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이휘, 갓 지은 밥의 김.
포글포글, 찌개가 끓는 소리.
훈훈, 식사 끝까지 남아 있는 온기.
뚝배기하면 떠오르는 것들이에요. 뚝배기는 오랜 시간 우리 곁을 지켜온 식탁 위의 묵묵한 동반자이자, 한국인의 정서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식기죠. 하지만 수십만 원을 기꺼이 지불하는 프랑스의 르쿠르제(Le Creuset), 일본의 이가야키(Iga-yaki)와 달리, 우리의 뚝배기는 평범한 냄비로 저평가된 것도 사실이에요.
오늘은 한국의 뚝배기를 현대의 생활명품으로 진화시키는 브랜드, 밈을 소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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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뚝배기, 왜 지금 다시 주목해야 할까요. 르쿠르제와 이가야키가 당연하게 생활명품으로 대접받는 동안, 우리의 뚝배기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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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2. 밈 온기 : 도예가가 잇는 한국 뚝배기의 명맥. 23년간 뚝배기 하나에 집중해온 두 대표의 이야기를 들려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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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3. 전통을 새롭게 잇는다는 것. 전통을 박물관에 두지 않고, 오늘의 식탁 위에 올리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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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르쿠르제(Le Creuset), 일본의 이가야키(Iga-yaki). 수십만 원을 기꺼이 지불하게 만드는 이 냄비들의 공통점이 있어요. 자국의 조리 문화와 식재료에 맞게 설계된 그릇이라는 것, 그리고 그 가치를 당연하게 인정받는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에게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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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까다로운 식재료와 조리법을 가장 오랫동안, 가장 잘 소화해온 그릇이 있어요. 죽, 밥, 찌개 할 것 없이 담아내고, 불에 직접 올려 조리할 수 있는 내열 도기. 수많은 식탁 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해온 올라운드 냄비. 바로 뚝배기에요.
르쿠르제는 선물로도, 소장품으로도 기꺼이 선택받는데, 우리의 뚝배기는 왜 아직도 그저 평범한 냄비로 남아있을까요. 밈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된 브랜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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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은 2003년, 도자기의 고장 여주에서 시작한 도자 브랜드예요. 도자기 회사에서 일하던 정원섭·이현규 두 대표. 어느 날 사만 원짜리 호텔 된장찌개가 천 원 남짓한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장면. 바로 그 아이러니한 풍경에서 기회를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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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서울번드 인터뷰 중인 밈 대표님들 Photo ⓒ서울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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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는 한국 밥상의 중심에 있는 그릇인데, 정작 아무도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않는다는 것. 뚝배기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시작한 뚝심의 브랜드, 밈. 23년이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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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 : Made In Mind - 온 힘을 다해, 마음에서 시작되는 손작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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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이름 밈(MIM)은 국악에서 한 음을 끌어올리는 주법 '밀다'에서 온 말이에요. 온 힘을 다해 한 음을 올리듯, 한 단계씩 풍요로운 일상을 빚어간다는 의미를 담았죠. MIM은 Made In Mind의 약자이기도 해요. 마음에서 시작되는 손작업이라는 철학을 함께 담은 이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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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 온기의 뚝배기는 경상남도 산청에서 채굴한 오부점토를 특수 배합해, 1,250도에서 구워냅니다. 빠르고 많이 찍어내는 공장형 뚝배기가 아니라, 사람 손으로 원시적인 방식으로 빚는 소량 핸드메이드 공예품이죠. 그래서 각각의 뚝배기마다 컬러와 손잡이 모양이 조금씩 달라요. 살 때 고르는 맛이 있고, 주방에서 시간을 들이며 내 손에 맞게 길을 들이는 재미가 있는 냄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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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뚝배기의 새 이름 '온기'
늘 부르던 이름 대신 '온기'라는 새 이름을 붙였어요. 기존의 뚝배기에 고정되어 있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거든요. 불에 올려 끓이고 데운다는 기능적 의미, 불에서도 강한 내열 도기라는 물성, 음식의 따뜻함이 오래 지속되는 특성, 그리고 손으로 빚을 때만 나오는 선의 따스함까지. 온기라는 말 하나에 이 그릇이 가진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ㅣ24절기를 담은 256가지 온기
밈 온기는 뚝배기를 온기로 재정의하는 데서 그치지 않아요. 한국의 자연관을 담아 다시 사계절 네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고, 각 계절에 맞게 개발한 유약을 입혀요. 같은 계절의 온기는 1-2개의 유약을 입고, 시리즈 별로 같은 질감을 가지죠. 형태는 달라도요. 한 계절은 다시 여섯 개의 절기 시리즈로 나뉘어요. 한국의 24절기 문화를 담아, 절기 하나하나를 온기 시리즈의 이름으로 삼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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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온기 동:지 시리즈 Photo ⓒ사월의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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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동지]는 겨울 온기 시리즈로, 흰색의 달내음 유약을 입은 2가지 제품, [청명]은 봄 온기 시리즈로, 풀/밤내음 유약을 입은 17가지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봄 57가지, 여름 51가지, 가을 60가지, 겨울 84가지. 총 256가지의 제품이 있어요. 우리에게 이렇게 다양한 형태와 기능의 뚝배기 시리즈가 있다니, 놀라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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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뚝배기는 심미감이 고려되지 않은 기능만을 위한 그릇이었어요. 밈 온기는 거기서 더 나아가 오늘날의 식탁에도 어울리는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에 한국적 감각을 더하고자 했어요. 밈만의 흙과 유약, 형태로 자연을 닮은 여섯가지 빛깔을 담았고, 사용자가 계절을 느꼈으면 했다고 해요. 식탁의 중심에 놓였을 때 그 자체로 하나의 오브제가 되는 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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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묵직함의 서이틀(좌) 로하루(우) 온기 Photo ⓒ서울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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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스러운 매력의 온기 백:로 Photo ⓒ서울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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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되새기는데 그치지 않고, 느낀 가치를 오늘 새롭게 이어간다는 것. 밈 온기를 보면서 계속 든 생각이에요. 근대화된 주방이 들어오면서 무쇠솥과 뚝배기 같은 전통 도구, 그릇들이 하나둘 사라졌는데요. 그런데 밈 온기는 그 중에서도 뚝배기에 주목하고 형태, 이름, 만드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죠. 저평가되어온 뚝배기에 새로운 이야기를 입히면서 쓰임과 영역을 넓혀요. 전통을 박물관에 보존하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일상 속에서 다시 쓰이게 만드는 방식으로요.
한국 식탁의 중심을 지키며 사랑하는 이들의 허기와 마음을 뜨끈하게 채워주던 뚝배기. 누구도 특별하다고 보지 않았던 우리 냄비이자 그릇을 새롭게 부르고 스무 세 해라는 긴 시간을 잇는 단단한 마음. 밈이 저에게 남긴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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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레터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MIM / 서울번드 / 무화 / d&department Seoul / 4월의 식탁 / 소일베이커'에 있습니다. ⓒMIM / 서울번드 / 무화 / d&department Seoul / 4월의 식탁 / 소일베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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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의 만능냄비 뚝배기를 들여다보고 나니,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묵묵히 이어온 전통이 있지 않을까 하는 탐정의 마음이 생겨요. 더불어 가졌었지만 끊긴 것을 어떻게 이을까 하는 고민도 들고요. 여러분도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우리의 것이 있나요? 함께 알면 좋을 브랜드, 물건, 인물이 있다면 언제든 나눠주세요.
Editor 영경 | 자신만의 언어를 완성해가는, 현재 진행형인 사람과 브랜드를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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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추천 노래는 백현진 - 빛34 예요.
물결님에게 유독 인상적이던 우리 것을 이어가는 사람이나 브랜드가 있나요?
*답장을 남겨 주시면 다음 호 하단에 물결님의 이야기를 실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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