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뱅 쇼메, 프랑스, 찬란(배급), 2014

프랑스 영화……? 라고 갸우뚱하며 본 영화예요. 건대 입구 근처 영화관에서 심야 영화로 봤었죠. 어릴 적 부모를 잃고 두 명의 이모와 함께 사는 폴은 어딘가 멍해 보여요. 폴의 일상을 이루는 건, 폴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만들고 싶어 하는 이모들에 의해 치는 피아노와 그가 좋아하는 간식 슈게트 뿐이죠. 그러던 어느 날 집 4층에 위치한,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프루스트'의 집에 들어가게 돼요. 온갖 초록의 풀이 가득한 공간이었죠. 마담 프루스트가 전해준 마들렌과 차 한잔에 폴은 기절하고 맙니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어릴 적 엄마와 아빠. 아기가 된 폴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이 영화는 치유로서의 ‘기억’에 관한 영화예요. 때론 기억은 미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죠. 물결님의 머릿속에는 어떤 기억이 있나요, 물결님의 지금의 모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기억은 무엇인가요? 기억은 때로 왜곡된다고 하죠. 사실을 논할 때라면 기억의 왜곡이 당연히 문제가 되겠지만, 기억이 해석에 가깝다면요. 그렇다면 때때로 어떤 기억은 다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날 좋은 낮, 또는 아주 깜깜한 밤 영화를 시청해 보세요. 물결님이 마주해내고 싶은 기억과 함께요.

좋아하는 대사  👀

도이 노부히로, 일본 TBS, 2016

두고 두고 간직하고 봐도 의미 있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죠. 제게는 2016년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가 그런 의미를 지녀요. <중쇄를 찍자!>는 총 10부작으로, 한 화당 한 시간이 채 안 되어 마음 먹고 이틀 만에 정주행해도 금세 끝나고 마는데요. 출판사 홍도관의 주간 만화 잡지, ‘바이브스'에서 이루어지는 에피소드가 촘촘히 짜여 있어요. 유도 국가대표 후보였지만, 부상으로 은퇴한 쿠로사와 코코로가 바이브스에 입사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이 꽤 많아요.

모든 에피소드가 인상 깊지만,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그런지 영업 사원인 코이즈미 준의 에피소드에서 많이 뭉클했답니다. 의지와 상관 없이 영업부에 발령받아 하루하루 견뎌내는 코이즈미 준이 영업에서 즐거움을 얻게 되는 그 과정이 제게도 와닿았어요. 이외에도 재능을 의심하는 물결님께, 꿈이 있는 물결님께, 종종 무기력해지는 물결님께 <중쇄를 찍자!>를 건네요.

좋아하는 대사  👀

이지원, 민음사, 2016

그래픽 디자이너 이지원님이 쓴 ‘명치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는 어느덧 40대가 된 X세대의 에세이집이에요. 꼰대가 되기는 싫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왜 저럴까' 하며 분노가 이는 상황을 글로 풀어내었죠. 마트에서 카트에 아이를 태우고 질주하는 부모, 버스에서 카드가 안 찍혀 난감해하는 사람에게 버럭 소리 지르는 누군가, 아파트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 말이에요. 저자의 분노에 솟아나는 공감으로 키득키득하다가도 문득, 누군가를 향한 ‘왜 저럴까?'라는 질문이 나에게 온 적은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뜨끔했어요. 너무 자명한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때로는 한없이 무겁게 다가와요. 편한 자세가 가능한 카페의 의자나 캠핑장에서 읽어보세요. 가볍고 유쾌하게 읽히지만 어쩐지 묘하게 계속 생각날 거예요.

좋아하는 구절  👀

소람, 수오서재, 2024

최근에 책 한 권을 선물로 받았어요. 제목은 <오늘도 혼자 클럽에서>였어요. 스물 적에 클럽 분위기에 호되게 당한 적 있는 저는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의심했는데, 그 걱정은 한 화를 읽고 바로 사라졌어요. 제가 생각하는 클럽은, 제가 다녀왔던 클럽과 정반대의 클럽이 그곳에 적혀있었거든요. 책을 읽으면서 급기야 책을 쓴 소람 작가님과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레이빙을 하는 듯한 상상에 빠질 만큼 미디어가 만든 클럽에 대한 편견을 지워내요. 여름이 되면서 여러 페스티벌이 열리고, 클럽이 다시 오픈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정말 춤을 추기 위해, 음악을 듣기 위해 클럽에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해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며 곧 혼자 클럽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겠다는 신기한 마음이 섰어요.

좋아하는 구절  👀

오늘의 추천 노래는 LEELAMARZ - Trip 예요.
아무런 계획도 없이 여행갈 때 듣는 음악이에요. 물결님의 휴가처도 궁금해지네요.

물결님은 여름 휴가에 어떤 콘텐츠를 보실 예정인가요?

물결님이 요즘 보고 싶거나 보고 계신 콘텐츠가 궁금해요.

*답장을 남겨 주시면 다음 호 하단에 물결님의 이야기를 실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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