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님은 제주 여행 후 어떤 기념품을 사셨나요? 제주를 오롯이 볼 수 있는 기념품을 만나고 싶다 point 1. 물결님은 제주 여행 후 어떤 기념품을 사셨나요? 제주를 오롯이 볼 수 있는 기념품을 만나고 싶다면 오늘의 레터, 깊이 들여다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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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2. 오두제가 도출해낸 제주의 문화는 무엇인지 살펴봤어요. 그리고 이를 풀어낸 방법을 오두제의 대표 제품으로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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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3. 오두제라는 브랜드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요? 로컬이라는 자원으로 제품을 만드는 오두제가 로컬과 업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정리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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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제(ODUJEJ)는 제주도(JEJUDO)의 영어 철자를 뒤집은 이름이에요. 작은 제주도 박물관을 표방하는 오두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제주를 다루는 브랜드입니다. 제주의 문화를 입혀 제주를 기억할 수 있는 사물을 만들죠. 서울 을지로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던 정지솔 대표가 2020년 제주로 내려와 만들었어요. 코로나19로 사진관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 우연한 기회로 창업의 기회를 얻은 게 오두제의 시작이었어요. 고향이나 사는 곳은 아니었지만 고립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제주라는 지역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정지솔 대표가 본래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자주 얻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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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아이템은 기념품이었어요. 처음에는 제주의 자생식물을 사진 콘텐츠로 풀어내려 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건 제주의 콘텐츠가 아니라, 본인이 잘하는 것에 제주를 끼워맞춘 느낌이 들었다고 해요. 그러다 떠올린 게 기념품이었어요. 정지솔 대표는 평소에도 박물관에 가면 굿즈를 꼭 사 올 정도로 기념품을 좋아했거든요. 그러니 자연스레 제주의 기념품을 돌아보게 된 거죠. 감귤 초콜릿, 감귤 주스, 땅콩 샌드 등 제주의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은 많았지만, 제주의 이야기가 담긴 기념품은 없었어요. 정지솔 대표는 진짜 제주의 이야기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로 합니다.
본격적인 준비를 위해 제주에 정착한 후, 정지솔 대표는 제주 곳곳을 다니며 조사를 시작해요. 제주에서 자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제주를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정지솔 대표는 제주를 관광지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이게 돼요. 외부인에게 제주는 휴양지이지만, 그곳에서 나고 자란 이에게 제주는 삶의 양식이 깃든 생활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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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정지솔 대표의 눈에 들어온 건 ‘돌’이었어요. 화산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제주는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돌이에요. 화산섬이라는 지질학적 특성은 제주 생활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는데요.
비행기의 바퀴가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 닿기 전, 상공에서 제주를 바라보면 돌담으로 구획이 나뉜 밭들이 보여요. 제주의 화산토는 물이 쉽게 빠지기 때문에 건조해져 침식 현상이 심하거든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돌로 담을 쌓았어요. 작물을 제주의 거센 바람으로부터도 보호하고요. 제주에서는 이 돌담을 밭담이라고 불러요. 제주의 농업 양식을 볼 수 있는 문화로, 2014년 유엔 식량농업기구(UN FAO)에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었어요. 외에도 돌하르방, 집의 담 역할을 하는 정낭 등 제주 곳곳에서는 다양한 돌 문화를 볼 수 있어요. 정지솔 대표는 이 돌이야말로 제주의 상징이라고 생각했어요. 오두제는 이 돌 문화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오두제의 제품을 통해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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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제의 대표 제품인 ‘머들 크레용’이에요. 돌멩이를 쏙 닮은 크레용이죠. 그냥 바라보기에도 예쁘고 색을 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쓸모도 분명해요. 오두제가 이 제품에 풀어낸 돌 문화는 ‘머들’이에요. 제주에서는 돌을 쌓아 둔 돌무더기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돌무더기를 머들이라고 불러요. 특이한 점은, 머들에는 아무런 역할이 없다는 것이에요. 그저, 돌을 쌓아둔 것일 뿐이죠. 그럼에도 제주 사람들은 ‘머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이름은 애정이 있을 때 생기잖아요. 역할은 없지만, 오랜 시간 옆에 있는 존재에 이름을 붙여준 거죠. 머들을 향한 제주의 애정을 확인한 정지솔 대표는 머들에 쓸모를 붙여줬어요. 손에 잡히면서 단단하고 긁히기도 하는 돌의 특성에서 크레용을 떠올렸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머들 크레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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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용은 화산돌, 오름, 섭지코지의 선녀를 기다리다 돌이 된 선돌, 보호수처럼 마을마다 놓인 큰 돌인 듬돌까지. 제주의 자연과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크레용이 쌓여 있는 모습은, 하나의 돌에서 시작해 척박한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서로 의지하며 생활해 온 제주 사람들도 담겨 있죠. 제주의 땅인 노지 풍경을 담은 엽서북 <머들레터>, 돌 문화 이야기를 담은 <머들 북>도 크레용과 함께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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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석은 제주 고유의 석상이에요. 주로 무덤 앞에 놓이는 동자석은 사람의 상반신 형상을 하고 있는데요. 두 손을 모아 지물을 들고 있는 것이 특성이에요. 술병, 부채, 왕관 등 지물은 동자석마다 다른데요. 각각의 지물은 망자에게 보내는 메시지 역할을 합니다. 또 동자석 그 자체로 망자를 위로하고 악귀로부터 보호하기도 하죠. 무언가를 기원하기 위해 만든 동자석의 의미를 살려, 누군가의 염원하는 마음을 동자석에 담을 수 있도록 인센스 홀더를 만들었어요.
또 지물을 감정을 나타내는 아이콘인 이모지로 바꾸어 제작하였어요. 기원하는 별, 애도하는 리본, 타오르는 불 등 때로는 말로 전부 전달하기 어려운 감정을 전합니다. 오두제의 동자석은 제품마다 고유 번호가 새겨져 있는데요. 251부터 시작하는 이 번호는, 동자석이 제주 외부로 반출되기 시작하면서 현재 제주도에 250개의 동자석만이 남아있기 때문이에요. 오두제는 이 동자석을 잇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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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뜬금없이 해외에서 메일 한 통을 받았다고 해요. 열어보니 ‘머들 크레용 미니’가 일본에서 개최하는 패키지 디자인 어워드 ‘2021 TOP award Aisa’ 기타 부문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이었죠. 2021년, 아시아에서 가장 예쁜 패키지 브랜드로 선정되었다는 것이었어요.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이어, 해당 사이트에 제품이 올라가자, 해외 디자이너들에게 연락이 왔다고 해요. 그때 생각했죠. ‘오두제가 로컬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넘어, 제품 자체로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겠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정지솔 대표는 유럽 최대 규모의 인테리어 박람회인 프랑스 파리 메종 오브제에 참가해요. 오두제는 이 박람회를 계기로 12개국에 수출을 하게 되는데요. 정지솔 대표는 이 일로 로컬을 다루는 브랜드로서의 무게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제주를 상징하는 브랜드라니, 점차 무게감이 실렸을거예요. 이 일련의 경험은, 오두제를 제주의 돌 문화를 설명하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고, ‘이 귀여운 크레용을 봐주세요. 귀엽죠. 그런데 그 속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라고 해도 소비자들이 오두제를 로컬 브랜드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깨닫게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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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제의 이런 힘은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풀어내는 데 있어요. 요즘 주변에서 로컬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요, 막상 로컬의 이야기는 빠져있는 경우가 많아요. 귤이 있다면 귤만 생각하는 거죠. 귤을 어떻게 보여줄까, 귤로 무엇을 만들까. 오두제는 한 발 짝 더 깊이 들어가요. 귤로 무엇을 만들까가 아닌, 귤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살펴봐요. 초록색에서 시작해 하얗게 꽃을 피우고 겨우내 추워지면 귤색으로 바뀌는 그 모습을 보는 것이 ‘귤’이 갖는 로컬로서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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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솔 대표는 사진을 전공하고 업으로 삼았었어요. 지금은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죠. 인터뷰 내용이 기억이 남아요. ‘사진을 하면서 좋아했던 작업 방식은 오두제에도 녹아져 있다. 나는 관점에 대해 얘기한다.’ 것이었어요. 같은 공을 보더라도 위와 아래, 옆에서 볼 때 그 모양이 조금씩 다르잖아요. 정지솔 대표의 이러한 관점은 브랜드 이름에도 드러나 있어요. 본질은 제주이나 제주도가 아닌 것처럼 보이죠. 머들 크레용도 그 맥락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머들, 크레용, 오두제. 어디에서도 제주도임을 단번에 읽어낼 수 없지만 분명 제주도이죠. 또 사진에서 배운 미적 감각을 패키지나 디자인에 이용하기도 했어요. 물결님도 이번 레터에서 오두제의 아름다움을 확인했을 거에요. 제주도를 거꾸로 보는 이 오두제적 관점은, 정지솔 대표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어요. 제품을 처음 만들어보는 정지솔 대표는, 오두제를 잘 이끌어 어느새 창업자의 코치 역할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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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레터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모두 '오두제'입니다. ⓒoduje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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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의 전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멘트가 기억에 남아요. ‘지금은 하던 일을 바탕으로 업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시대잖아요.' 듣는 순간 맞아! 했었는데요. 레터를 쓰다보니 생각이 났어요. 사실 사진을 전공으로 한 건 꽤 전문 분야에 속하잖아요. 사진관 운영도 했었고요. 그럼에도 한 번에 다른 걸 해봐야지 라고 결심한 정지솔 대표님의 결단이 와닿았어요. 한 인터뷰에서 사진을 했던 것이 아깝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어디에서나 자신의 쓰임과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무 역할이 없던 머들을 머들 크레용으로 엮어낸 것처럼요.
Editor 초이 | 매력적인 브랜드 뒤에는 늘 매력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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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추천 노래는 삐딱하게 - G-DRAGON 입니다. 오늘 하루는 삐딱하게 바라봐요! 다른 것이 보일지도요.
물결님, 제주에서 처음 본 풍경은 무엇이었나요?
*답장을 남겨 주시면 다음 호 하단에 물결님의 이야기를 실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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