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님 '앞으로'라는 동요 기억하시나요? 돌멩이레터 28호 | 히치(HITCH)
일상과 낭만을 아우르는
물결님 '앞으로'라는 동요 기억하시나요?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하는 그 노래 말이에요. 저는 이 노래가 여행의 깨달음을 제대로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여행에는 늘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인연이 있고요. 둥근 세상을 걸어 나가다가 전혀 다른 곳에서 그 인연을 다시 만나게 되기도 해요.
여행을 겪고 돌아온 일상은 더 이상 여행과의 단절을 의미하지 않아요. 하루하루가 마음에 남은 여운만큼이나 길어진 여행의 연장선에 가깝죠. 혹시 물결님도 이런 낭만적인 일상을 꿈꾸고 있다면 오늘 소개하는 브랜드 '히치(HITCH)'에 주목해보세요. 시끄러운 도시 위에서도 낭만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거예요.
- 모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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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일상다운 존재
히치는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클라우프'에 몸담았던 디자이너 김형중 씨와 간호사 출신에서 식당 대표를 거친 자전거 여행자 김현욱 씨가 함께 론칭한 자전거 기반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에요.
물결님에게 자전거는 어떤 의미인지 문득 궁금해져요. 자전거는 애매한 거리에서 대중교통을 대신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아주 전문적인 취미이기도 한데요. 히치에게 자전거는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특별하지도 않은 그 사이 어딘가 일상에 가까운 존재예요. 자전거와 함께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삶의 다채로움을 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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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
두 다리와 자전거만으로 히치를 매니징하고 있는 김현욱 씨는 스무 살 때부터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걸 좋아했어요. 두 다리와 자전거만으로 유라시아를 횡단했을 만큼 말이에요. 한국에서부터 함께한 튼튼한 자전거 위로 짐 가방 하나를 달고서 두 다리를 힘차게 내저으면 가고 싶은 곳 어디로든 마음껏 달릴 수 있었어요.
김현욱 씨는 여러 번의 자전거 여행에서 얻은 기쁨과 에너지를 담고 한국으로 돌아와 저녁에 문을 여는 식당을 차려요. 여행자에서 식당 주인으로 삶의 모습은 변했지만, 여전히 자전거는 그가 친구를 만나러 가고 장을 보고 산책하고 출근을 하는 모든 일상의 순간에 함께했죠. 자전거는 일상과 낭만 사이를 유영하듯 넘나들 수 있게 하는 역할이 되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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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낭만이 만나다 물결님 아무리 바빠도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혹은 해야 하는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종일 하고 싶은 일 말이에요. 어쩌면 바로 그것이 물결님에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일 거예요. 김현욱 씨에겐 자전거와 함께하는 삶이 그러했어요. 자전거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죠. 그러다 클라우프에서 운영하던 작은 카페 겸 여행자들의 공간인 '클라우프 더 베이스캠프'를 찾게 되고 이곳에서 지금의 히치 디렉터인 김형중 씨를 만나요. 취향과 패션 스타일,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마저 비슷했던 두 사람은 좋아하는 빈티지 소품과 의류를 함께 판매하거나 관련 행사를 기획하기도 하면서 둘이라 시너지가 나는 재미있는 일들을 계속해나가 보자고 마음을 굳힙니다.
" 저는 사실 이야기가 잘 기억 안 나요.
대화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했던 순간이 더 좋았거든요. 경험이 장면으로 남았어요.
낯선 이들과 편해진다는 경험은 참 좋은 것 같아요."
- 김현욱(리빙센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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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처음부터 패션 브랜드를 구상한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둘의 취향을 녹인 카페나 빈티지 편집숍을 생각했었죠. 그러던 중 김형중 씨가 김현욱 씨와 같은 브랜드의 자전거를 구매하게 되면서 둘은 자전거 생활자로서의 경험을 공유하기 시작해요. 자전거를 탈 때 바람에 모자가 자꾸만 벗겨지거나 바지가 길어서 바퀴 사이로 끼이는 등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라면 자주 겪는 불편함에 두 사람 모두 공감하게 되죠.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자전거 생활 문화권이 아니고 자전거를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요. 때문에 이들 같은 자전거 생활자들을 위한 브랜드도 당시엔 거의 없다시피 했어요. 게다가 두 사람에게 자전거는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기도 했기 때문에 각자의 스타일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찾기란 더더욱 어려웠죠. 마침내 두 사람은 자전거 생활자에게 꼭 필요하면서도 그 자체로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되어줄 용품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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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자유로울 것
히치라는 브랜드 이름은 영어단어 'Hitch'로부터 왔어요. 여행길에서 만나는 차에 편승한다는 히치하이크도 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있죠. 자전거 생활자의 여행과 일상, 어느 곳에서든 함께 하고 싶은 물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동시에 ‘걸다, 당기다'의 의미도 있는데요. 히치의 모든 제품은 기본적으로 어딘가에 걸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져요. 모자와 양말, 가방, 물병, 그리고 자전거 안장 커버까지 말이에요.
물결님도 자전거를 타보셨다면 공감할텐데요. 자전거를 타는 동안에는 두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짐이 날아가거나 몸에서 떨어지려 할 때 안전하게 대처하기가 어려워요. 그렇다고 몸에 짐을 많이 메고 달리면 무게중심이 잘 잡히지 않아 불편하죠. 이때 물건을 자전거에 직접 걸거나 고정해두는 방식을 활용하면 묵직한 중심 위에서 아무런 속박없이 자유롭게 달리는 경험을 누릴 수 있어요.
그럼 물결님이 자전거 타는 행위에 진정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줄 몇 가지 제품을 소개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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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ITCH's Hat (City 1 / Town 1) 자전거를 탈 때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도록 히치의 모자에는 스트링이 달려있어요. 스트링을 내려 길이를 조절해 고정하는 턱끈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모자의 뒤편에는 고리(비너)를 달 수 있도록 해 여러 상황에서 원하는 곳에 걸어 보관할 수 있도록 했죠. 간단한 아이디어 같지만, 자전거를 타 본 사람의 고민이 가장 잘 담긴 초기 모델이에요.
2. HITCH's Socks (Hunting, School, 그리고 Hitch) 양말도 마찬가지로 비너를 달아 원하는 곳에 걸 수 있도록 했어요. 특히 양말은 모델별로 소재와 길이, 색상에 변화를 줬기 때문에 물결님의 취향을 따라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어요. 히치 특유의 감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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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
3. Handlebar Bag 물결님이 어디로든 주저함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도울 든든한 핸들바백도 있어요. 가방을 자전거 핸들의 랙 위에 걸어 고정한 뒤 필요한 소지품을 넣고 달리기만 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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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flector slapband 최근의 히치는 우리의 일상에 더 가까운 제품을 고민하고 있어요. 도시 내에 자전거 생활 문화가 조금씩 넓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슬랩 밴드는 팔목에 감거나 자전거에 감아 장식하는 아이템인데요. 마찬가지로 끝부분에 고리를 달아 원하는 곳에 걸 수도 있고,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야간 라이딩 중 안전에 도움을 줘요. 그뿐만 아니라 바지가 길어서 자전거 바퀴에 자꾸 걸린다면 바지를 살짝 올려 밴드를 발목에 둘러보세요. 문제가 말끔히 해결될 거예요.
5. HBC reflector Tee 최근에 발매한 리플렉터 티셔츠는 뒤쪽 나염 중 삼각형 주의 기호(⚠)에 반사 재질을 더해 야간 라이딩 시 더욱 눈에 잘 띄도록 만들어졌어요. 빛을 받아야만 반사되도록 한 점에선 차량 운전자와 자전거 운전자 모두의 안전을 고려한 히치만의 섬세함도 느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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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님은 어떤 걸 보며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서로 잘 조화되어 자연스럽게 보이는 두 대상을 보고 어울린다고 표현하는데요. 히치의 제품은 여행과 일상생활 어디에나 구애받지 않고 잘 어울린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이런 감각적인 디자인이 탄생하게 된 데는 두 디자이너가 빈티지 아웃도어 제품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점이 큰 역할을 했어요. 히치에게 디자인이란 과거 사람들이 공유하던 오래된 멋스러움을 히치라는 브랜드로 표현해가는 과정의 연속이죠.
그런 히치의 무드는 제품명에서도 묻어나요. 아이비리그 학생들이 페니 로퍼에 신을 법한 디자인을 가진 양말은 'School', 과거 카약 선수들의 모자에서 영감을 얻은 제품에는 'Kayak', 또 낚시할 때 자주 쓰이는 창이 긴 롱빌캡에는 'River'라고 이름 붙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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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 199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낸 히치의 두 대표님은 지금도 그 당시의 무드를 좋아하고 기억해요. 자기주장이 강하고 확실한 색감, 보색 대비를 활용한 재치, 정교하고 섬세하기보다는 투박한 디자인이 오히려 위트있다고 느껴요. 그래서 지금도 1980년대의 텐트, 가방 등의 빈티지 용품들을 직접 수집하고 레퍼런스 삼고 있어요. 과거와 현재의 어우러짐을 통해 지극히 히치스러움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잠시 어렸을 때를 떠올려봐요. 그때 사랑받던 음악, 패션, TV 프로그램 무엇이든 좋아요. 한 시대가 풍기는 고유한 무드는 그 시대를 함께 살아온 이들을 모으는 신호탄 역할을 해요. 그때의 추억과 아련함을 고스란히 불러일으키니까요. 히치의 제품도 마찬가지예요. 쨍한 색감과 투박한 선. 마치 1980년대 시티팝 가수의 앨범 재킷, 혹은 오래된 미국 영화 같은 무드가 담겨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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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라는 한 폭의 캔버스
히치의 두 대표님은 함께 일하게 된 후 오히려 더 자주 자전거 캠핑을 다녀요. 가볍게 짐을 꾸리고 도심 위와 도심 밖을 시원하게 달리죠. 둘이서가 아닌 여럿이서 말이에요. 히치는 결국 사람들의 일상에서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져야 브랜드로서 지속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품의 장점을 나열하고 설명하기 이전에 자전거와 함께 보내는 일상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풍요로운지에 대해 보여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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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성수동 골목길을 누비며 카페를 투어하는 일, 출근길 늦을까 봐 가보지 못했던 동네 한쪽을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일, 그리고 자전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만난 새로운 이들이 인생의 친구가 되어가는 일들을 꾸밈없이 공유해요. 그 덕에 자전거가 물결님의 일상에 더해진다면 그 삶이 얼마나 매력적일지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죠.
Bolt House김현욱 씨는 오랜 시간 전부터 여행자를 위한 숙소 제공 플랫폼인 '카우치서핑'과 '웜샤워'를 통해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있기도 해요. 집의 이름은 볼트하우스(Bolt House)로 성수동에 있는 실제 김현욱 씨의 생활 공간이죠. 그는 자전거 여행자로 외국을 돌아다닐 때 자전거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많은 호스트에게 환대받았던 고마움 기억을 가지고 있어요. 그때 받았던 큰 마음을 다시 여행자들에게 되돌려주고자 숙소를 공유하는 거예요. 볼트하우스의 인스타그램에서 이 곳을 거쳐가는 이들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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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ch's Neighbors 히치는 또 주변 자전거 생활자들의 이야기를 빌려 자전거의 매력을 전하고 있기도 해요. 인터뷰이의 기준은 그저 히치가 소개하고 싶은 멋진 사람들이죠. 자전거에 대한 애정과 자기 일에 대한 전문성이 있으며 히치와 감도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36장의 필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데요. 카페 사장님부터 디자이너, 항공기 정비사까지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 자전거를 이야기해요. 이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읽어내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뭉근히 떠올라요. 인터뷰는 여기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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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름, 여럿이 한 방향으로 히치는 물결님과 좀 더 자주 어울려 시간을 보내길 원해요. 서로를 알아가는 데 있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으니까요. 인스타그램을 통해 함께 자전거 캠핑을 떠날 이들을 찾기도 하고, 때로는 자전거를 타면서 들르기 좋은 카페와 근교 자전거 캠핑장을 추천하기도 해요. 찾아오는 여행자들에게는 동네를 함께 달리자고 권하고 누구라도, 또 언제라도 히치에 조인(Join)할 수 있음을 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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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가 이렇게 아우름을 실현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바로 클럽(Club)이에요. 클럽은 동아리, 동호회처럼 같은 취미나 문화를 공유하는 이들이 함께 사교하기 위해 만드는 모임을 의미해요. 자전거를 중심에 두고 HBC(Hitch Bicycle Club)안에서 일상, 예술, 패션 그리고 여행까지 삶의 전반을 나누는 경험, 물결님도 궁금하지 않나요? 곧 클럽 멤버들과 언제라도 자전거를 타다 들를 수 있는 카페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하니 여기서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어요.
어쩌면 히치는 오랫동안 같이 달릴 친구를 찾는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친구는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한결같다고 이야기하잖아요. 물결님이 삶을 달리다가 언제 다시 히치를 찾아도 히치는 반갑게 맞이할 거예요.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어울려봐요. 모든 여행길은 연결되어 있답니다.
"물결님, 함께 어울려 보실래요?"
9월 15일 목요일,
돌멩이레터 29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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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mment ✏️
물결님 잘 어울린다는 표현 말이에요. 제게는 무엇보다 기쁘게 흘러나오는 표현이에요. 친구가 새로운 옷이나 스타일을 시도했는데 그게 마치 원래 그의 모습이던 것처럼 자연스러울 때, 그 친구가 새로움에 도전했다는 사실이 기쁘고요. '한번 시도해보니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네! 해보니까 좋다.'라는 걸 느꼈을 테니 그것대로 또 기뻐요. 이렇게 말하는 저이지만 정작 제 삶을 돌이켜보면 늘 나와 잘 어울릴 것, 잘 어울릴 친구들, 잘 어울릴 직업 등 무언가 정해진 답을 찾고 싶어서 고군분투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잘 어울릴'의 기준은 대부분 제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죠. 그러다 보니 자꾸만 틀린 삶을 사는 것 같았달까요.
요즘은 생각이 많이 변했어요. 정해진 답은 없고 나는 그저 계속해 시도할 뿐이라고 말이에요. '매일 찾아오는 문제 앞에서 나는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는다'는 마음을 가지니 꽤나 술술 풀려갑니다. 도전과 실패가 어울리는 삶이 나름대로 재밌기도 하고요. 그러니 물결님도 그냥 해보세요. 세상이 얹어주는 짐을 자전거에 매달면 그 무게를 중심 삼아 더 힘차게 달릴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따뜻하고 평온한 추석 보내세요!
🪨 오늘 돌멩이를 던진 이는 에디터 모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건강한 마음에 새기는 좋은 이야기로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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