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님은 휴식이 필요할 때 무엇을 찾나요? 음악을 크게 듣는 물결님 돌멩이레터 52호 | 식스티세컨즈
음표와 쉼표
물결님은 휴식이 필요할 때 무엇을 찾나요? 음악을 크게 듣는 물결님도, 맛있는 걸 먹는 물결님도,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나는 물결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육체적으로 쉬고 싶을 땐 집에 가만히 있어요. 밀려드는 생각을 감당할 수 없을 땐 잠시 뇌를 멈출 수 있는 것들을 찾고요. 파도처럼 반복적인 움직임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아예 왁자지껄한 예능을 틀어두기도 하죠.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쉼은 잠이에요. 사실 쉬는 일에도 에너지가 조금은 들기 마련인데, 잠에 들면 몸도 마음도 애쓰지 않고 쉴 수 있거든요. 게다가 잘 자고 일어났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은은한 희망의 공기를 좋아해요. 뭐든 잘해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 무언가 새로 시작하는 것 같은 산뜻함. 그런 것들 말이에요. 오늘은 온전한 쉼을 생각하는 매트리스 브랜드 '식스티세컨즈(60S)'를 소개해요. 60초 안에 잠들고, 60초 동안 더 머물고 싶은 침대를 만들겠다는 뜻을 이름에 담았다고 하는데요. 잠을 비롯해 물결님의 삶에 크고 작은 쉼표를 찍어줄 식스티세컨즈의 이야기를 오늘 던져드립니다.
- 초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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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싶거나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우선 그 물건에 관해 찾아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넘쳐나는 정보와 조금은 자극적인 광고 문구를 보다 보면 나에게 필요한 수준 이상의 물건을 덜컥 사버릴 때가 있어요. 혹은 처음의 목적과 전혀 다른 소비를 하기도 하고요.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이나 유통 구조를 가진 제품일수록 이런 경향이 커요. 너도나도 자기네 제품이 최고라고 하니 판단력이 흐려지기 쉬운 거죠.
매트리스도 그런 제품 중 하나예요. 보통 매트리스는 스프링과 폼을 조합해 만드는데요. 어떤 사양의 스프링과 폼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에요. 이때 실제로 특수하게 개발한 폼이나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에 이름을 붙여 마치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할 때도 있대요. 사실 그게 아니라 해도 복잡한 기술이나 특허 이름을 아는 게 우리가 매트리스를 고르는 데 무슨 큰 소용이 있겠어요. 우리는 세계 최고의 매트리스를 사고 싶은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매트리스를 찾고 싶은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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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티세컨즈
식스티세컨즈는 이런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했어요. 쉽게 설명하고, 사용자의 정서에 집중하는 방식으로요. 예를 들어 식스티세컨즈에는 프레임 없이도 침대를 완성할 수 있는 하단 매트리스라는 시그니처 아이템이 있는데요. 매트리스를 받쳐 주는 파운데이션이란 구조를 바깥으로 꺼내고 목재 다리를 추가해 그 자체로 가구 역할을 하게끔 만든 제품이에요. 이때 어려운 설명 대신 '심플하고 공간이 넓어 보이는 침대를 원하는 분에게 추천'한다거나 '호텔 침대 방식을 떠올리면 쉽다'는 등 쉽고 직관적으로 제품을 소개해요.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제품인지를 말하기보다 어떤 사람에게 어울리는지, 이 제품을 사용했을 때 어떤 점을 느낄 수 있는지를 먼저 이야기하죠. 스프링이 없는 폼 매트리스는 '잠자리 습관이 다른 사람과 자도 방해받지 않는 매트리스'라고 설명하고, 코코넛패드를 사용한 매트리스에는 '평소 땀을 많이 흘려 쾌적한 수면을 바라는 분'에게 적절하다고 설명해요. 고밀도 브리즈폼, 바이오폼, 에그프로파일 등 구체적인 내용은 그 뒤에 나오죠. 홈페이지를 보면 제품마다 제품 소개와 상세 설명, 연출법, 오래 잘 쓰는 법, 생산 과정과 안전 관련 정보 등이 단계별로 차근차근 나와 있어요. 고객은 그 흐름을 따라 본인의 수면 습관과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자신에게 꼭 맞는 매트리스를 고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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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티세컨즈
"(기존 매트리스 시장은) 가격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오픈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비자는 매트리스를 고르는 일이 어려워요. 우리가 이런 불투명한 구조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객이 쉽고 왜곡되지 않은 정보로 제품을 정확하게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요." - 폴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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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구현한 공간
식스티세컨즈는 이렇게 자세히, 가감 없이 글과 사진으로 제품을 설명해도 직접 경험하며 느끼는 것이 매트리스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오프라인 매장이 꼭 필요한 이유죠. 그런데 혹시 물결님, 매장에서 매트리스에 누워본 적 있나요? 주변은 지나치게 밝고 점원은 옆에 꼭 붙어있고. 왜인지 불편하고 민망해서 얼른 일어나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식스티세컨즈는 그런 분위기를 완전히 뒤엎었어요. 일단 장소부터 접근성 좋은 대로변이 아닌, 이태원의 한적한 주택가를 골랐어요. 구 레바논 대사관이던 주택을 리모델링해 '쉼'이란 콘셉트를 고스란히 공간에 녹였고요. 그리고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모여드는 공간이길 바라며 '식스티세컨즈 라운지'라 이름 붙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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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티세컨즈
라운지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요. 살짝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가면 라운지에 도착하는데요. 1층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도록 음료와 간단한 설문지가 제공돼요. 예약시간 이전에 온 분들도 이곳에 편하게 앉아 기다릴 수 있고요. 1층 라운지는 곧바로 제품을 보는 대신 왜 이곳에 왔는지, 어떤 쉼을 찾으러 왔는지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장치예요. 철저히 고객 경험을 생각하며 공간을 설계한 결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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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티세컨즈
준비가 다 되면 라커에서 겉옷과 신발을 벗어두고 2층 쇼룸으로 이동해요. 2층에는 긴 복도를 중심으로 싱글룸, 커플 트윈룸, 커플 더블룸, 패밀리룸, 키즈룸 이렇게 5가지 룸이 있어요. 모두 매니저의 개입 없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공간과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팻말을 문고리에 걸어두면 실제로 잠시나마 잠을 잘 수도 있다고 해요. 독특한 점은 제품을 환하게 비추는 핀조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거예요. 모두 간접 조명을 설치하고 조명의 위치나 조도는 물론 음악과 향까지도 쉼을 방해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신경 써 공간을 구성했어요. 또 가격도 기재해두지 않았어요. 가격을 알고 나면 경험이 왜곡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정말 온전히 제품만을 느끼길 바라는 식스티세컨즈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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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티세컨즈
이태원의 라운지가 깊고 밀도 높은 경험을 제공한다면, 작년 1월 오픈한 식스티세컨즈 도산은 예약 없이 누구나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도산 쇼룸은 라운지와 달리 높은 층고와 뻥 뚫린 개방감이 특징인데요. 이곳에선 식스티세컨즈 안의 작은 브랜드 '노트앤레스트'를 더 적극적으로 풀어냈어요. 노트는 음표를, 레스트는 쉼표를 뜻하는데요. 좋은 음악은 음표와 쉼표 모두 필요로하듯, 일과 쉼이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좋은 일상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노트앤레스트를 통해선 안대와 포터블 베개부터 차와 다기, 룸스프레이 등 다양한 잠과 쉼의 도구를 직접 개발하거나 큐레이션하고 있어요.
도산 쇼룸에서는 기존에 식스티세컨즈가 가져오던 밀도와 깊이를 내려놓고 장벽을 낮춘 만큼 라운지와는 또 다른 고민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어요. 뻥 뚫린 개방감은 그대로 유지하되, 눈치 보지 않고 침대에 누워 볼 수 있도록 쇼룸 가운데 창고를 두어 공간을 분리했어요. 창고를 구석에 두지 않아 직원의 동선도 한결 짧아졌고요. 이불과 베개 진열도 여느 매장처럼 빽빽하게 쌓아두지 않았어요. 고객 입장에서 침구를 구매하려면 펼쳐보고 만져보기도 해야 하잖아요. 이때 일일이 넣었다 뺐다 하지 않아도 되도록 프레임에 침구를 느슨히 걸어두었어요. 이런 공간과 요소 하나하나에서도 고객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식스티세컨즈의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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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티세컨즈
때때로 한 사람의 취향이 그 사람을 대변하기도 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소비를 했을 때 만족하는지를 아는 게 나를 알아가는 방법이기도 한 이유입니다. 쉼도 마찬가지예요. 식스티세컨즈 공동 창업자인 김한정 브랜드 디렉터는 나에게 좋은 쉼이 무엇인지 알아야 좋은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해요. 흔히 휴식이라고 하면 다 내려놓고 훌쩍 떠나는 방식을 생각하기 쉽지만, 그건 누구나에게나 가능한 일이 아닐뿐더라 지속 가능한 쉼도 아니에요. 온쉼표 같은 긴 쉼이 있다면 8분쉼표처럼 반 박자씩 쉬어가는 시간도 필요하죠.
김한정 브랜드 디렉터는 식스티세컨즈 제품을 쓰는 게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아요. 쉼의 방식을 얘기하는 데 있어서도 특정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요. 다만 어떤 식으로 쉬든 일하고 남는 시간에 쉬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해요. 할 일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쉴 시간도 능동적으로 비워둬야 한다고요.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물결님이 스스로 편안한 순간과 조건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는 게 식스티세컨즈의 역할이라고 이야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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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티세컨즈
큰 목소리가 높은 확률로 이기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그 한가운데서 이렇게 부드러운 목소리를 낼 수 이유는 식스티세컨즈도 식스티세컨즈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스스로 브랜드의 위치와 역할을 이해하고, 그 단단함을 바탕으로 좋은 브랜드로서 활동을 넓혀가는 거죠. 식스티세컨즈의 정체성은 어디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에 이태원 라운지처럼 깊은 대화도, 도산 쇼룸처럼 캐주얼한 대화도 가능한 브랜드가 될 수 있었어요.
2013년 창업 이후 매트리스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했는데, 김한정 브랜드 디렉터는 이런 현상도 좋게 보고 있어요. 잠과 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본 거죠. 식스티세컨즈는 앞으로도 이렇게 넓고 멀리 보며 나아갈 거예요. 나를 아는 것으로부터 나오는 단단하고 분명한 목소리를 내면서요.
4월 20일 목요일,
돌멩이레터 53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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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mment ✏️
어렸을 때 집에 과학 논술 전집이 있었어요. 바다는 왜 파란지, 인간은 정말 호르몬의 노예인지, 생명의 기원은 무엇인지, 비행기는 어떻게 나는지 등 갖가지 질문으로 이뤄진 책들이었어요. 그중에서 '우리는 어떻게 꿈을 꿀까?'란 책을 유독 수십번 읽었던 기억이 나요. 수면의 종류와 꿈에 관한 실험, 쉽게 풀이된 뇌과학 지식이 주된 내용이었는데 그게 재밌었나 봐요. 아무튼, 2006년쯤 출판된 그 책에 따르면 수면의 이유와 기능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해요. 인생의 1/3가량을 자는 데 쓴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조금 기묘하죠. 어쨌든 사람은 잠을 자야 하고, 저 같은 경우 인사말에서 얘기한 대로 잠을 꽤 좋아하기도 해요. 그런데도 매일 쓰는 매트리스에 관심을 가져본 적 없다는 걸 오늘 레터를 쓰며 문득 깨달았어요. 마침 매트리스 교체 시기가 다가와서 조만간 즐거운 마음으로 식스티세컨즈 쇼룸에 들러볼까 해요. 물결님도 주변에 물결님을 쉬게 하는 도구가 있다면 그 물건에 새롭게 관심 가져보는 건 어때요? 어쩌면 더 좋은 휴식이 물결님을 찾아올지도 몰라요.
🪨 오늘 돌멩이를 던진 이는 에디터 초록입니다.
공간과 텍스트를 좋아하고 이 둘의 힘을 믿어요. 즐겁고 편안한 상태를 꿈꾸며 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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