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드라마인 '미스터 션샤인'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작금을 낭만의 돌멩이레터 53호 | 포에트리앤스페이스
쓰이다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인 '미스터 션샤인'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작금을 낭만의 시대라고 하더이다. 그럴지도. 단지 나의 낭만은 독일제 총구 안에 있을 뿐이오.' 어울리지 않은 것 같은 두 단어가 함께 쓰여 기억에 남았어요. 물결은 낭만의 뜻을 알고 있나요? 낭만은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래요. 풀이에 있는 '이상적'이라는 단어는, 상상하거나 생각할 수 있는 완전한 상태를 말해요. 그러니 '낭만'을 설명해 보자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상태라고 할 수 있겠어요.
오늘 소개해 드릴 돌멩이의 출발점이기도 한 단어예요. 이들의 낭만은 손에 있습니다. 자신들이 상상하는 낭만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그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가구와 문구를 만들죠. 브랜드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Poetry and Space, PnS)'를 소개합니다.
-초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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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포에트리,poetry)와 공간(스페이스,space)의 합성어인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는 가구&문구 브랜드에요. 내놓는 모든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수작업으로 제작하고 있어요.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가 만들어 내는 가구들이 누군가의 공간에 들어가 힘을 실어주고, 실용적으로 역할 하기를 바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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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트리앤스페이스
지난 2020년 하프문 선반(halfmoon shelter)을 출시한 이후로 꾸준히 제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포인트는 통일감이에요. 제품이 전체적으로 통일감 있어 보여요. 모든 제품을 한데 모아두어도 이질적인 제품이 없죠. 제품 사진을 보다 보면 이 제품 옆에 저 제품이 있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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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트리앤스페이스
이 까닭 중 하나는 컬러에요.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 제품은 전체적으로 짙은 브라운 톤을 띄어요. 많은 사람이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는 이 빈티지한 무드를 유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조색한 컬러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덕분에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를 떠올리면 고유의 색상이 그려집니다. 제품 마감은 자연 소재인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친환경 스테인(실내 목재에 바르는 도장착색제)를 사용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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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변성을 지닌 가구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가 낭만을 만드는 방식은 가변성이에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구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단어들은 다음과 같은 것 같아요. 책장, 식탁, 옷장. 자세히 살펴보면 이미 그 역할이 이미 정해져 있죠. 책을 정리하는 장, 먹을 것을 올려두는 탁자, 옷을 넣는 장.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는 이에서 벗어나고자 해요. 역할의 경계를 풀어버리죠. 이미 역할이 지정된 가구가 아닌, 쓰임이 열려있는 가구를 만들어요. 딱 정해진 한 가지의 기능, 한 가지의 모양, 하나의 역할에만 갇히기를 원치 않죠. 사용자들에게 각자의 방식대로 가구의 역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여지를 줘요. 마스킹테이프를 보관하는 홀더는, 그 기준축을 빼내면 책갈피로 쓰여요. 처음 소개한 하프문 가구 시리즈는 거치대와 이층 선반, 트레이 3개로 구성된 가구예요. 이 3가지 요소는 하나로 합치면 하프문 선반이 되고요. 해체하면 다시 각각의 역할로 돌아가죠. 판매할 수 있는 제품 역시 4가지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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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트리앤스페이스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를 대표하는 'keep paper' 역시 변주가 가능한 제품이에요. 본체 박스와 4개의 서랍으로 구분된 이 제품은 설치하는 선반의 개수에 따라, 서랍의 유무에 따라 보관할 수 있는 물품의 종류가 달라져요. 별도 구매가 가능한 서랍은 선반에 넣어 서랍으로도, 또 트레이로도 사용이 가능하죠. 디테일한 경험도 설계되어 있어요. 선반과 서랍을 잡는 부분에 홈을 파내어 잡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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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트리앤스페이스
이름에 구애받지 않는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는 제품을 구상할 때도 가변성을 중점에 둬요. 물결님 그런 서점 보셨나요? 책을 수험, 문학, 비문학같이 통상적으로 쓰는 분류체계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많이 경험한 사람의 조언이 필요할 때,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고 싶을 때 등 책이 필요한 순간을 기준으로 나눈 서점이요. 생각지 못했던 책이 필요한 순간을 마주한 것 같아서 인상에 깊었어요.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도 이러한 관점으로 제품을 구상해요. 우리가 가구를 찾게 되는 상황들을 기준으로 가구를 만들죠. 그래서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의 제품은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어요. 제품 라인을 소개해 드릴게요.
steady records
각자의 꾸준한 기록을 응원해요. 기록하고 이를 보관하는 방식은 각자 다르다는 것에서 착안한 시리즈이죠. 도구를 한 데 담는 도구 보관함(tool storage)과 각자의 필기구, 물건들을 함께 비치할 수 있는 코너 선반(corner shelf)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 역시 모두 각자의 사용 루틴에 따라 변주를 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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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트리앤스페이스
arc series
이름에서 느껴지듯 '둥그런 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시리즈예요. 벽과 천장을 시작으로 우리 주변에는 네모가 참 많은데요. 그 사이에 유연한 호 모양을 상상하며 만들었다고 해요. 이 역시 특정 쓰임을 두지 않은 가구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모든 벽에 걸 수 있는 선반장인 'wall shelf'은 모든 구성요소가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중심이 되는 판, 전체적인 모양, 작은 고리까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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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트리앤스페이스
시리즈의 2번 제품은 magazine&book storage에요. 선반 같기도, 트레이 같기도 한 이 가구는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황동봉이 있는데요. 이 봉으로 구역을 나누거나 빼서 사용할 수 있어요. 3번 제품인 three tier display shelf 에는 작은 디테일이 숨어 있어요. 3층으로 된 이 선반은 정면으로 얼핏 보기에는 모든 층이 같은 높이와 모양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로 갈수록 폭이 점점 좁아져요. 정면에서 봤을 시 각 층이 그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요. 덕분에 진열된 것들이 훨씬 잘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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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트리앤스페이스, 네이버 디자인
전체적으로 제품 색이 진해서, 브랜드를 설명하는 보이스가 차분해서 정적인 브랜드라고 느끼기 쉽지만,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는 꽤 역동적이에요.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는 본 제품을 출시하기 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품을 선보여요. 규모가 크지 않은 브랜드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영리한 방법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신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미리 체크할 수 있고 판매가 확실한 수량만 제작하기 때문에 재고 관리나 리뉴얼시에도 용이하죠. 일반적인 가구 브랜드에서 보기 어려운 가구를 취급한다는 점에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사용하는 타깃 상의 접점도 있고요.
오프라인 공간
2022년 10월에 오픈한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의 쇼룸은 서울시 성북구에 자리 잡고 있어요. 가게 앞을 성북천이 가로지르죠. 천 주변의 녹색 나무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쇼룸의 컨셉을 숲으로 잡았어요. 덕분에 짙은 브라운의 제품이 더욱 돋보이죠. 쇼룸에는 '제안의 테이블'이라 이름을 붙인 공간이 있어요.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의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제안하는 공간이에요. 한편에는 가구뿐 아니라 paper 제품도 만나볼 수 있어요. 임지혜 대표가 여행을 다니며 직접 찍은 순간들을 엽서로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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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트리앤스페이스
"PnS의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제안하는 공간을 쇼룸 한 켠에 마련해 두었어요. (중략)
저희 브랜드를 좋아하시는 고객님이 제품을 조금 더 실용적으로 사용하실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꾸준히 고민해보고자 해요" - 김지혜 대표(네이버 디자인, 2022)
포에트리 앤 스페이스는, 지금은 책상에서의 각자의 방식을 수행하는 것을 돕는 '데스크 오거나이저(desk organizer)' 제품을 주로 만들고 있지만, 집 전체를 아우르는 PNS home 가구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요. 책상보다 확장된 공간에서 PnS가 그리는 낭만은 무엇일지 기대돼요.
4월 27일 목요일,
돌멩이레터 54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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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mment ✏️
무언가를 생산해 내야 하는 직업이기에 늘, 생각난 것들을 어딘가에 남겨두는 게 습관으로 자리 잡았어요. 사무실의 책상, 집의 책상, 가방에 메모장과 펜 한 자루를 둔다거나 또는 핸드폰을 열어 타이핑해 두죠. 물결님은 그러실지 모르겠어요. 그중에서도 저는 주로 카카오톡의 나와의 대화방을 자주 써요. 말 그대로 제 생각과의 대화죠.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보기도 하고, 종종 그냥 보기도 해요. 가끔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싶은 것들도 있죠. 이런 생각은 왜 한 거지? 싶은 것도 있고요.
기억은 그 힘이 세요. 신기하게도 평생 잊히지 않는 기억도 있죠. 기록은 그것을 기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 같아요. 제가 가끔, 오늘은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겠네요. 그런 날은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날이거든요. 물결님, 무엇이든 기록을 남겨둔 게 있다면 다시 한번 봐주세요. 구글 캘린더 속 약속이든, 나에게 보낸 카카오톡 속 메시지이든, 노트북 메모장 속에 남겨둔 기록이든. 물결님이 기억하고자 애썼던 것일거예요.
🪨 오늘 돌멩이를 던진 이는 에디터 초이입니다.
사람과 브랜드를 좋아해요. 매력적인 브랜드 뒤에는 늘 매력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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