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님, 'yalla!'라는 아랍어 들어본 적 있나요? point 1. 물결님, 'yalla!'라는 아랍어 들어본 적 있나요? 오늘은 일에 떠밀려 제대로 된 식사 한번 하기 어려웠던 마케터가 자리를 박차고 나와 ‘얄라!’를 외치게 된 이야기 들려드릴게요. |
|
|
point 2. 후무스 하나만 보고 시작했던 브랜드가 생기로운 식탁을 만드는 '채소 간편식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
|
|
point 3. 고객과 때론 느슨하게, 때론 밀도 높게 만나며 궁극적으로 얄라가 전하고 싶은 진심을 살펴봤어요. 마지막으로 물결님에게 채소의 강인함을 담아 응원을 보냅니다.
|
|
|
오늘 물결님에게 소개해 드릴 브랜드는 채소 간편식 브랜드 '얄라!(yalla!)'입니다. 얄라는 아랍어로 "가자!"란 뜻인데요, 그 외에도 시장에서 상인들이 "골라 골라"하고 외칠 때나 스포츠 경기에서 "파이팅! 가 보자!"하고 응원할 때 두루두루 쓰이는 단어예요. 우연히 레바논의 어느 시장 풍경을 영상으로 접한 얄라 백수정 대표님은 힘차고 생동감 넘치는 이 단어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곧바로 힘을 북돋아주고 싶다는 응원의 마음을 담아 브랜드 이름을 'yalla!'라고 지었답니다. 누구를 향한 응원이냐고요? 얄라의 yalla!는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든 이를 향한 응원이에요. 흔히 '잘 먹고 잘 산다'를 얘기할 때, 방점은 잘 사는 것에 찍히기 마련이잖아요. 백수정 대표님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잘 살기 위해서는 '잘 먹는 것'이 첫 번째라는 걸 깨달았죠.
|
|
|
이야기는 약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반복되는 야근과 강도 높은 스타트업 업무에 시달려 야식과 폭식을 반복하며 건강을 잃어가던 백수정 대표님(당시엔 마케터)은 '더는 안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옆엔 역시나 소화제를 달고 살며 몸도 마음도 지쳐가던 동료와 비건 지향이었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이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던 또 다른 동료가 있었고요. 백수정 대표님은 직장 생활 이전에 독일 베를린에서 1년 정도 머문 적이 있는데요,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고민하던 중 독일에서 단돈 7유로에 팔던 후무스 플래터가 떠올랐대요. 각종 절임 야채와 구운 야채, 후무스, 피타브레드를 입안 가득 머금었던 순간이 너무 행복했거든요. 그 기억으로 다짜고짜 동료들에게 후무스를 팔아보자고 했는데, 마침 건강한 식생활이 간절했던 두 동료가 단번에 고개를 끄덕이며 얄라가 시작되었어요.
|
|
|
후무스는 삶거나 찐 병아리콩과 올리브유, 참깨 등을 갈아 만든 중동 지방의 대표적인 음식이에요. 입자가 고운 매시트 포테이토와 식감이 비슷하답니다. 잼처럼 빵에 발라 먹거나 디핑 소스로 크래커에 찍어 먹기도 해요. 잼이나 디핑 소스와 다른 점은, 병아리콩이 주재료다 보니 단백질과 식이섬유 함량이 높고 지방과 나트륨 함량은 낮다는 거예요. 또 샐러드부터 떡볶이, 커리, 파스타 등 각종 요리에 곁들여도 곧잘 어울려요.
|
|
|
얄라를 창업하기로 결심하고 셋은 온오프라인 시중에 있는 모든 후무스를 사 먹으며 시장조사에 들어갔어요. 당시 해외에서는 후무스가 저렴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건강식으로 자리 잡아 막 인기를 얻고 있었던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고 비싸기까지 했죠. 특히 후무스가 유명하다는 식당에서도 후무스는 메인 메뉴이기 보단 사이드에 가까웠고, 그런데도 빵과 함께 시키면 몇만 원대를 훌쩍 넘겼어요.
|
|
|
얄라는 후무스를 가끔 먹는 고급식이 아니라 누구나 쉽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으로 포지셔닝했어요. 시거나 자극적인 맛은 줄이고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더해 한국인의 입맛과 정통 후무스의 맛을 조화롭게 살렸고요. 물론 100%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고 설탕이나 합성보존료는 전혀 넣지 않았어요. 주변에 워낙 시식을 많이 권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던 터라 맛에 대한 확신은 있었어요. 문제는 대량 생산과 제품화였죠.
운이 좋게도 그즈음 공유 주방 플랫폼 위쿡과 와디즈가 함께 만든 '더푸드메이커스' 프로젝트 소식이 들려왔어요. 프로젝트에 지원해 더푸드메이커스 1기로 당당히 선정된 얄라는 주방 공간 대여와 식품사업 관련 컨설팅 등의 지원을 받으며 제품 생산에 몰두하기 시작했어요. 새벽에 일어나 밤까지 일하는 생활이 한 달 넘게 이어졌지만, 직장생활과 달리 스스로 선택한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죠. 그렇게 탄생한 얄라 후무스는 펀딩 한 달 만에 목표액의 6,115%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어요.
|
|
|
제품 제조와 생산에 집중했던 사업 초반과 달리, 어느 시점이 되자 백수정 대표님은 마케팅이나 디자인 등 브랜드 전반을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2022년 여름, 2019년 가을부터 달려온 얄라를 잠시 멈추고 재정비에 들어갔어요. 먼저 기존의 로고를 더 간결하고 단단하게 바꿨어요. 또 yalla에 느낌표(!)를 붙여 생동감을 더했죠. 채소 그대로의 모습과 색을 살려 패키지도 리뉴얼했어요.
가장 큰 변화는 얄라의 중심을 후무스에서 채소로 확장했다는 점이에요. '①하나의 채소가 주인공일 것 ②맛과 색이 뚜렷할 것 ③순 식물성 식품일 것' 이 세 가지 기준을 세우고, 후무스 외에도 채소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요리를 개발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선보이게 된 게 바로 베지커리예요. 얄라 베지커리는 비교적 신맛이 강한 코코넛 밀크 대신 직접 개발한 백태콩과 캐슈넛 페이스트를 넣어 6시간 이상 천천히 끓여 만들어요. 덕분에 언제 먹어도 속이 편하면서도 깊고 진한 맛이 특징이죠.
|
|
|
이렇게 브랜드를 재정비하기 위해 얄라는 무려 10개월이란 시간을 과감히 투자했어요. 수십 권의 책을 읽고, 식사의 경험에 대해 인터뷰하고, 생각하고 기록하고 수정하고 다시 생각하고… 브랜드가 잠시 쉬어가는 기간으로는 절대 짧지 않은 그 시간 동안 얄라는 왜 얄라여야 하는지 집요하게 파고들었어요. 작년 12월, 초록 스튜디오가 운영하는 카페 문래방구에서 수많은 질문과 답이 오갔던 얄라의 긴 여정을 전시로 풀어 공유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전시를 찾아 준 분들에게 다시 이런 질문들을 던졌죠. '어떤 마음으로 어떤 식사를 하고 있나요? 가장 맛있게 먹은 채소 요리는요?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
|
|
먹는 게 건강해지면 삶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해요. 생각이 달라지고, 말과 대화가 달라지고, 마침내 생활이 점점 회복되는 것을 백수정 대표님은 몸소 경험했죠. 얄라를 만들며 시작한 요가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 굳어진 몸을 풀며 어떤 요리를 해 먹을까 생각하는 게 일상이 되었어요. 마인드풀 이팅(마음챙김 식사)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식사 시간에 영상을 보거나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음식을 입에 넣은 뒤 오롯이 음식의 감각에만 집중하는 습관이 생긴 거예요.
잘 차린 한 끼 식사는 포만감은 물론, 전보다 더 다양한 맛을 느끼고 생기를 얻을 수 있게 해주었어요. 백수정 대표님은 얄라를 만들고 운영하며 생기로운 식탁으로부터 더 다정한 세상이 만들어진다고 믿게 되었죠. 후무스나 베지커리, 비건 혹은 베지테리언. 예전에 비하면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들이지만, 여전히 조금 낯설기도 하잖아요. 백수정 대표님은 채소 중심의 건강한 식사가 삶을 뿌리부터 바꾸는 경험을 많은 이와 적극적으로 나누고 싶어 해요.
그래서인지 얄라는 고객과 만나는 일에 진심이에요. 브랜드 리뉴얼과 함께 오픈한 얄라 자사몰에서는 얄라 제품을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들(joyful kitchen)을 볼 수 있는데요. 재밌는 건 얄라가 제공하는 레시피만큼이나 고객이 공유하는 레시피(my one plate)도 많다는 거예요. 후무스와 베지커리, 플랫브래드 자체가 활용도 높은 재료들이다 보니 커리를 이용해 빵을 만드는 분부터 각종 샐러드까지, 기발하고 알록달록한 요리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
|
|
이렇듯 브랜드와 고객 사이 느슨한 핑퐁이 오가는가 하면, 오프라인에서 직접 고객을 만나는 밀도 높은 시간을 갖기도 해요. 여담이지만, 돌멩이레터에서 많은 브랜드를 다뤄오며 특히 작은 브랜드에게 팝업이란 얼마나 공수가 많이 드는 일인지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는데요. 얄라는 리뉴얼 전후로 정말 많은 팝업에 참여하거나 직접 팝업을 열어 왔더라고요. 비건페스타 같은 큰 행사부터 로컬 중심의 크고 작은 마켓이나 팝업에 부지런히 참여하는 등, 그 성실함이 놀라웠어요.
기억에 남는 건 요가하나와 함께한 <no phone mode> 팝업. 한 시간 동안 요가를 함께 나누고, 얄라가 준비한 후무스 플래터로 10분 동안 아무 말 없이 '씹기'에 집중해요. 그리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죠. 돌멩이레터에서 소개한 적 있는 아침(Achim)과 보난자커피가 함께 만든 건강한 아침 문화 마켓 <얼리버즈 게더링>에 참가하는가 하면, 최근엔 <주말의 브런치 - 바빠도 속 편한 우리집 식탁>이라는 3개월짜리 모임을 갖기도 했어요. 이 모임에서는 자취 13년 차 백수정 대표님이 빠르고 간편한 평일의 집밥과, 여유로운 주말을 위한 레시피를 공유해요. 또 참여하신 분들도 각자의 집밥을 공유하고, 서로 응원하는 시간을 보내죠. 3개월 뒤 조금 더 생기로워진 모두의 식탁을 기대하면서요.
|
|
|
이렇게 고객과 여러 접점에서 만나는 시간을 지나며, 얄라의 뜻은 더 또렷해졌어요. 단순히 식품을 만드는 일을 넘어 일상에서 건강하게 식사하는 일, 나아가 좋은 마음으로 잘 살아가는 일을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다는 거예요. 올해 얄라는 새로운 채소 식품을 준비 중이에요. 또 콘텐츠나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식탁에서 일어나는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내보는 게 목표라고 해요. 얄라는 앞으로도 채소의 강인함을 담아 더 다정하게, 더 활기찬 모습으로 물결님의 생기로운 일상을 응원할 예정이에요. 'yalla!'하고요!
본 레터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모두 '얄라'입니다. ⓒYalla
|
|
|
물결님, 안녕하세요. 에디터 초록입니다.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요. 저는 가끔 미친 사람처럼 토마토가 먹고 싶어져요. 올리브유에 구워 소금 톡톡 친 뜨뜻한 토마토는 언제나 틀림없이 저를 행복하게 해요. 시금치나 치즈를 곁들일 때도 있는데, 아무튼 토마토를 먹습니다. 어제도 그렇게 토마토를 구워 먹었어요. 구운 채소의 참맛을 아는 브랜드를 기꺼운 마음으로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든 물결님을 단숨에 행복하게 만드는 물결님만의 비밀이 주머니 속 꿍쳐둔 현금처럼 함께하고 있길 바라요.
저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돌멩이레터를 떠납니다. 평소처럼 코멘트를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쉬이 문장이 정리되지 않네요. 사실 브랜드도 아주 오래 고민했어요. 유서 깊은 브랜드, 소개할 제품이 화려한 브랜드… 결국 다 제쳐두고 ‘yalla!’를 골랐어요. 마지막으로 물결님에게 보낼 편지라고 생각하니 부디 건강히 잘 먹고 잘 살라는 말을 꼭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오늘 레터는 여느 때와 같은 돌멩이레터 81호이고 또 물결님에게 전하는 저의 긴긴 인사이기도 합니다.
꼬박 2년을 채웠어요. 처음 돌멩이레터를 쓰기 시작했을 때의 저는 이 무게를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겠죠. 늘 가볍지 않기 위해 다는 추와 가벼워지기 위해 그 반대편에 놓을 추를 여러 번 들었다 놓으며 글을 썼습니다. 브랜드를 들여다보는 일은 사람을 들여다보는 일과 닮았어요. 그래서 좋은 브랜드를 응원하는 일은 좋은 사람을 응원하는 일이 되고, 다정과 사랑이 우리 모두의 세계에 더 많이 담기길 바라는 일이 되더라고요. 이 신나고 영광스러운 일을 함께해 준 물결님에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큰 감사를 전해요. 대가없이 나눠준 따스한 말들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에디터 초록은 이제 안녕을 고하지만, 저는 여전히 글을 좋아(하고 미워)할 거예요. 그러니 글로 이야기로 어디에서든 또 만나요. 파도가 바다로 돌아가듯 이제 물결님과 같은 물결이 되어 돌멩이레터를 응원해 볼게요. 모두 안녕히, 잘 먹고 잘 살아요. 많이 웃으면서요!
Editor 초록 | 공간과 텍스트를 좋아해요. 즐겁고 편안한 상태를 꿈꿉니다. |
|
|
오늘 물결님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는 '기현의 Youth'입니다. 가사를 쓴 김이나 작사가가 말하길, 정말 애썼고 잘해온 자신을 처음으로 인정할 때 터져 나오는 울음 같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대요. 물결님에게 하늘이 아름답고, 애쓰지 않아도 행복한 날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초록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답장을 남겨 주시면 다음 호 하단에 물결님의 이야기를 실어드릴게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