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님, 오늘의 브랜드는 나무로 모빌을 만드는 우들랏(Woodlot)이에요. *오늘 돌멩이레터는 2시간 늦은 오후 6시에 발송해드려요.
|
|
|
|
point 1. 물결님, 오늘의 브랜드는 나무로 모빌을 만드는 우들랏(Woodlot)이에요. 큐레이터와 에디터로 일하던 김승현 대표님은 어떤 이유로 우들랏을 열었을까요?
|
|
|
point 2. 완만한 언덕에 위치한 우들랏 매장은 하나의 갤러리 같은 느낌을 줘요. 무심코 지나다가도 한 번씩 시선을 두게 돼죠.
|
|
|
point 3. 우들랏을 오픈할 때만 해도, 주변 사람들의 우려가 컸어요. 누가 나무로 만드는 소품을 찾냐는 것이었죠. 지금의 우들랏은 그래서 더 특별해요. 우들랏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를 얘기해 드려요.
|
|
|
산림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생산물, 또는 숲 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닌 우들랏(Woodlot). 걸리는 것 없이 부드러운 발음으로 읽히는 우들랏은, 나무로 모빌을 만드는 브랜드에요. 전체가 나무로만 이뤄진 모빌도 있고요. 나무와 낚싯줄, 황동선을 활용해 만들어진 모빌도 있어요. 나무라는 무게 중심 위로 가볍고 여린 소재들이 만드는 움직임을 보고 있자면, 잠시 생각을 멈추게 돼요.
우들랏은 2019년, 서울 연희동에 문을 열었어요. 미술 이론을 공부하고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잡지사의 에디터로 일하던 김승현 대표님이 시작했죠. 16년여간 직장생활을 하던 김승현 대표님은 8년 전쯤 회사를 그만두었어요. 나인투식스(9to6)라는 정해진 시간에 일하기보다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집중하여 결과를 내고 싶었죠. 16년여를 다른 누군가의 창작물을 알리는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나의 창작물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
|
|
그렇게 스스로에게 귀 기울이며, 혼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찾았어요. 그때 목공이 떠올랐어요. 원래 관심이 있던 것이기도 했고, 또 나무는 혼자 다루기에 많이 어렵지 않은 재료였어요. 미술 이론이라는 전공과 더불어 다양한 디자인과 예술작품을 해석해, 글로 풀어내는 일을 했던 시간이 스스로에게 확신을 주기도 했어요. 그간 쌓인 감각을 발휘해 무언가를 만든다면 잘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죠. 처음에는 가구를 만들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가구는 이미 잘하는 브랜드도 많고, 부피가 크기 때문에 재고관리에 어려움이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소품을 생각했어요. 가게를 얻고 매일 매장에 나와 나무 숟가락, 펜 트레이, 리스, 모빌 등을 하나씩 만들었죠.
하루는, 가게에 한 손님이 방문했어요. 아직 개업을 하기 전이었어요. 간판도 달지 않고, 제품의 가격을 정하기도 전이었죠. 여러 제품을 둘러보던 손님이 선택한 제품은 모빌이었어요. 그리곤 손님이 가격을 묻자, 엉겁결에 얘기한 가격으로 판매한 모빌. 어떤 소품을 만들지 고민하던 즈음, 이 일을 계기로 김승현 대표님은 ‘아, 나무로 만든 모빌이 경쟁력이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나무로 모빌을 만드는 브랜드는 없었거든요. 그 후로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본인이 가장 밀도 높게 일할 수 있는 때에 모빌을 만들고 있어요.
|
|
|
우들랏의 매장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우들랏은 서울 연희동의 증가로라는 곳에 있어요. 동네의 중심인 사거리와 홍제천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위치해있죠. 이 길을 지나다 보면 한 번쯤은 시선을 우들랏에 두게 돼요. 날씨가 화창한 날, 시원하게 비가 오는 날, 혹은 빨래방에 가는 길 어두워진 밤에 홀로 조명으로 빛나는 우들랏을, 한 번쯤은 꼭 들여다 보게 됩니다.
|
|
|
매장 앞에 커다란 가로수, 하얀색 프레임을 가진 우들랏 매장은 전체가 통창으로 되어 있는데요. 그 안으로 여러 색과 여러 모양을 지닌 모빌이 보이죠. 창 안으로 멈춰있는 모빌들을 보면서 그 움직임을 상상해 보곤 합니다. 그리곤 그 안쪽으로 김승현 대표님이 작업하는 모습이 보여요. 우들랏은 제품을 만드는 작업공간과 제품이 전시된 공간이 서로 오픈되어 있는데요. 모빌과 함께 ‘아, 저 사람이 이것들을 만드는 사람이구나’ 하며 우들랏에 대한 인상을 심고 지나가죠. 아주 찰나이지만 말이에요.
|
|
|
찰나에 인상을 받는 경험. 미술관에서 자주 느껴요. 처음 보는 작품들이지만 순간적으로 어떤 인상이 마음에 남죠. 큐레이터로 일했던 김승현 대표님은 이를 의도했다고 해요. 매장 안에 제품의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우들랏을 찾는 사람들이 편하게 들어와 모빌을 보길 원하는데, 가격표가 붙어있다면 순간 모빌을 제품으로만 인식하고 또, 사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모빌 자체만 볼 수 있도록, 각 모빌의 가격은 가게의 입구에 설치된 핸드폰 안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해두었어요. 제품에도 많은 설명을 붙이지 않았어요. 영감을 받은 주제 정도만 알 수 있는 이름과 가격이 전부이죠.
|
|
|
우들랏의 매장이 갤러리 같은 데에는 우들랏 특유의 친절함도 있어요. 미술관에서 여유롭게 작품을 보는 경험을 우들랏에서도 할 수 있는데요. 매장을 찾은 고객이 궁금한 것이 생길 때까지의 시간을 주어요. 모빌을 찬찬히 구경하고, 궁금한 것이 생겨 김승현 대표님께 물어본다면 거기서부터 대화가 시작돼요. 이렇게 구매한 모빌은 어쩐지 더 많은 애정을 쏟게 됩니다.
|
|
|
처음 나무로 소품을 만드는 브랜드를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대도 많았어요. 나무로만 만든 소품을 누가 사겠냐는 이야기들이었죠. 이러한 이야기들은 오히려 김승현 대표님의 행동에 불을 지폈어요. 대부분 이러한 반응일 것 같아서 더 이상 주변에 물어보지도 않았죠. 청개구리 기질이 발동한 김승현 대표님은 그 길로 살던 집을 팔고 지금의 건물을 사 우들랏을 만들었어요.
이러한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들랏은 오픈 첫 달 10개의 모빌을 팔았어요. 되게 만들 거라는 청개구리의 마음 반, 몇 개월은 매출이 없을 거라는 우려의 마음 반으로 시작했던 터라, 연희동의 골목까지 우들랏을 찾아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죠. 그 후로는 소품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무로 만든 모빌이 있다며 제법 입소문도 나고, 또 여러 화보 촬영의 소품으로도 얼굴을 많이 비추었어요. 그리고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죠.
|
|
|
우들랏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에는 김승현 대표님의 ‘스스로에 대한, 제품에 대한 고집'이 있어요. 우들랏이 알려지면서 작가로서 참여하는 전시 문의를 많이 받았다고 해요. 그러나 김승현 대표님은, 본인이 아닌 우들랏이라는 브랜드 혹은 하나의 모빌로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바라요. 개인이 돋보이기 보다는 우들랏의 제품이 누군가의 공간에서 그 쓰임을 다하기를 원할 뿐이죠.
규모도 일부러 키우지 않고 있어요. 현재 우들랏은 김승현 대표님 혼자 운영하고 있는데요. 스스로가 돈을 많이 벌 거나 규모를 키우는 일에 관심이 없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제품의 질을 유지하기 위함이에요. 컨트롤할 수 있을 만큼, 제품에 집중할 수 있을 만큼의 규모를 스스로 알고 유지하는 것이죠. 확실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한 김승현 대표님의 모습이, 꼭 우들랏의 묵직한 모빌을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
|
|
본 레터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모두 '우들랏'입니다. ⓒWoodlot
|
|
|
우들랏의 모빌은 제가 독립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들인 인테리어 소품이에요. 책상과 침대, 밥솥과 모니터 다음으로 구매한 것인데요. 동네를 지나가다 우연히 보게 된 모빌이 계속 잔상이 남아 구매하게 되었어요. 글을 쓰는 지금, 제 눈앞에도 보입니다.
이번 레터를 쓰면서, 저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요. 누군가가 나에게 모빌을 왜 샀는지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요. 모빌을 구매할 때, 동생이 왜 모빌을 구매하는지 물었었거든요. 당시에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었는데요. 글을 다 쓰고 나서는, 나의 모습을 닮아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무용과 쓸모, 아름다움과 민낯, 표출과 침묵, 쉼과 질주, 긴장과 느긋. 우리의 일상은 이 사이에서 흔들리다가 균형을 찾는 것을 반복해 나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이다가 다시 무게의 중심축을 찾는 모빌처럼요.
Editor 초이 | 매력적인 브랜드 뒤에는 늘 매력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
|
|
오늘의 추천 노래는 September Song - Ray Brown 입니다.
음악을 들으며, 머릿속의 모빌의 움직임을 상상해보세요.
물결님은 어떤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있나요?
*답장을 남겨 주시면 다음 호 하단에 물결님의 이야기를 실어드릴게요.
|
|
|
💌 물결님이 보내주신 답장이에요 💌
81호 <얄라>편의 질문은 '초록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였습니다.
아직 레터를 못 읽었다면 여기에서 볼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브랜드 얄라 운영하는 백수정입니다. 사실 돌멩이 레터를 모르고 있었는데, 친구가 링크를 공유해줘서 읽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이제까지 진행했던 활동들이나 사진, 인터뷰들을 모아 꼼꼼하게 얄라의 이야기를 담아주셨더라고요. ㅠㅠ 얄라가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와 메세지들이 잘 전달되고 있나..? 늘 고민하고 불안할 때도 많은데,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초록에디터님 어디계시죠..? ㅎㅎ 직접 인사 드릴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돌멩이레터 응원하고 초록에디터님의 앞으로의 모습도 응원하고 싶어요 !!" from. 수정 물결님(얄라 대표님)
"얄라 브랜드에 관심이 믾아졌어요. 초록님의 작별인사가 저에게 주는 응원과 축복같네요. 저 역시 초록님께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어디서든 싱그럽게 피어나시길 응원해요." from. 산들바람 물결님
외 나머지 답장도 '에디터 초록'에게 잘 전해졌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