후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
|
|
왜, 무언가 강렬한 경험을 하고 나면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지잖아요. 정록윤 대표님께 후추가 그래요. 오페퍼를 통해 다채로운 후추의 세계,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주고 있어요.
|
|
|
오페퍼는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면 파문이 일듯, 오페퍼에서의 후추 경험이 사람들에게 또 다른 세계로의 파문이 되기를 바라요. 후추 하나로 거창하게 말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오페퍼가 소비자에게 제품을 전하는 노력을 살펴 보자면, 머리를 끄덕이게 될거예요. 오페퍼는 후추라는 생소한 세계를 어렵지 않게, 무겁지 않게 모험할 수 있도록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
|
|
먼저, 소비자가 알만한 단어를 써요. 오페퍼는 제품을 싱글 오리진과 블렌드로 나누었어요. 싱글 오리진은 하나의 산지에서 온 단일 품종의 후추예요. 커피의 싱글 오리진처럼 한 품종의 순수한 개성을 맛보기 좋아요. 우리에게 익숙한, 커피에서 쓰는 개념을 가져와 후추를 설명한 것이죠. 블렌드는 말 그대로 여러 품종을 섞은 제품이에요. 오페퍼가 수입하는 품종을 섞어 선보이고 있어요. 이 구분만으로도 오페퍼를 처음 찾은 사람들에게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해줍니다.
|
|
|
또 하나는 반대로, 후추를 더 재밌고 다양하게 즐기는 것에 대한 고민이에요. 오페퍼에는 ‘뿌추(bbuchu)’라는 후추를 판매하는데요. 바로 ‘뿌려 먹는 후추'의 준말이에요. 그라인더로 갈아쓰는 통후추가 아니라 가루 형태의 후추를 말해요. 오페퍼는 2024년 1월부터 ‘이달의 뿌추 프로젝트(Monthly bbuchu Project)’를 하고 있어요.
|
|
|
매달 오페퍼의 시그니처 후추에 여러 식재료를 섞어 만들어요. 라벤더, 제피, 애플민트, 유자 등 따로 떼놓고 보면 익숙하지만, 후추와 조합하면 새로운 식재료로 다시 태어나죠. 라벤더 후추는 요거트, 치즈, 꿀 등 유제품에 뿌려 먹으면 꽃을 함께 먹는 느낌이 들고요. 제피 후추를 항정살이나 대구 등 기름기 많은 흰색 재료에 올려먹으면 잡내는 잡고 독특한 풍미는 올릴 수 있죠. 오페퍼의 시그니처 블랜더 3종이 묶인 샘플러나 아홉 가지의 레시피가 적힌 레시피 카드도 후추로의 모험을 떠나는데 좋은 시작이 되어줄 거예요.
|
|
|
오페퍼는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해 보여요. 대부분의 브랜드가 브랜딩을 전개하면서 ‘제품이 아닌, 어떻게 우리를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거든요. 제가 본 오페퍼는 두 가지의 갈래로 브랜딩을 전개하고 있어요.
|
|
|
오페퍼는 브랜드 초기부터 장터에 참여해 왔어요. 쓰레기 없는 장터인 ‘없이사장'이나 직거래 농산물을 파는 ‘마르쉐'에 오랫동안 참여하고 있죠. 오페퍼에서 판매하는 후추를 들고 나갈 때도 있고요. 장터에서 만난 제철 채소와 어울릴만한 후추 블렌딩을 가져가기도 해요. 많은 분이 알고 계실 것처럼 마르쉐나 없이사장 모두 지속가능한 농산물 생산과 소비를 향해요. 직거래라는 유통 구조는 식재료의 신선함은 물론, 생산자에게 대가가 제대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드는데 이롭기도 하고요. 장터에서 만나는 다양한 품종의 식재료들은 품종의 다양성 보전에도 이로워요. 쌀을 포함한 상당수의 식재료는 생산성과 시장성이라는 이유로 대량 생산이 잘 되는 품종만 경작되거든요. 오페퍼가 단일 품종의 후추를 수입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예요. 이처럼 오페퍼가 설정한 원칙과 맞닿아있는 활동이 오페퍼의 메시지를 더 진하게 만들어요.
|
|
|
후추를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오페퍼의 활동은 때로는 예상을 빗나가요. 오페퍼는 얼마 전 비주얼 아트 전시회인 ‘웁 페스티벌'에 참여했어요. 공간, 시각 등 모든 비주얼 아트가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만날 수 있는 곳인데요. 오페퍼는 뿌추 갓차머신을 준비했어요. 오페퍼의 뿌추 뿐 아니라 마스킹 테이프, 뿌추 주머니, 문장이 담긴 메모 등의 아이템을 통해 후추가 아닌 다른 물성으로 오페퍼를 느끼게 했죠.
|
|
|
후추를 더 창의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한 장치는 오페퍼 안에도 많이 있어요. 감탄하는 표정의 로고, 긍정적인 무드의 노랑 컬러, 캔디를 연상케 하는 패키징 등에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전하고 있죠. 후추를 통해 인생을 더 창의적인 모험으로 이끌고자 하는 오페퍼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후추의 역사를 알아보고 나만의 후추블렌딩 찾기, 후추를 활용해 요리하기 등의 워크숍이나 페퍼파티(pepper party)를 통해 미식으로서의 후추 경험도 만들어내고 있어요.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면 파문이 일고,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된다는 오페퍼. 누군가는 그 파문을 그냥 지나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 파문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브랜드의 세계에 있다 보면 ‘감도'에 대해 자주 얘기해요. 많은 사람이, 많은 브랜드가 감도를 만드는 방법을 궁금해하죠. 저 역시 그렇고요. 오페퍼를 보면 생각했어요. 미세한 차이에서 오는 감도는, 결국 ‘작은 것에도 감동할 수 있는 능력’에서 오는게 아닐까라고요.
|
|
|
본 레터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모두 '오페퍼'입니다. ⓒ오페퍼
|
|
|
오늘 레터를 쓰면서는 제 부엌에 놓인 후추를 살펴봤어요. 그린, 레드, 화이트, 블랙. 4가지 통후추가 섞여 담긴 그라인더를 쓰는데요. 네 종류의 후추 생산지가 다르더라고요. 제조지는 또 다르고요. 각 4개의 나라에서 출발한 이 후추들은 또 다른 나라에 가서 담겨, 어떻게 제가 사는 동네의 마트 진열장에까지 오게 되었을지 그 경로를 머릿속에 떠올려봤어요. 동시에 오페퍼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본 것처럼,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후추를 뿌려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오페퍼의 이야기처럼 일상의 작은, 새로운 떨림을 여럿 발견한 것 같아서 조금 들떠요.
Editor 초이 | 매력적인 브랜드 뒤에는 늘 매력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
|
|
📮 물결님이 보내주신 답장이에요 ✉️
93호 <스텔톤>편의 질문은 '흔들리지 않는 나의 가치관은 무엇인가요?'였습니다. 아직 레터를 못 읽었다면 여기에서 볼 수 있어요.
"저는 비건이에요. 동물성 식품을 일체 먹거나 사용하지 않는게 저의 건강한 고집입니다 :) 그래서 돌멩이레터에서 브랜드 오트사이드, 얄라를 소개했을 때 너무 기뻤어요! 저부터 실천하다보면 동물을 먹지 않는게 여성이 투표권을 갖게된것처럼 미래에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될거라 믿어요! 동물, 자연, 인간이 모두 행복하게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그려봅니다 ☺️ (돌멩이레터에도 실릴 수 있도록 제 브랜드도 열심히 꾸며볼거예요! )" from. 문둥 물결님
|
|
|
오늘의 추천 노래는 소금&오혁 - 야유회입니다.
높은 가을의 하늘과도, 오페퍼의 긍정적인 무드와도 잘 어울려 선정해보았어요.
물결님, 오늘 먹은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답장을 남겨 주시면 다음 호 하단에 물결님의 이야기를 실어드릴게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