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팜(NEVERTHELESSFARM)은 강원도 영월에 있는 토마토 농장이에요. 독특한 이름의 그래도팜. point 1. 그래도팜(NEVERTHELESSFARM)은 강원도 영월에 있는 토마토 농장이에요. 독특한 이름의 그래도팜. 그래도팜이, 포기하지 않고 그래도 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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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2. 물결님 혹시 에어룸(heirloom)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그래도팜은 에어룸 토마토를 기르고 있어요. 에어룸토마토는 무엇인지, 그래도팜이 에어룸 토마토를 기르는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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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3. 그래도팜의 원승현 대표는 농업에도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농업과 크리에이티브. 그래도팜은 이 두 가지를 어떻게 결합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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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팜의 시작은 2015년이었어요. 대학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을 배우고 브랜딩 에이전시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던 원승현 대표님은, 2015년 안식휴가를 받아 아버지가 하시던 농장의 브랜딩을 돕고자 강원도 영월로 내려왔죠. 1983년, 원승현 대표님이 태어나던 해부터 아버지 원건희 농부가 운영하던 토마토 농장이었어요. 브랜딩을 위한 인터뷰에서, 원건희 농부가 가장 많이 얘기 한 단어는 ‘그래도' 였어요. 유기농법은 화학비료나 농약, 제초제 등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작법이에요. 병충해를 예방하거나 제거하기 위해 농약을 쓰는 대신 천적을 이용하고 비료도 분뇨로 만든 퇴비를 써요. 이러한 농법은 토양의 생명력을 죽이지 않고 자생력을 강화합니다. 그렇지만 자연에서 행해지는 농사는, 사람이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수확을 예측하기 어려워요. 하물며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을 경우 더욱 그렇죠. 정착하기까지도 많은 실패를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도 원건희 농부는 유기농법을 유지했어요. 그래도 해봐야지, 그래도 어쩌겠냐, 그래도 그럼쓰냐의 정신으로요. 아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유기농법에 대한 진심과 매력을 느낀 원승현 대표님은 바로 귀농을 결정해요. 원건희 농부의 정신이 담긴 ‘그래도팜'이라는 이름을 짓고 브랜드 운영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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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의 기반, 흙
물결님, 매년 1인 기준 3.4톤의 흙이 사라지는 것 알고 계신가요? 그 자리에 계속 있을 것 같은 흙은 유한자원이에요. 언젠가 사라질 수 있죠. 유기농법에서 흙은 매우 중요해요. 농작물이 자라는 기반이기 때문이죠. 원승현 대표님은 흙을 수 많은 생명체가 얽힌 작은 우주와도 같다고 표현해요. 스스로 회복하는 힘이 있지만 또 잘 못 쓰면 영영 회복할 수 없는 생명체라고 생각하죠. 그래도팜은 흙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직접 만든 퇴비를 쓰고 있어요. 농장 내 퇴비 발효소에서 참나무 껍질, 닭똥, 쌀가루, 미생물을 섞어 수개월 동안 발효하여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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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의 시작, 품종
그래도팜의 또 다른 핵심 가치는 '다양한 품종'이에요. 품종은 유사한 성질을 가진 생물끼리 묶은 그룹을 의미해요. 그래도팜은 15가지 품종의 토마토를 재배해요. 토마토는 전 세계에 2만 5천여 종의 품종이 있는데요. 보통은 그 중 일부만 접할 수 있어요. 농산물 시장에서는 생산성과 대중적인 선호도를 중시하기 때문인데요. 재배와 수확이 쉽고, 특히 과일의 경우 당도가 높은 품종만을 집중적으로 생산하죠. 그 결과 더 이상 생산하지 않아 볼 수 없게 되는 품종도 생겨나죠. 그 씨앗은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지게 되는 것이에요. 그래도팜은 이러한 시장에 새로움을 알리고 싶었어요. 생산성과 당도만이 맛있는 과일의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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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팜이 취급하는 토마토는 모두 에어룸 토마토(heirloom tomato)에요. 독특한 이름의 이 '에어룸 토마토'는 유전자 조작을 거치지 않은, 원형 그대로가 보존된 토마토 품종을 일컬어요. 영어로 유산을 뜻하는 헤리티지(heritage)의 heri를 따서 붙인 이름이죠.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토마토라는 점에서 에어룸 토마토는 한 지역의 토양과 기후의 특성을 흠뻑 머금고 있는 토종 작물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향도, 모양도, 색깔도 모두 달라요. 풀 향이 더 많이 나는 품종이 있는가 하면 색깔도 흑색, 노란색, 녹색 등으로 다양하죠.
그래도팜은 15종의 에어룸 토마토를 기르고 있는데요. 흥미로운 몇 가지 품종을 소개해드려요. 그동안 봐온 토마토와는 다른 색깔, 모양들을 지니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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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지브라(Green Zebra)
1983년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 등장한 품종이에요. 토마토 전체를 뒤덮은 세로줄 무늬가 특징이에요. 새콤달콤한 맛을 띄며 절임이나 훈제 요리에 적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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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안 토게타(Sicilian Togetta)
1987년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방문한 여행객이 미국으로 가져가 널리 퍼지게 되었어요. 딱딱하지 않기 때문에 소스로 만들기 좋고, 건조에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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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크 블루 범블비(Boscue Blue Bumblebee)
그래도팜에서 탄생한 품종이에요. 자연적으로 교잡된 품종인데요. 육질의 대부분이 노란색인 이 품종은 그 이름처럼 호박벌 같은 이미지를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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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팜이 여러 품종의 토마토를 재배하는 이유는 토마토의 다양함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예요. 품종에 따라 과육의 무른 정도, 향, 맛이 모두 다르거든요. 그리고 이에 따라 조리법도 달라져요. 무른 제형의 시칠리안 토케타는 주로 소스로, 비교적 단단한 그린 지브라는 절임이나 훈제 요리에 적합한 것처럼요. 결국, 다양한 품종의 농작물을 만나는 것은 풍성한 경험으로 이어집니다. 그래도팜은 이 다양한 미식의 세계를 선보이고 싶어 했어요.
그대로팜의 에어룸 토마토는 그래도팜 공식 홈페이지와 마켓컬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요. 사전예약제와 정기배송을 우선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주문량도 기본 3kg로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양이에요. 그럼에도 그래도팜이 이 방식을 유지하는 건 유기농과 다품종 경작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함이예요. 사전 예약제로 수확에 필요한 기간을 확보하고요, 또 특정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모든 15가지의 품종을 섞어서 보내는 방법을 통해 특정 품종으로 선호도가 치우치는 것을 방지합니다. 더 다양한 토마토를 맛보게 하겠다는 그래도팜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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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팜은 농업에 디자인을 결합했어요. 디자이너로서의 원승현 대표님이 생각하는 디자인의 정의는 문제해결 솔루션이에요. 농업이라는 산업이 소비자에게 농산물 그 이상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인지 그래도팜이 내놓는 콘텐츠들은 에어룸 토마토 만큼이나 흥미로워요. 농사를 짓고 난 다음에 나오는 폐자재를 재활용해 플라스틱 큐브, 젠가를 만들기도 하고요. 지속가능성과 균형이라는 그래도팜의 가치를 표현하는 모빌을 만들기도 했어요. 토양의 호흡, 그래도팜의 스토리에서 도출한 그래픽 모티브를 활용한 굿즈와 오브제, 토마토의 향을 담은 향수를 만들기도 했죠.
그래도팜이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명료해요. 이 활동들은 그래도팜의 메시지를 전하는 또 다른 방법이고 이러한 과정들이 쌓여야 단순한 소비층이 아닌, 팬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는 브랜드의 지속을 가능케 하죠.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농업 역시 브랜드와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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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로우(tomarrow)'는 오프라인 농장 경험 브랜드예요. 그대로팜은 강원도 영월에 있는데요. 장시간 이동해야 갈 수 있는 곳이죠. 그래서 원승현 대표님은 토마로우를 구상할 때 이곳이 단순히 농작물 따기 체험 공간이 되지 않기를 바랐어요. 도시에서도 찾아올 수 있을 만큼, 농촌이 도시 사람들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토마토만이 아닌 토마토와 흙, 미식이라는 3가지의 키워드를 중점으로 투어 프로그램들을 설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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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팜 농장을 둘러보고 에어룸 토마토와 치즈, 토마토 잼, 토마토 버터를 함께 맛보는 시간으로 구성된 토마로우 플래터, 원승현 대표님이 직접 도슨트 투어를 진행하고 에어룸 토마토를 활용한 다이닝 음식을 맛보는 플레이버 오브 토마로우 프로그램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토마토를 생체로만 먹는데요.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된 음식을 통해 토마토라는 식재료의 변화를 직접 느껴볼 수 있어요. 그래도팜과 토마로우의 핵심 가치인 토양과 종자의 다양성을 중점으로 경험해보는 인사이트 트립도 있어요. 토양 전시관이라는 곳에서 다른 나라의 토양과 우리나라의 토양을 비교해 보고, 이를 농사에 어떻게 적용할지 이야기 나눕니다. 이처럼 토마로우는 먹는 것뿐만 아니라 토마토라는 세계를 열어볼 수 있는 공간이에요.
본 레터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모두 '그래도팜'입니다. ⓒneverthelessf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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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멋진 몸매에~멋쟁이 토마토, 토마토!' 토마토하면 누구든 떠올리는 노래일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는 노래라 그런지 토마토라는 과일을 생각하면 단단함이 먼저 떠올라요. 매끄러운 단면에서 의연함도 느껴지고요. 그런 토마토가 사실은 뭉뚱그려진 일반 명사였다니.
토마토로 만든 소스를 일컫는 케첩(ketchup)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알고 있지만, 중국에서 왔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원래는 토마토가 아닌 생선 등으로 만든 젓갈류의 하나였다고요. 이가 동남아시아를 넘어가면서 지금의 케첩이 되었다는 이야기인데요. 오늘의 레터를 작성하며 유사성과 고유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돼요. 앞으로 토마토를 만나면 속으로 조그맣게 물어볼 것 같아요. '넌 이름이 뭐니?'하고요.
Editor 초이 | 매력적인 브랜드 뒤에는 늘 매력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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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추천 노래는 '소금(sogumm) - Dance!'입니다.
물결님은 토마토에 어떤 이름을 붙여보고 싶나요?
*답장을 남겨 주시면 다음 호 하단에 물결님의 이야기를 실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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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님이 보내주신 답장이에요 ✉️
68호 <굿덴>편의 질문은 '물결님에게 좋은 옷이란 어떤 역할을 해주나요?'였습니다. 아직 레터를 못 읽었다면 여기에서 볼 수 있어요.
"좋은 일, 좋은 옷, 좋은 글이라는 것은 모두 때로는 힘 빠질만큼 단순한 것 같아요. 당연히 마음이, 입기에, 읽기에 편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단순하고 당연한 것들을 잘해내기는 왜 그리 어려운지...! 당연히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단순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열심을 채워넣는 것. 그래서 이상적인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다가가는 것. 그런 과정 자체가 저처럼 한발짝 떨어져서 보면 이미 '좋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답니다 :) 제가 겪고 있는 과정도 누군가가 보기에는 그렇게 보이겠죠? 늘 좋은 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from. 은로 물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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