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물 속으로 뛰어드는 펭귄을 ‘퍼스트펭귄'이라고 해요. 더퍼스트펭귄(THE F point 1.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물 속으로 뛰어드는 펭귄을 ‘퍼스트펭귄'이라고 해요. 오늘 소개할 더퍼스트펭귄(The First Penguin)은 공간 디자인계의 퍼스트펭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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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2. 더퍼스트펭귄은 공간을 브랜드와 결합하여 디자인해요. 공간을 둘러싼 요소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디자인하죠. 더퍼스트펭귄이 만든 인상적인 공간을 소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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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3. 마지막 장에서는 더퍼스트펭귄의 일하는 방식을 공유해요. BI에서 그래픽, 건축과 인테리어까지. 더퍼스트펭귄이 어떻게 공간의 맥락을 엮어내는지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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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따라 다른 카페를 가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인사이트를 얻고 싶을 때는 실내와 야외의 경계가 거의 없는 카페를 갑니다. 햇살이 잘 드는 곳으로요. 망중한을 즐길 때는 테라스가 있는 카페를 가고요. 결과물을 내야 할 때는 어두운 조명의 카페를 갑니다. 익숙함이 지배하는 집에서는 기어코 쉬고 마는지라, 카페는 제게 생산적인 시간을 주는 공간이에요.
오늘 소개할 돌멩이는 이러한 공간을 만들어요. ‘미래를 바꾸는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디자인 스튜디오 ‘더퍼스트펭귄'을 소개합니다. 브랜드에 기반해 공간의 통합적인 경험을 디자인해요. 손님이 가게를 찾아오기까지의 경로, 주문을 주고받는 과정, 제품의 가격, 메뉴판, 동선 등 공간을 둘러싼 모든 것이 더퍼스트펭귄에게는 디자인의 대상이에요. 공간이 어떤 경험을 줄 것인지를 설정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디자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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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브랜드 경험을 일컫는 BX(Brand Experience)의 영역이기도 해요. 로고나 패키지처럼 브랜딩과 그래픽에서 건축, 설계까지. 한 회사에서 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 모든 영역을 수행하는 더퍼스트펭귄의 배경에는 최재영 대표님의 독특한 이력이 있어요. 기업의 브랜딩 담당자였던 최재영 대표님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요. 영감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요. 그리곤 고려대 앞에 ‘더퍼스트펭귄’이라는 카페를 열었어요.
지금이야 카페가 커피를 마시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만 2010년에는 카페에 오래 앉아있는 문화조차 없던 때예요. 최재영 대표님은 카페가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카페에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구성해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하게 했죠. 카페를 물리적인 공간으로 보지 않고, 영감을 주는 콘텐츠로 접근했던 것이죠. 그러자 카페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최재영 대표님을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더퍼스트펭귄 카페가 커피를 팔지만, 기존의 카페와 어딘가 달라 보였기 때문이죠. 카페 설계와 관련한 요청이 점점 많아지자 2012년, 카페를 닫고 인테리어 에이전시로서의 ‘더퍼스트펭귄'을 열었어요. 그 후로 통합적인 공간 경험을 디자인하는 곳으로 확장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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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스트펭귄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공간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관점에 있어요. 처음 인테리어 스튜디오로 시작하고 일을 하면서 최재영 대표님은 기존 시장의 문제를 발견해요. 바로 인테리어와 나머지 요소가 묶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인테리어, 설계, 시공 등이 모두 나뉘어져 있었기 때문에 조명과 가구를 신경 써서 디자인해도 그 뒤로 따라오는 메뉴판이나 간판, 작은 소품들이 전혀 같은 맥락에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 거죠.
그렇게 깨달은 것이 ‘공간은 브랜드와 결합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였어요. 그 후로는 간판이나 메뉴판, 컵, 나아가 종업원의 자세까지 직접 디자인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렇게 더퍼스트펭귄은 인상적인 포트폴리오를 많이 쌓아왔어요. 두 공간을 소개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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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이름의 ‘.txt’는 커피를 주문하는 방식에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녹아져 있어요. 북촌 끝자락, 정확히 어디에 있다고 설명하기 어려운 곳에 있는 .txt는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에서도 15분 정도가 걸려요. 찾아오는데 수고스러움이 들어가죠. 더퍼스트펭귄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그에 맞는 환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생각한 것이 주문 방식입니다. 나를 위한 커피를 만들어준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주문서에 메뉴를 직접 작성하도록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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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음료를 원하는지, 차가운 음료를 원하는지, 얼음의 양은 얼마나 원하는지, 온도는 어느 정도를 원하는지, 라떼나 카푸치노의 거품은 풍성한 게 좋은지 부드러운 게 좋은지, 우유량은 얼마큼을 원하는지 체크해요. 그리고 주문서를 바리스타에게 주면, 이를 토대로 커피를 만들어요. 오가는 짧은 대화와 함께요. 그렇게 눈앞에서 만들어준 커피는 정말 내가 주문한 음료를 받았다는 경험을 줍니다. 직접 원두 로스팅을 하는 .txt의 정체성과도 무척 잘 어울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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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에 위치한 Peak Square는 자연 경관이 좋은 곳에 있어요. 러프하면서도 고요한 바다를 끼고 있죠. 손님들이 자연을 온전히 느끼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건물 자체를 두 동으로 나눕니다. 카페에는 다양한 소리가 있어요. 그라인더로 원두를 가는 소리, 우유를 휘핑하는 소리, 주문을 받고 메뉴가 나왔음을 알리는 소리. 이 소리들이 소음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주문하는 공간과 음료를 마시는 공간을 분리했어요. 건물의 임팩트나 효율을 생각하면 하나의 공간으로도 만들 수 있었지만, 그보다 공간에서의 경험을 우선시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죠. 더퍼스트펭귄은 이 외에도 다이닝 식당, 스테이, 브루어리 등 다양한 영역의 공간을 만들어왔어요.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익숙한 곳이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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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스트펭귄은 에이전시에요. 클라이언트, 즉 프로젝트를 문의하는 사람이 따로 있죠. 그래서 에이전시와 클라이언트의 합이 정말 중요해요.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방향, 생각하는 깊이나 퀄리티의 정도, 예산과 시간 등 결과물을 내기 위해 서로 맞추어야 할 여러 요인이 있죠. 더퍼스트펭귄은 클라이언트로부터 ‘자기다움'을 꺼내요. 통합적인 공간 경험을 디자인하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에요. 결국은 공간을 만들어 나갈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담겨야 오래갈 수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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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대표님은 클라이언트와 정말 긴밀하게 오래 대화를 나눠요. 처음에는 카페로 돈을 벌 생각이던 클라이언트가 나중에는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먼저 얘기할 정도죠. 가장 많이 알려진 ‘카페 진정성’ 의 본점 리노베이션 작업도 그렇게 이루어졌어요. 김포 하성본점에는 넓은 잔디마당이 있고, 그 잔디마당을 가게 내부에서 바라볼 수 있어요. 이 구조는 클라이언트의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과 부모들이 편히 앉아 아이들을 살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라는 요청으로 설계되었어요. 신도시인 김포에는 아이들과 함께 카페를 방문하는 부모들이 많았는데, 더 편하게 공간에 머물다 갔으면 하는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잘 포착해 담아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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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 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지키는 또 하나의 원칙은 특정한 디자인 사조를 좇지 않는 것이에요.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니까요. 작업자의 철학이나 앎이 아닌, 공간의 역할에 따라 프로젝트를 바라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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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더퍼스트펭귄은 자신들의 지난 10년을 기록한 책 ‘WORK IN PROGRESS’를 펴냈어요. 지난 10년을 정리한 아카이빙북이자 동시에 다음 10년을 향한 출사표라고 해요. 저는 작업물을 보면서 더퍼스트펭귄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정의해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공간에 관한 모든 유형의 크리에이티브를 수행하는 더퍼스트펭귄이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건 기존의 직업이나 직무를 기준으로 삼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이에요. 영감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서 퇴사했다는 최재영 대표님의 이야기처럼요. 자신들이 하는 일을 자신들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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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레터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모두 '더퍼스트펭귄'입니다. ⓒthefirstpeng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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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크리에이티브의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감명 깊었어요. 저는 기획일도 함께 하고 있는데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모호한 직무죠. 그렇지만 그만큼 저 자신을 규정짓는데 제한이 없다고 생각해요.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시작해 브랜딩, 건축까지 아우르는 공간의 통합적인 경험을 설계하는 영역까지 확장한 더퍼스트펭귄. 자신에게 잘 맞는 이름을 입었다고 생각했어요. 오늘은 모든 창작자분께 응원을 보내고 싶어요. 무에서 유를 만드는 모든 물결님, 화이팅!
Editor 초이 | 매력적인 브랜드 뒤에는 늘 매력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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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님이 보내주신 답장이에요 ✉️
87호 <캄오>편의 질문은 '나만의 티 조합 상상하기'였습니다. 아직 레터를 못 읽었다면 여기에서 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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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과일 향이 나는 차에 우유 조금, 알룰로오스 조금 넣고 밀크티로 만들어 마시면 정말 맛있습니다👍" from. 송은 물결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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