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님에게는 그런 시간 있나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시간이요. 돌멩이레터 12호 | 헤이엄
나아가는, 멈춤의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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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님에게는 그런 시간 있나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시간이요. 저는 '아이고, 두야'를 외칠 정도로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면 30분짜리 모래시계를 뒤집어요. 그리곤 검은색 모래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그 시간 동안 의도적으로 모든 생각을 멈춥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시간은, 제게 역설적으로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해요. 만약 물결님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면 스윔웨어를 만드는 '헤이엄(hey, um)'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세요. 헤이엄에게는 꼭 이 시간이 수영을 하는 시간과 같아요. 수영을 할 때는 오로지 수영을 할 뿐이라는 헤이엄의 이야기, 전해 드릴게요. 돌멩이팀이 직접 들었답니다. 이번 레터에는 한여름과 서핑을 사랑하는 동료에게 추천받은 음악을 가지고 왔어요. 바다를 바라보며 듣고 싶은 곡이에요. 이동하면서, 산책하면서, 샤워하면서 들어보며 고심해서 선택했답니다. 함께 즐겨주세요.
- 초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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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엄의 시작
물보라 치는 로고를 가진 헤이엄은 4명의 친구가 만든 스윔웨어 브랜드에요. 모두 물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죠. 어느 날 함께 점심을 먹는데 이런 얘기가 나왔다고 해요. '판매되는 비치 웨어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찾기 힘들어', '컬러가 돋보이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수영복은 왜 없을까'. 흔히 말하는 Free size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어요. '외국 제품은 디자인은 다양하지만 가슴선이나 컷이 불안해', '노출이 많은 것도 부담스럽고'. 잘 어울리는 색도, 체형도 모두 다른 4명이었지만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수영복은 같았어요. 우리의 체형 그대로를 품어주고도 예쁜 수영복이요. 4명은 그날, 그 이상적인 수영복을 만들기로 합니다. “누구도 시작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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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엄의 한 멤버는 취미로 수영을 시작했어요. 출근 전 새벽, 퇴근 후 저녁.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수영장으로 걸음을 향했죠. 그 이유는 '수영'이라는 행위 자체보다는 '그 시간이 주는 경험'때문이었어요. 수영을 하는 순간에는 다른 모든 것에 신경을 끊고, 오직 물살을 가르는 것에만 집중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헤이엄에게 수영이라는 행위는 '몰입'과 같아요. 헤이엄은 이 몰입의 경험을 제품에 투영시킵니다. 고객으로 하여금 '수영'과 '수영을 하는 나'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돕죠. 헤이엄의 특징을 아래 세 가지 요소로 설명해 드릴게요.
1. 사이즈 헤이엄이 제품을 만들면서 지키는 원칙은 여성의 체형을 사이즈에 가두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헤이엄은 제품 사이즈를 S,M,L이 아닌 1,2,3으로 표기해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자신의 체형을 S 혹은 M 또는 L로 가늠하죠. 사실 그 사이즈에 정확히 들어맞는 사람은 없는데 말이에요. 헤이엄은 고객들이 체형을 걱정하기 전에 마음에 드는 수영복을 입기를 바라요. 수영복은 수영할 때 편하고, 즐거우면 된다는 생각이거든요. 대신 상세한 가이드를 제공해요. 제품의 특징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착용했을 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죠. 여기에는 헤이엄의 고객을 향한 섬세한 배려가 있어요.
“ 비치웨어는 분명 특별한 날을 위해 구매하신 걸 테고, 미리 입어보거나 착용감을 알 수 없기에
여행지에서 수영복으로 인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오프라인 매장도 없기 때문에
사진으로 다 전할 수 없는 수영복의 착용감에 대해 최대한 상세히 설명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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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진짜 Free size를 만들기도 해요. 작년 가을, 의류 라인으로 출시한 브런치 세트 상의는 아주 넉넉한 품으로 제작되었는데요. 그렇기에 누구나 입을 수 있고, 또 각자만의 핏으로 연출됩니다.
2. 컬러
헤이엄이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컬러'에요. 세이지 그린이나 페리윙클 블루와 같은 파스텔컬러도, 선명한 코랄 레드와 보랏빛이 첨가된 울트라마린 컬러도 볼 수 있어요. 이것들에는 헤이엄 멤버들이 좋아하는 곳의 이름을 붙여주는데요. 제품의 디자인과 색에 어울리는 지명을 골라 제품명을 짓죠. 차분한 브라운 컬러의 담백한 수영복에는 '진주 원피스', 알록달록한 컬러의 스트라이프 무늬를 가진 수영복에는 '아야진 원피스' 같은 이름을 붙여주는 식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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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파리라는 지역명을 마치 브랜드 단어처럼 사용하잖아요. 한국의 서울과 양양,
진주도 거부감 없이 불린다면 무척 멋질 것 같아요. 신제품 설계가 마무리될 쯤,
한국 지도를 펼쳐놓고 팔도강산의 이름을 하나씩 읽어보곤 해요. 재밌죠 하하하 ”
헤이엄에는 비키니형의 수영복과 원피스형의 수영복이 있는데요. 보통 강습용으로 나오는 원피스형 수영복은 남색 계열의 아주 무난하거나 비비드한 색깔의 아주 화려한 것들이 대부분이거든요. 노출이 부담스러워 원피스형 수영복을 찾는 사람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요인 중 하나죠. 헤이엄은 이 부분을 충족시켜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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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디자인
헤이엄이 이렇게 고객의 필요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항상 '헤이엄의 맥락에 맞게 디자인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에요. 계속 고심하고, 검토하죠. 헤이엄의 모든 제품은 멤버들과 가족, 친구들이 직접 피팅을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핏이 나올 때까지 수정을 거듭해요. 그 결과 개인 본연의 곡선을 살리면서도, 편안한 아름다움을 주는 제품을 만들 수 있었죠. 실제로 강습용으로도 착용이 가능한 하나의 제품을 제외하고, 헤이엄의 수영복은 모두 안정적인 미드 라이즈 컷(다리 부분이 깊게 파이지 않은)과 길이 조정이 가능한 어깨끈으로 디자인되어 있어요. 이 작은 장치들은 체형에 따라 어느 정도의 사이즈 조정을 가능케하고, 또 착용 시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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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하는 사람들의 시간
헤이엄은 고객들과 소통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헤이엄의 맥락을 지켜요. 마치 헤이엄이라는 사람이 말을 거는 느낌을 주는데요. 이들의 채널을 접하다 보면 수영복을 사야겠다와 함께 수영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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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저렇게 입고 놀고 싶다! 는 생각이 들도록
헤이엄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바로 룩북이에요. 핸드폰 속에 있는, 지난여름에 친구들과 놀러 가서 찍은 사진 같았거든요. 서로의 옷매무새를 만져주거나 앉아서 휴식하는 순간, 책을 읽거나 햇볕을 쬐는 장면들. 누군가의 얼굴이 드러난 사진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 자연스럽고, 헤이엄의 수영복을 입은 제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죠. 룩북 속 인물들은 모두 헤이엄 멤버들로, 헤이엄은 별도의 모델 없이 직접 제품을 입고 촬영하고 있어요. 진짜 친구들끼리 맛있는 것을 먹고, 놀고, 수영하는 모습을 담으면서요. 헤이엄이 이렇게 룩북을 직접 촬영하는 건, 고객들이 '나도 어울릴까?'라는 우려 대신 '나도 저렇게 입고 놀고 싶다!'고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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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이 '내가 입어도 저런 핏이 나올까?'하는 의문을 갖지 않기를 바랐어요.
콤플렉스를 먼저 생각하기 보다 '나도 저렇게 즐겁고 싶다!' 마음으로 구매가 이어지길 바랐습니다.
'모델이 입은 거랑 느낌이 다르네요'라는 후기는 단 한 건도 없었어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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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하는 사람의 일기를 보는 느낌이 들도록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헤이엄의 인스타그램을 둘러볼 때였어요. 피드를 계속 저장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분명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채널인데요, 수영하는 누군가의 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사진에 수영복이 있지만 그것보다 수영복을 입고, 수영을 하는 사람의 생각과 일상이 먼저 읽혀요. 실제로 헤이엄은 SNS 채널을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에요'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여기고 있어요. 헤이엄이 가진 감수성을 공유하는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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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엄
“ 헤이엄의 생각과 즐거움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에, 단순히 제품을 보여주기보다는
저희의 일상과 라이프스타일을 녹여내면서 다가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헤이엄이 캐릭터처럼 살아 숨 쉬는
존재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 헤이엄이라는 사람이 대중에게 이야기하는 공간이 SNS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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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의 정신 물결님, 지금 한 번 '수영' '유영' '헤엄'을 발음하여 볼래요. 어쩐지 닮은 이 세 단어는 그 뜻도 거의 동일해요. 그중 '헤엄'은 이런 뜻을 지니고 있어요. '사람이나 물고기 따위가 물속에서 나아가기 위하여 팔다리나 지느러미를 움직이는 일.' 헤이엄에게 돌멩이레터의 마지막 질문인 '헤이엄은 어떤 돌멩이가 되고 싶은지'를 물었어요. 돌아온 답변은 이 '헤엄의 정신'을 잊지 않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누구에게나 한 번쯤, 나아가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를 순간이 와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붕 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더 멀리 가기 위해 힘을 모으는 시간이죠. 물결님, 언젠가 숨이 가빠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헤엄의 정신'을 떠올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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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엄'에는 온몸의 힘을 빼고 손과 다리를 움직이며 물결에 맞춰 현재를 즐기는
온전한 행복의 뜻을 담고 있어요. 보다 많은 분들께서 저희와 공감하며
'유유히 헤엄의 행복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5월 5일 목요일,
돌멩이레터 13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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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mment ✏️
물결님은 어때요? 수영을 잘 하는 편인가요. 사실 저는 물을 꽤 무서워해요. 어릴 때, 여름이면 가족과 바다나 계곡으로 떠나기도 하고 저, 해양단 활동도 했는데 말이에요. 눈 부신 니스 해변을 앞에 두고도 눈에 담은 것이 전부였죠. 레터를 쓰기 위해 브랜드를 한 번 통과하고 나면요. 어떠한 인상이나 감정이 남는데요. 헤이엄을 통과하고 난 후 떠오른 질문은 '해볼까?' 였어요. 어쩐지 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바다의 물결을 느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제 곧 어딘가에 숨어 있는 시원함을 찾아 떠나는 여름이 다가와요. 올여름에는 수영복을 입고 물가에라도 앉아 있어보려고요. 발이라도 담그다 보면 저도 언젠가 헤엄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Cheers, to the ocean이에요!
🪨 오늘 돌멩이를 던진 이는 에디터 초이입니다.
사람과 브랜드를 좋아해요. 매력적인 브랜드 뒤에는 늘 매력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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