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재밌는 축제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매년 10월, 걷기 딱 좋은 날씨를 틈타 열리 point 1. '오픈하우스'라는 축제 혹시 들어보셨나요? 처음 들어보셨다면 오늘 레터 재밌을 거예요. 오픈하우스의 역사와 이 축제를 지탱하는 4가지 가치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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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2. 세계적인 도시건축 축제에 2020년부터 합류하게 된 서울. 과연 서울에도 보여줄 만한 좋은 건축물이 있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오픈하우스서울을 처음 기획한 임진영 대표님의 고민을 공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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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3. 오픈하우스서울은 우리 사회에 분명한 변화를 만들고 있어요. 축제 자체의 변화부터 함께하는 건축 그리고 사람들에게 생긴 변화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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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님, 오늘은 재밌는 축제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매년 10월, 걷기 딱 좋은 날씨를 틈타 열리는 '오픈하우스서울(Openhouse Seoul)' 이야기입니다. 오픈하우스서울은 평소 들어가 볼 수 없었던 건축물, 공간 혹은 장소의 빗장을 1년에 한 번 시원하게 여는 도시건축 축제예요. 늘 내부가 궁금했던 유명 기업의 사옥부터 지인이 아니라면 아마 평생 방문할 수 없을 개인 주택까지 개방하는 건축물의 종류도 다양하죠. 도시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건축물이나 디자이너의 치열한 고민으로 탄생한 공간 등을 소개하고 물결님이 그 공간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요. 한국 건축의 현재를 기록하고 새롭게 조명해 온 건축전문 기자이자 건축 잡지 <공간>의 편집팀장이었던 임진영 대표님의 주도로 2014년 첫 공식 축제가 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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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하우스서울은 완전히 새로 기획된 서울 단독 축제는 아니에요. 오래전부터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는 각별한 장소나 유산을 개방해 도시에 관한 시민의 이해를 돕는 '건축물 개방 축제'를 열고 있는데요. 매년 9월 셋째 주 주말에 열리는 프랑스의 '문화유산의 날'이 대표적인 예죠. 유럽에서 열리는 이런 건축물 개방 축제 중 1992년 빅토리아 손튼(Victoria Thornton)이 설립한 ‘오픈하우스런던'이 오늘 소개하는 오픈하우스서울의 시작이에요. 100여 명의 시민과 작은 버스를 타고 런던 시내 17군데를 돌아다녔던 첫 회 오픈하우스런던은 불과 2년 만에 200개의 건축물과 함께하는 축제로, 2000년 초반에는 10만 명이 함께하는 축제로 성장했어요.
재밌는 점은, 이 축제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던 스콧 라우어(Scott Lauer)가 뉴욕으로 돌아가 '오픈하우스뉴욕'이란 비영리단체를 조직하고 2003년부터 뉴욕의 건축물과 디자인에 관한 축제를 시작했다는 거예요. 회차를 거듭하며 런던과 마찬가지로 오픈하우스뉴욕 또한 뉴욕의 대표적인 도시축제로 자리 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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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오픈하우스 프로그램은 '오픈하우스 월드와이드(Open House Worldwide)'를 통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었어요. 앞서 말한 오픈하우스 런던, 오픈하우스 뉴욕을 비롯해 더블린, 텔아비브, 예루살렘, 멜버른, 바르셀로나, 시카고, 로마, 헬싱키 등 전 세계 약 60개 도시가 함께하고 있죠. 2022년에만 약 75만 명이 200만 개 이상의 건축물을 탐방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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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하우스 축제를 주관하고 운영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도시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이 공유하는 4가지 가치가 있어요. 첫 번째 가치는 ①지지(Advocacy)한다는 거예요. 건축은 환경과 사회,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모두 다루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좋은 건축물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갈 좋은 환경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죠. 오픈하우스는 지역 주민이 그 지역의 잘 설계된 건축을 이해하고 스스로 더 나은 환경을 지지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요. 다음으로 오픈하우스는 ②대화(Dialogue)해요.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 전문가와 일반 사용자 사이의 격차를 해소해요. 정부, 민간조직, 전문기관 그리고 대중이 한 데 모여 의견을 교환하며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죠.
이처럼 건축과 도시 디자인에 관한 경험을 제공하고 대화를 장려하면, 자연스럽게 도시와 디자인, 개발 및 관리가 모두 이해관계 안에 있다는 인식이 만들어질 거예요.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도시는 모두가 함께 만드는 공유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려요. 개개인에게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성과 ③힘을 부여(Empowerment)하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오픈하우스의 모든 이벤트는 기본적으로 무료로 진행돼요. 연령, 인종, 성별은 물론 전문 지식의 여부와 관계없이 ④누구나 경험(Experience)할 수 있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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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하우스서울 임진영 대표님은 2010년대 초부터 우리나라 대중도 건축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는 분위기를 감지했어요. 집이나 건축물을 부동산으로 여기는 추세는 여전했지만, 그에 대한 반작용처럼 땅콩주택을 짓는 등 좋은 공간과 건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분명히 있었거든요. 2012년 서울시청이 새로 지어지자 너도나도 멋지다, 못생겼다 한마디씩 거들며 화두에 올랐던 일도 있었는데요. 임진영 대표님은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봤어요. 사람들이 평소에 오가는 도시 환경과 공공건축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건 좋은 변화라면서요.
<공간>에서 독립하며 대중과 건축을 연결하는 가장 좋은 접점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차, 임진영 대표님은 이런 변화를 신호탄 삼아 아예 대중이 건축을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답을 내렸어요. 그동안 많은 공간을 답사하면서 오감으로 느꼈던 감흥을 직접 나눠보기로 한 거죠. 그렇게 “도시의 문턱을 낮추고 건축을 만나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오픈하우스서울이 탄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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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하우스서울은 크게 평소 접근이 어려웠던 건축물을 개방하는 ‘오픈하우스'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가를 스튜디오에서 직접 만나는 ‘오픈스튜디오'로 구성되어 있어요. 여기에 매년 기획한 주제에 맞춰 스페셜 프로그램 및 특집 콘텐츠 등이 더해져요. 가장 중요한 기획은 섬세하면서도 느슨하게 이뤄집니다. 올해 건축계의 이슈는 무엇일지, 이어지는 이야깃거리는 어떤 게 있을지 연초부터 조직원들과 의견을 주고받아요. 행사가 시작되기 몇 달 전 사무국이 꾸려지면 건축물 섭외 등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하고요. 오픈하우스서울 2020의 주제는 ‘집에 안부를 묻습니다'였어요. 이 주제를 통해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집이란 공간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마련했죠. 그 외에도 2019년 DDP 5주년 기념 스페셜 투어, 2022년 김중업 탄생 100주년 기념 스페셜 영상 등을 준비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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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섬세하게 동향을 살피는 한편 축제를 기획할 땐 느슨한 마음가짐도 필요해요. 건축가와 스무 명 정도의 관람객이 평소 개방되지 않았던 공간을 함께 둘러본다는 것이 축제의 핵심이기 때문에, 건축주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기획이 틀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섭외 과정에서 생길 변수를 고려해야 하죠.
그렇지만 오픈하우스서울이 건축물을 선정하는 최소한의 원칙은 있어요. 이 건축물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에 관한 건데요. 사회 이슈에 반응했다거나 지역에 대한 해석을 담는 등 사회적 담론과 도시의 맥락을 건축으로 접근해 보는 것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밀알학교, 서울서진학교와 한국 건축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서울 마곡 지구의 서울식물원, 스페이스K, LG아트센터 등이 그 예죠. 모두 시공간 속에서 건축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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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건축물을 개인 소유로 생각하기보다 문화의 일부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조금 더 자연스러워요. 학교나 공공기관은 몰라도, 집이나 사무실같이 사적인 공간을 개방하는 일이 우리나라에선 아직 낯선 게 사실이죠. 그럼에도 오픈하우스서울은 매해 좋은 변화를 만들고 있어요. 첫해 18개 오픈하우스와 10개 오픈스튜디오로 시작했던 축제는 2022년 오픈하우스 91개, 오픈스튜디오 32개 규모로 성장했어요. 함께 모일 순 없지만 개별 방문 가능한 건축물도 확보해 ‘비짓 유어셀프(Visit Yourself)’이란 프로그램 11개도 추가했고요. 건축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오픈하우스, 오픈스튜디오와 같은 투어 프로그램은 이제 오픈 5분 만에 티켓이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워요.
올해는 더 많은 사람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비짓 유어셀프 비중을 29개로 늘렸어요. 오픈하우스는 73개로 조금 줄었지만 아모레퍼시픽본사 사옥, 한국타이어 테크로플렉스, HD현대 글로벌 R&D센터 등 유명한 기업 사옥을 섭외해 올해 처음으로 개방했어요. 또 코로나19 상황을 역이용해 2020년부터 오프라인의 한계를 깨는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어요.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해 유튜브에 공유한다든가, 조경가 정영선의 다큐멘터리 <땅에 쓰는 시>를 제작해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것 모두 그런 시도의 일부죠. 이는 동시에 의도적으로 콘텐츠를 강화하려는 노력이기도 해요. 오픈하우스서울 홈페이지는 이제 건축물에 관한 정보부터 건축가 인터뷰,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의 각종 기록 등을 한데 모은 한 해의 건축 아카이브가 되었어요. 단순히 프로그램 예약을 위해 운영하는 사이트가 아닌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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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에 참여하는 사람과 건축물에도 좋은 변화가 생겼어요. 우선 건축물의 경우, 철거 직전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되어 기사회생한 사례가 있는데요. 바로 김중업 건축가의 사직동 주택이에요. 김중업 건축가는 주한프랑스대사관, 명보극장, 성공회회관, 건국대학교 도서관 등을 설계한 우리나라 근대 건축의 거장 중 한 명이에요. 사직동 주택은 그런 김중업 건축가가 스스로 "나의 집 꾸밈 원칙이 뚜렷이 엿보인다"고 말할 정도로 드라마틱한 공간 연출이 인상적인 건축물이죠. 2021년 오픈하우스로 선정되어 많은 관심을 받은 덕에 보존을 결정하게 됐어요. 올해엔 오픈하우스 프로그램과 함께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의견을 남기는 이벤트가 진행되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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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생긴 변화도 긍정적이에요. 건축 전공자가 참여자의 주를 이뤘던 초반과 달리 최근엔 직접 집을 짓고 싶은 사람, 그냥 공간 자체가 궁금한 사람 등 일반 대중이 훨씬 많아졌거든요. 나이대도 학생부터 80대 할머니까지 다양해졌다고 해요. 투어에 참여한 분들은 매일 지나며 보던 건물의 내면을 알고 나니 같은 길도 다르게 느껴진다는 반응이에요. 반대로 실제 거주 중인 오랜 주택을 개방했던 분은 편한 아파트로 이사갈까 했던 생각이 싹 사라졌대요. 오픈하우스서울이란 축제를 통해 그만큼 멋진 집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면서요.
본 레터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오픈하우스 월드와이드' 및 '오픈하우스서울'입니다.
ⓒopenhouse worldwide, openhouse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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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10월, 건축가 김중업의 사직동 주택이 곧 철거된다는 소식을 듣고 개방 마지막 날 부리나케 달려갔던 기억이 있어요. 평소 잘 알던 곳도 아니고 특별히 좋아하던 건축가도 아닌데 무언가 사라진다는 건 왜 그리 애틋한지. 직접 방문해 보니 사직동 주택은 동그란 반원 모양 대문부터 다각형 거실을 지나 옥상에 오르기까지, 요즘 지어지는 주택에선 보기 어려운 공간의 연속이었어요. 그 공간 구석구석 나름의 작별 인사를 건넸었는데, 저처럼 사라짐을 아쉬워한 이들 덕분에 철거가 취소되었단 소식을 오늘 레터를 쓰면서야 알았습니다. 물결님에게 한 번쯤 가보길 추천해 드릴 수 있어 다행이에요. 저는 서울 종로를 가로질러 버스만 한 시간 이상 타고 출퇴근하는데요. 창밖으로 제가 들어가 본 적 있는 건물을 볼 때마다 괜히 반가워요. 삭막하고 넓고 또 소란스러운 도시 한 가운데 나만 아는 고요가 있다고 생각하면 왜인지 든든하더라고요. 물결님의 도시에도 물결님만의 친밀한 공간이 하나쯤 있길 바라요.
🍁 참, 지난주에 보내드린 돌멩 커뮤니티 초대장은 잘 받아보셨나요?
두 번째 돌멩 커뮤니티는 우리나라 최초로 와이너리 문화를 들여온 브랜드 '추사'와 함께합니다. 충남 예산에서 직접 기른 사과로 와인과 브랜디, 소주를 만드는 곳이에요. 자세한 내용은 여기(클릭)에서 볼 수 있어요. 으슬으슬 추운 요즘, 좋은 사람 그리고 좋은 술과 함께 따뜻한 시간 보내고 싶은 물결님이라면 한번 클릭해 보세요! 🙌
Editor 초록 | 공간과 텍스트를 좋아해요. 즐겁고 편안한 상태를 꿈꿉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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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물결님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는 '하현상의 Laputa'입니다.
괜히 정이 가고 친근한, 물결님만의 아지트 같은 장소가 있나요?
*답장을 남겨 주시면 다음 호 하단에 물결님의 이야기를 실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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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님이 보내주신 답장이에요 💌
74호 <취>편의 질문은 '물결님을 취하게 하는 향은 무엇인가요?'였습니다.
아직 레터를 못 읽었다면 여기에서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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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신박하고 좋은 브랜드 알게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from. 클라라 물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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