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도구 슬랙(slack)은 불과 10년 만에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어요. 그 비결이 무엇인 point 1.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도구 슬랙(slack)은 불과 10년 만에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어요. 그 비결이 무엇인지 함께 살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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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2. 슬랙만의 핵심 정신을 알려드려요.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이 있고, 무엇이 다른 메신저와 다른지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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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3. 프로덕트가 있으면 그걸 만든 사람들도 있겠지요. 슬랙을 만드는 이들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일을 대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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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랙(Slack)은 쉽게 말하면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도구예요. 오랜 시간 이 분야의 대표주자였던 이메일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죠. 재밌는 사실, 슬랙을 만든 슬랙 테크놀로지스는 원래 게임 회사였어요. 당시 개발 조직과 게임 스튜디오가 나누어져 있었고, 사무실 자체도 2개 국가에 흩어져 있어 소통이 쉽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만든 사내 메신저가 바로 슬랙의 초기 버전이에요. 직원들끼리 편하려고 만든 이 메신저는 발표하자마자 매일 사용자 수가 5~10%씩 늘어날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슬랙의 공동창립자인 스튜어트 버터필드와 칼 헨더슨은 게임 사업을 접고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슬랙 사업을 시작합니다. 이후 슬랙은 팬데믹 동안 가파르게 성장하며, 미국의 경제 전문 미디어 <포춘>이 선정한 100대 기업 중 무려 77개 기업이 사용하는 강력한 협업 툴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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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소개하니 운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 텐데요. 슬랙이 지금의 슬랙이 되기까지는 여러 시도와 선택이 있었어요. 우선 게임 회사 시절 거래하던 고객사를 찾아가 게임은 실패했지만, 대신 슬랙을 테스트로 사용해 보길 부탁했어요. 내부에서는 그럴듯한 기능을 갖춘 커뮤니케이션 도구였어도 야생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런 적극적인 테스트와 피드백 수용은 '프리뷰 릴리즈'란 이름으로 6개월 이상 이어졌어요. 점점 더 규모가 큰 조직에 테스트 사용을 권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슬랙이 작동하는지 관찰하며 서비스를 개선해 나갔죠. 동명이인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와 같은 사소한 문제부터 중요한 오류까지, 초창기엔 이런 문제를 즉시 해결하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았어요.
이런 방식으로 슬랙은 자연스럽게 초기 사용자를 확보하고 동시에 서비스를 고도화시킬 수 있었어요.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됐죠. 자본과 인력, 환경, 에너지 등 모든 게 열악한 스타트업이 그런 부족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초기 슬랙의 목표였는데요. 테스트해 보니 50명 이하의 작은 조직뿐 아니라 대기업에도 슬랙은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였어요. 아무리 규모가 커도 매일 함께 일하는 사람의 숫자는 누구나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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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얻은 인사이트들을 바탕으로 슬랙은 프리미엄(premium) 요금제가 아닌 'freemium' 요금제를 운용해요. 무료 플랜을 기본으로 두고 기능이 더해질수록 차등으로 요금을 올리는 식이죠. 각 기업의 담당자를 설득해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했던 기존 방식과는 조금 달라요. B2B 사업이라고 하면 흔히들 당장 우리에게 돈을 지불하는 기업만을 고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슬랙은 그보다 실질적으로 슬랙을 사용할 최종 사용자(엔드 유저)를 겨냥했어요. 누구든 직접 써보고 마음에 들면 유료로 전환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2021년 기준 슬랙의 전체 사용 고객사 중 유료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사는 약 14%에 불과했지만 꾸준히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며 유료 전환율을 높여왔어요. 또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았던 만큼, 보안 등 기업의 특성에 맞춰 유연한 기능을 제공하는 엔터프라이즈 플랜도 특별히 신경 썼어요. 2020년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이미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던 세일즈포스의 슬랙 인수 이후 슬랙은 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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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랙(Slack)은 Searchable Log of All Conversation and Knowledge의 약자예요. 즉 모든 대화와 지식을 위한 검색 가능한 기록이란 뜻이죠. 이메일과 슬랙의 가장 큰 차이점이 여기 이름에 드러나 있어요. 바로 폐쇄성의 유무인데요. 1:1 소통이 기본인 이메일과 달리 슬랙은 모두를 하나의 공간으로 데리고 나왔어요. 개인과 개인이 편지를 주고받거나, 참조를 걸어 똑같은 편지를 여러 명에게 보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보와 대화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도록 한 거죠. 한 마디로 슬랙의 핵심 정신은 '공유'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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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슬랙에서의 대화는 모두 '채널'이라는 곳에서 이뤄져요. 모두를 슬랙이란 하나의 커다란 공간에 모았다면, 채널은 특정 주제로 방을 나눠둔 거라고 이해하면 쉬워요. 기획팀, 디자인팀, 개발팀 등 팀별로 채널을 개설할 수도 있고 프로젝트에 따라 프로젝트 A, 프로젝트 B 채널을 만들 수도 있어요. 업무뿐 아니라 사내 스터디 채널, 취미 생활 공유 채널, 점심 메뉴 채널 등을 만드는 것도 물론 가능하죠. 이렇게 채널을 통해 소통하면 만약 프로젝트 A와 프로젝트 B에 관여하는 사람이 a, b, c로 똑같더라도 각각의 채널에서 따로 대화하기 때문에 업무 기록이 섞이지 않아요. 나중에 찾아보기도 훨씬 쉽고요.
스레드는 채널 속 부분 대화 같은 개념이에요. 하나의 채널이라 하더라도 세부적인 대화 주제는 여러 개일 수 있잖아요. 예를 들면 프로젝트A 채널에서 a와 c는 하나의 스레드에서 일정을 조율하고, a와 b는 또 다른 스레드에서 디자인에 관해 논하는 식이에요. 당연히 스레드의 모든 대화 또한 모두가 볼 수 있어요. 1:1로만 주고받았던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말로 전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일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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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채셨겠지만, 이렇게 모든 업무 흐름이 기록되고 또 이를 모두와 공유하기 때문에 슬랙을 사용하는 순간 슬랙은 이미 하나의 거대한 아카이브가 되는 셈이에요. 채널, 사용자, 날짜 등을 기준으로 상세한 검색도 가능하고 공개 채널이라면 누구나 채널에 들어갈 수 있어요. 따라서 인수인계나 온보딩 등 그간의 일을 누군가에게 전달 해야 할 때 아주 유용하죠. 궁금한 점이 생기면 꼭 담당자를 찾아 물어볼 필요도 없어요. 몇 번 검색만 해보면 나와 같은 문제를 겪었던 누군가의 기록을 볼 수 있거든요.
앞서 슬랙은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던 것 기억하나요? 모든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효율도 있지만, 그 외에도 슬랙을 잘 사용하면 엄청난 효율을 경험할 수 있어요. 슬랙은 구글 문서나 이메일을 경쟁 대상으로 보는 대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파트너로 보고 깃허브, 구글 캘린더 등 2,200개 이상의 다른 앱과 슬랙이 연동되도록 했어요. 포토샵, 일러스트, PDF, 워드 등 다양한 종류의 파일도 슬랙에서 바로 미리보기가 가능하고요. 슬랙봇이나 워크플로와 같은 자동화 기능을 사용하면 특정 단어를 언급했을 때 자동으로 관련 서류를 준비해 준다든가, 특정 시간이 되면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것도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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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랙은 일이 딱딱하지 않길 바라요. 캐주얼한 소통만이 생산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런 신념은 슬랙 곳곳에 침투해 있는 '이모지'에서 느낄 수 있어요. 텍스트 입력창에 아예 이모티콘 버튼이 있어 대화 중간중간 쉽게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누군가 남긴 글에는 이모티콘으로 반응을 남길 수도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사용자 이름 옆에는 각자 상태를 이모티콘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대화가 가능한 상태인지 온·오프가 표시되고 그 옆에 회의 중, 식사 중, 오늘 휴가, 아파서 쉬고 있음 등을 이모티콘으로 재밌게 알려주는 거예요. 직접 이모티콘을 만들어 추가할 수도 있어 동료와 소통하는 재미를 소소하게 더한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슬랙의 이런 캐주얼함은 조직문화에서 태어났어요. 슬랙은 앱 업데이트 문구를 친근하고 재밌게 쓰기로 유명하죠.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이 짧고 딱딱한 한마디 대신 '몸이 엄청 긴장했다는 걸 깨닫고 심호흡하다 보면 몸이 조금씩 이완되는 경우가 가끔 있죠. 이 업데이트가 바로 그런 거예요. 여전히 슬랙인데 약간의 껄끄러움이 풀렸다고 할까요.' 이렇게 말해요. 처음으로 한국어 지원 소식을 알릴 땐 '좋아하는 BTS 멤버에게 DM을 보내보는 건 어떠세요? 농담입니다. 실제로 그러진 마세요.' 이런 농담을 남기기도 했죠. 모두 슬랙 직원들이 일을 마냥 딱딱하게만 대하지 않는다는 증거예요.
"슬랙을 통해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을 친구나 가족과 대화할 때처럼 비공식적이고 재밌게 만들고 싶었어요.
일종의 '기업 캐주얼화'죠. 생산성 향상과 성공을 위해 직장에서 항상 진지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 칼 헨더슨 슬랙 CTO 및 공동창립자(중앙일보, 20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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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소통을 실시간으로 빠르고 유연하게, 효율적으로, 게다가 재밌게까지 만들어버렸으니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오히려 일을 더 하게 되지 않겠냐는 의문이 들 텐데요. 슬랙은 직원들에게 일할 때 집중해서 일하고 빨리 집에 가라고 해요. 실제로 사훈이 'work hard and go home'일 정도예요. 어차피 사람이 최대로 집중해 일할 수 있는 건 8시간이 최대라고요. 그 이상 회사에 머무르는 건 낭비라고 단호하게 말해요. 업무 시간 외 슬랙을 켜는 것, 메시지를 보내거나 채널에 아이디어를 남기는 것까지도 모두 정책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요. 이렇듯 슬랙의 바탕에는 '사람이 우선'이란 마음이 깔려있어요. 열심히 일하라고 강요하기보다 재밌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그렇게 일했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각자의 일상과 가정으로 돌아가라 말하죠. 슬랙에서 'slack'이란 단어의 또 다른 뜻인 '여유'가 떠오르는 이유예요.
본 레터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모두 '슬랙'입니다. ⓒs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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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님, 오늘 들려드린 슬랙 이야기 재밌었나요? 처음 슬랙을 하나의 브랜드로 보고 돌멩이레터에 소개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슬랙에 관한 수많은 정보를 어떤 관점에서 정리해야할지 고민이었어요. 실제로 제가 일하며 가장 많이 쓰는 도구인 만큼 소개하고 싶은 내용도 많았거든요.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슬랙의 업데이트 문구였어요. 귀찮게만 여기던 업데이트 알림을 처음으로 유심히 들여다보고 '이 회사 일 재밌게 하네' 생각했었죠. 자연스럽게 슬랙의 조직문화를 조사하다 보니 물결님에게 슬랙을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가닥이 잡혔어요. 보통 돌멩이레터는 브랜드의 고객을 향한 목소리를 소개하는 편인데요, 오늘은 슬랙이란 브랜드가 직원들에게 어떻게 말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소개했어요.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일하는 방식이 제품과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 그대로 묻어났기 때문이에요. 일하는 방식은 일의 결과물과 결코 떼어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앞으로는 자주 굳어버리는 어깨를 의식적으로 풀면서 일해보려고요. 손도 몇 번 툭툭 털어보고요. 물결님도 지금 ‘말랑'한 결과물이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면 몸과 마음을 먼저 풀어보길 추천해요.
Editor 초록 | 공간과 텍스트를 좋아해요. 즐겁고 편안한 상태를 꿈꿉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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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물결님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는 '보아의 Milky Way'입니다. 코끝에 차가운 공기가 맴돌 때, 복잡한 세상에 잠시 청명한 필터를 끼우고 싶을 때 듣기 좋은 시원한 노래예요.
물결님은 어떻게 일하고 있나요? 요즘 하는 일 관련 고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것들 무엇이든 좋아요.
*답장을 남겨 주시면 다음 호 하단에 물결님의 이야기를 실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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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님이 보내주신 답장이에요 💌
71호 <파버카스텔>편의 질문은 '물결님의 생활명품은 무엇인가요?'였습니다.
아직 레터를 못 읽었다면 여기에서 볼 수 있어요.
"파버카스텔은 저도 좋아하는 브랜드예요! 중학교 때 학원 선생님께 받은 샤프가 파버카스텔의 샤프였거든요. 부적처럼 필통에 꼭 넣어다니고, 중요한 시험 때는 그 샤프를 썼던 기억이 있어요! 그랬던 브랜드를 돌멩이레터에서 만나니 새삼 반갑고, 새 샤프를 장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의 생활명품은 북커버예요! 한창 나오기 시작할 때는 관심을 안 가지다가, 좋아하는 문구 브랜드rwn.t에서 직접 제작하고 펀딩한 북커버를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잘 쓰고 있어요! 책을 상하지 않게 들고다닐 수도 있고, 볼펜을 끼워둘 수도 있고, 책갈피도 있는데 예쁘기까지 해, 아주 만족하며 사용 중이에요. 요즘 제 일상 속에 꼭 있는 제 생활명품이랍니다." from. 익명 물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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