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물결님께 50번째 돌멩이를 던져드리는 날이에요. 처음 레터를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몇개의 돌멩이레터 50호 | 곡물집
가꿈의 미학
오늘은 물결님께 50번째 돌멩이를 던져드리는 날이에요. 처음 레터를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몇 개의 돌멩이를 던지고, 또 얼마만큼의 물결을 일으킬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죠. 때로 레터 너머에 있을 물결님들이 흐릿해 보이는 날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답장에 힘을 얻어 다시 돌멩이를 찾아 나섰어요. 그렇게 물결님과 함께했기에 더욱 단단하고 온전한 돌멩이레터를 가꿔나갈 수 있었습니다. 항상 감사해요.
문득 잘 가꾼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됐어요. '가꾸다'라는 동사는 손질하고 보살핀다는 뜻으로, 무언가를 더 좋은 상태로 꾸려 나가는 것을 의미해요. 여기서 중요한 건 무언가를 가꾼다는 행위가 가능성의 탐구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이죠. 당장 변화가 보이지 않더라도 언젠가 선명히 마주하게 될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며 지속적으로 행위를 이어가는 거예요. 오늘 소개할 브랜드는 물결님에게 가꿈의 미학을 알려줄 '곡물집'입니다.
- 모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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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건네준 마음
곡물집集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기획자이자 디자이너, 김현정 & 천재박 부부로부터 시작됐어요. 두 사람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더 나은 삶을 꿈꿨어요. '자신을 스스로 가꾸는 삶'이 무엇인지와 같은 본질적인 물음이 자꾸만 이어졌죠. 결국 두 사람은 스스로와 이웃들의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도 지속가능한 새로운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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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집
식문화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던 부부는 자기 손으로 직접 모든 것을 일구는 농부에게서부터 '새로운 일'에 대한 가능성을 찾았어요. 특히 토종(土種) 곡물을 재배하는 농부에게서 말이죠.
토종 곡물은 농부에 의해 씨앗이 대대로 이어져 한 지역에서 오래 적응해 살아남은 곡물을 뜻하는데요. 일반 곡물에 비해 판매 시스템과 재배 방법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아 생산성이 떨어지고 쉽게 멸종 위기에 놓인다는 문제가 있어요. 씨앗을 간직한 농부의 소신과 노력에 의해서 꾸준히 재배되어야 그 곡물을 맛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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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집
당시 농부들은 씨앗의 관리와 재배, 유통, 그리고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주체적으로 해나가고 있었어요. 게다가 각 품종 별로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 자신만의 비결과 노하우를 착실히 쌓아가고 있었죠. 부부는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자신만의 밭을 가꿔 나가는 농부들에게서 삶에 대한 진정성과 전문성을 발견했죠.
두 사람은 농부들의 노고가 담긴 토종 곡물과 그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전통 곡물이 무조건 맛있고 건강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매력과 특성을 경험하게 도움으로써 사람들에게 새로운 식문화 선택지를 제안하는 방향으로요. 결국 토종 곡물이 꾸준히 소비되어야 농부들의 농사도 지속가능해지고, 마침내 토종 곡물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구축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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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집
가꾸는 마음을 모아
그렇게 두 사람은 2020년, 김현정 대표의 고향이자 가장 익숙한 지역인 충남 공주 원도심에 자리를 잡고 '곡물집'을 꾸려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곳은 곡물을 가꾸고 식사를 가꾸고 더 나은 삶을 향한 단정한 매일을 가꾸는 이들을 위해 존재해요. 물결님이 취향에 맞는 곡물을 찾고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여러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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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집
곡물집集은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들과 협업하는 것을 추구해요. 제품과 콘텐츠는 곡물집의 김현정 대표가, 여러 식경험 워크숍은 ‘스몰바치스튜디오'의 강은경 대표가, 그리고 곡물 큐레이션은 버들방앗간의 황진웅 농부와 함께 꾸려 나가고 있죠. 물결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면 농부, 셰프, 디자이너, 아티스트, 인문학자, 과학자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요. 다양한 가꿈의 자세를 모아 동반의 성장으로 나아가는 경험을 중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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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의 경험을 다시 그리다
물결님 '토종'을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나요? 무언가 진중하고 무거운 인상이 떠오르진 않나요? 곡물집은 토종이 갖는 익숙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롭고 산뜻한, 그래서 기분이 좋아지는 차원에서 브랜드를 디자인하고자 했어요. 익숙함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호기심을 불러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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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집
곡물집集은 밝고 경쾌하면서도 캐주얼한 콘셉트를 목표로 곡물이 가진 고유의 색감, 맛, 그리고 향을 역동적이고 통통 튀는 그래픽으로 재해석했어요. 그리고 모든 패키지와 콘텐츠 디자인에 이 그래픽 요소를 반영했죠. 개성있는 그래픽만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음을 염두에 둔 결과였어요.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바로 토종 곡물의 생김새를 담은 곡물집 내열 유리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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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곡물집集은 사람들이 카페에 들러 원두를 사 가듯 토종 곡물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어요. 곡물 패키지의 용량을 작은 단위인 200g으로 설계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죠. 200g의 곡물로 밥을 지으면 약 2-3인분 양이 나오는데요. 조금 번거롭더라도 여러 차례 다양하게 토종 곡물을 맛볼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접근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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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곡물이 가진 '다양성'이라는 특징이 아직 물결님에게 와닿지 않을 수 있어요. 먼저 물결님의 취향에 맞는 곡물을 찾는 순간 이 '다양성'은 비로소 장점이 돼요. 그래서 곡물집集은 최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하고자 했어요. 지역생산자가 생산하는 곡물을 시작으로 점점 그 현장을 넓혀 다양한 곡물 카테고리를 균형적인 자세로 다루고 있죠.
"곡물 카테고리를 균형감 있게 소개하고자 했어요. 쌀, 콩, 녹두, 율무를 골고루 마련한 20가지 품종을 시작으로 계절과 농부님들의 상황에 맞춰 새로운 곡물들 을 모아 소개하려고 해요." - 천재박 대표(네이버 포스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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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에 대한 생각
곡물집集은 파트너들과 협력해 토종 곡물과 관련된 여러 경험을 워크숍 형태로 사람들과 나눠오고 있어요. 토종 곡물을 커피로 만드는 실험을 통해 토종 콩과 커피 원두를 블렌딩 해 만든 시그니처 커피인 '그레인 라떼'를 개발하고 <특선집: 로스티드 그레인 파우더>도 출시했죠. 그 외에도 토종 곡물을 활용해 음료, 빵, 간식, 잼 등 다양한 식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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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러 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처음부터 매우 중요하게 설계한 식경험이 있다면 스몰바치스튜디오와 함께 한 '곡물 경험 워크숍: 밥에 대한 생각(이하 밥 생각)'이에요. 바쁜 현대 사회에서 밥을 대체하는 식품의 종류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요. 그 가운데 '밥'이라는 존재를 명상하듯 새롭게 경험해보자고 제안하고 싶었죠. 밥 생각은 번거롭고 귀찮게 여겨지는 '밥 짓기'를 자신을 돌보는 가꿈의 과정으로 바꿔내도록 돕는 워크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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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님이 밥 생각에 함께 참여했다고 상상해봐요. 준비된 여러 곡물의 색과 빛을 들여다보고, 냄새를 맡고 한 톨씩 먹고 씹으며 맛과 식감을 직접 느껴보는 거예요. 이름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각 곡물이 나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감감적으로 들여다보세요. 곡물을 직접 재배하고 있는 농부의 이야기가 들려오고 마침내 물결님의 마음에 쏙 드는 곡물들을 골라 섞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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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 장인과 함께 준비한 옹기솥에 섞어둔 잡곡을 넣고 1인분의 밥을 지어봐요. 쌀을 탐색하고 골라 씻어서 솥에 안친 후, 물을 잡고 불에 올려 끓기를 기다리다 익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줄 조절도 하고 충분히 뜸도 들이죠. 그 모든 과정을 지나 마침내 뚜껑을 열고 떠낸 한 숟가락, 과연 어떤 맛과 모습일지 기대되지 않나요? 매 끼니를 이렇게 준비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가치를 '밥 짓기'를 통해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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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집集은 더 많은 사람들이 다채롭게 곡물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고민을 거듭하다 2022년, 그간의 워크숍 결과를 분석한 '맛 경험 지도'를 만들어 배포하고, 워크숍의 내용을 누구나 쉽게 스스로 경험할 수 있는 '토종 곡물 경험 키트'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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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거리, 더 가까이
최근 곡물집은 물결님 토종 곡물과 건강한 식재료 본연의 맛을 더 가까이서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미식에 대한 탐구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번 3월엔 카페 음료, 특히 콩을 우려낸 담백한 차와 잘 어울릴 달콤한 디저트도 선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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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토종 앉은키밀 와플'이에요. 와플의 원재료인 앉은키밀 밀가루는 2013년에 국제슬로푸드협회 생명다양성재단 '맛의 방주'에도 등재된 인정받은 우리나라 고유의 식재료죠. 논산 더불어농원의 권태옥⋅신두철 농부가 재배한 유기농 저탄소 인증 밀로 부드럽고 쫄깃한 와플의 식감을 최대한으로 살려냈어요.
풍미가 가득한 여러 맛의 샌드크림 또한 여러 지역의 작물들로 만들어졌는데요. 전남 고흥의 유자, 충남 공주의 밤, 강원 횡성의 토종 재팥, 강원 추천의 꿀 등 하나의 메뉴를 통해 떨어져 있는 지역의 여 작물을 연결되고 지역 간 거리도 계속해 가까워지도록 하는 뜻깊은 시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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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그동안 농촌디자인, 메뉴 및 제품 개발, 콘텐츠 제작, 로컬 활성화, 식경험디자인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곡물집集의 이야기와 활동을 아카이브하고 물결님과 친밀하게 소통하기 위해 '곡물집集레터'도 발행하기 시작했어요.
곡물 경험의 확대와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한 곡물집의 다양한 노력과 더불어 물결님에게 토종과 농(農)의 가치가 담긴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 보내고 있죠. 특히 행사나 명절 등에 잘 어울릴 곡물 소개부터 연구 일지와 경험 노트까지, 직접 가보지 않아도 곡물의 향기가 물씬 느껴지는 레터를 받아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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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집集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이토록 '토종 곡물'에 진심인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 그 이전에 이렇게나 무언가에 진심인 적이 있었던가- 하고 제 내면을 들여보게 됐죠. 곡물집集이 추구하는 가꿈이라는 건 표면적 꾸밈을 위한 노동이 아니에요. 나를 위해 밥을 짓는 것, 끊임없이 취향을 찾아 나서는 것, 농부들이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도 꾸준히 토종 작물을 재배하는 것처럼 오히려 내실을 다지고 보살피는 행위에 더 가깝죠.
어쩌면 우리가 무언가를 가꾸는 일이 소중한 이유가 이를 통해 얻어지는 작은 변화들이 내 삶에 보여줄 가능성을 믿기 때문일 거예요. 어렵지 않아요. 커피 원두를 알아가는 마음으로, 물결님을 닮은 곡물 하나를 찾아보는 것 어때요?
4월 6일 목요일,
돌멩이레터 51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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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mment ✏️
노트북을 앞에 두고서 한참 멍하니 있다 책상 한쪽에 삐뚤게 놓인 일기장을 집어 들어요. '일기는 충실한 현재의 기록이자, 살고자 하는 희망의 의지다!'라며 호기롭게 지난 일기를 읽지 않아왔는데, 어느새 맨 앞 장을 읽고 있어요. 오래전에 쓴 일기엔 제 가장 어두웠던 시기의 흔적이 남아있어요. 왜 그렇게 괴로웠을까, 생각해보면 항상 타인을 우선시하다 정작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해서 그랬던 듯 해요. 당시 힘들어하던 제게 지인이 이런 솔루션을 제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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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끼, 어려우면 일주일에 한 끼라도 너 스스로를 위해서 요리해봐.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생각해보고 직접 재료도 골라서 손질하고, 굳이 시간을 내서 너한테 근사한 한 끼를 대접하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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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시작한 요리의 경험이 조금씩 쌓이면서 지금은 적어도 내가 뭘 좋아하고 뭘 먹으면 행복한지 정도는 아주 잘 아는 사람이 되었죠. $%name%$님, 혹시 스스로를 위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위 방법을 도전해보세요. 나를 가꾸고 보살피는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어느새 걱정 따위 훌쩍 넘어서게 될 거예요.
🪨 오늘 돌멩이를 던진 이는 에디터 모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건강한 마음에 새기는 좋은 이야기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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