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님은 무슨 요일에 분리수거를 하나요? 제가 사는 곳은 돌멩이레터 48호 | 보틀팩토리
점에서 선으로
물결님은 무슨 요일에 분리수거를 하나요? 제가 사는 곳은 레터가 발행되는 목요일에 해요. 같은 퇴근길 중 목요일에는, 아파트 초입 중앙쯤에 일주일간 배출된 분리수거 용품들이 쌓여있어요. 이 수많은 사람이 사는데 이 정도면 적은 건가, 라는 질문을 던질 때도 있고, 명절 연휴 등으로 일주일 정도를 거른 후 돌아온 목요일이라면 오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오늘 소개할 돌멩이 보틀팩토리(BOTTLE FACTORY)는 이곳에서 시작되었어요. 우리나라는 거주하는 건물에 따라 분리수거하는 방법이 달라요. 보틀팩토리의 정다운 대표도 그런 경험을 했죠. 개인 작업을 하는 작업실에서는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렸고, 거주하는 집에서는 모든 재활용 쓰레기를 한 봉투에 담아 버렸죠. 혼란스러웠어요. 한쪽에서는 한꺼번에 버리는데, 다른 쪽에서는 열심히 분리수거라니? 그리곤 따라갔어요. 쓰레기차를요. 이 쓰레기를 따라가는 여정에서 보틀팩토리는 무엇을 보았는지 이야기해드릴게요.
- 초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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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노, 보틀팩토리
보틀팩토리의 정다운 대표는 그중에서도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의 경로가 궁금했어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보는 것이죠. 플라스틱으로 된 테이크아웃 컵의 측면에는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마크가 새겨져 있어요. 그래서 음료를 마시고 난 후에도 일반 쓰레기와 분류하여 버리죠. 정다운 대표는, 이 많은 컵이 재활용된다고는 하는데 그래서 이 컵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무엇으로 다시 만들어지는 걸까 궁금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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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팩토리
정다운 대표는 이 쓰레기를 6개월에 걸쳐 추적해요. 쓰레기를 수거하는 업체에 직접 연락을 취해 방문 허락을 받았어요. 그렇게 자기 집의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쓰레기 수거차에서 쓰레기가 한데 모이는 차고지로, 다시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으로, 선별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섬유를 만드는 업체까지. 어쩐지 추적을 이어갈수록 궁금증만 남기던, 이 여정의 끝에 정다운 대표가 얻은 답은 의외였어요. 무조건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사람들에게 올바른 분리수거 방법을 알려주는 가이드를 만들 생각이었던 정다운 대표는, 분리수거는커녕 재활용과 일반쓰레기가 섞이지만 않아도 좋겠다는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오게 되죠. 한 기사에 따르면 실제로 카페에서 나온 테이크아웃 컵의 재활용 비율은 5% 정도로 추정한다고 해요. 열심히 분리수거해도 실상은, 재활용품이 재활용되기는 어려운 것이죠.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분리수거를 더 열심히 하거나 재활용 공장을 더 짓는 것이 아니라, 발생 자체를 줄이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보틀팩토리(보틀팩토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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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불편하지 않은 실험들
무조건 플라스틱을 줄인다를 행동의 목표로 삼은 정다운 대표는 작은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많은 실험을 해왔어요. 2016년 작은 팝업 카페를 시작으로 쓰레기 여행에 이어 지금의 보틀팩토리까지. 대표적인 프로젝트를 소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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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팩토리
보틀라운지 & 보틀클럽
보틀팩토리의 대표적인 프로젝트예요.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실험합니다. 이 카페에는 테이크아웃 컵과 빨대가 없어요.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내고, 빨대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서는 스테인리스 소재의 빨대를 제공해요. 원하는 이들은 다회용 컵에 음료를 테이크아웃해 갈 수도 있죠. 사실 개인 카페의 경우, 다회용 컵 테이크아웃 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아요. 가장 큰 이유로는 다회용 컵의 관리에요. 어떤 다회용 컵을 쓸지를 고민해야 하고, 이를 구비해야 하기도 하고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틀팩토리가 고안한 방법이 ‘보틀클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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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팩토리
보틀클럽은 카페 간 다회용 컵 대여 서비스입니다. 더 많은 가게들이 일회용컵 없는 카페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돕죠. 보틀팩토리에서 개발한 다회용 컵을 대여해줘요. 세척방법도 안내해주고요. 현재 다양한 카페와 식당 등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보틀클럽에 가입한 가게가 궁금한 물결님은 Bottle Club 앱에서 해당 가게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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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팩토리
리턴미 보틀
보틀팩토리가 사회혁신 기관 씨닷과 함께 개발한 다회용 컵이에요. 컵을 개발하게 된 배경을 잠깐 이야기해 드릴게요. 보틀팩토리는 시민들에게 안 쓰는 텀블러를 기증받아 보틀라운지를 운영하고, 또 대규모 행사에 대여해주기도 했어요. 문제는 각기 다른 모양의 텀블러였어요. 설거지를 마친 후 각각 맞는 뚜껑을 찾아 끼우는 것만 해도 엄청난 일이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턴미를 개발합니다. 차가운 음료, 100도에 달하는 뜨거운 음료 모두를 담을 수 있어요. 그럼에도 슬리브 없이 컵을 집을 수 있죠. 컵의 하단에 돌출된 부분을 만들었는데요. 이 부분은 열 전달이 매우 낮기 때문이에요. 또 기존 텀블러의 불편함 중 하나인 세척 문제를 해결했어요. 입구가 작은 텀블러는 별도의 세척솔이 필요하죠. 이를 보완하고자 입구를 넓게 만들었어요. 얼음이 편하게 들어가는 건 덤입니다. 130g의 가벼운 무게, 에코젠이라는 바이오매스 소재 역시 알려드리고픈 점이에요. 리턴미 보틀을 만들게 됨에 따라 더 많은 카페들이 보틀클럽으로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죠.
보틀팩토리의 서비스로 정착한 것 말고도 재활용 쓰레기 여행에 이은 음식물쓰레기 여행,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장을 보는 실험들이 이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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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실험
사실 이런 서비스. 이렇게 묻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지속할 수 있는 거냐고.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이에요. 아무리 보틀팩토리에 공감하고,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멀리 떨어진 곳에 살면 이들의 활동에 함께 하기 어려운 점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래서 보틀팩토리가 생각한 건 작은 범위에서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리 잡고 있는 동네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을 실험했죠. 보틀라운지는 초기, 지역 주민에게 텀블러를 기증받아 일회용 컵을 대체했고, 보틀클럽 역시 인근의 카페들을 위주로 시작했어요. 이 지점이 보틀팩토리를 살펴보면서 흥미롭다고, 또 똑똑하다고 생각한 지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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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팩토리
왜, 물결님도 그런 적 있지 않나요? 마트 매대에서 집어 든 과자 봉지에 상품 검수자의 이름을 발견할 때, 당근을 길러낸 농부의 이름을 확인할 때. 1초 전까지 몰랐던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는 때요. 이렇게 거름을 주지 않았을까, 상자에 담지 않았을까 하면서요. 그러면 그 제품은 공장이 만들어낸 공산품에서 적어도 누군가의 손을 거친 제품으로 와 닿아요. 보틀팩토리의 정다운 대표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우리는 통상적으로, 내가 아는 사람한테는 정직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죠.
"규모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인사하는 사이, 아는 가게니까 파는 거에 장난을 치지 않잖아요. 옆집 할머니 고추장이면 잘 먹을 수 있는데, 공장에서 만든 거면 해썹(HACCP) 인증이 필요한 거죠. 제가 좋아하는 사람의 물건이면 좋아서 소개할 수 있죠. 신뢰가 안전함의 울타리가 되는 거죠." - 정다운 대표(한겨레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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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팩토리
보틀팩토리의 채우장은 그렇게 시작했어요. 채우장은 각자 자신의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것들을 용기에 담아 구매하는 장인데요. 보통 달에 한 번, 보틀라운지에서 열리죠. 보틀팩토리가 위치한 서울 연희동에는 작은 골목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어요. 그리고 그곳에는 방앗간, 기름 짜는 곳, 수제 쿠키 집, 비건 카페 등 다양한 상점이 있죠. 이 인근 가게의 상인들이 자신의 제품을 가져와 판매자로 참여해요. 근처의 농부들도 직접 기른 작물들을 가져오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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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팩토리
동네를 기반으로 하는 보틀클럽, 채우장이 확장된 형태인 유어보틀위크 역시 마찬가지예요. 채우장이 연희동에서 이뤄진다면, 유어보틀위크는 연희동을 중심으로 서촌 등지와 함께하는 제로웨이스트 축제에요. 이 기간에 사람들은 유어보틀위크에 참여하는 가게들에서 직접 가져간 용기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요. 동네의 중심인 큰 마트도 함께 했죠. 채우장과 유어보틀위크 모두 특정 기간에 열고 닫는 팝업 스토어의 형식을 띠지만, 내가 사는 곳의 다른 누군가가 만든 식재료나 음식을 구매하고,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점에서 달라요.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 요리 하는 일상의 영역. 진짜 장터에 가깝다는 점에서 팝업 기간이 끝나고도 일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죠.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신뢰도 생기고요. 혼자서는 어려울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를 일상에서 경험해봤기 때문에, 혼자서도 제로웨이스트를 지속해 볼 수 있는 의지가 생길 거예요. 결론적으로 보틀팩토리의 필요가 없어지는 것. 이것이 보틀팩토리가 원하는 결론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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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의 실험
보틀팩토리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점은 더 넓은 개념의 거래를 실험한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보통 돈이라 불리는 화폐를 내고 원하는 무언가를 구매하죠. 그것이 필요에 의해서든 욕구에 의해서든 내가 내 돈으로 산 것이기 때문에 소비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조금 더 자유롭게 행동하곤 하죠. 먹다 남은 음식을 아무렇게 처리한다거나 과한 소비를 한다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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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팩토리
보틀팩토리의 바꾸장에는 독특한 두 가지 화폐가 존재해요. 바꾸와 생활기술이에요. 보틀라운지에서는 종종 생활기술 워크숍이 열려요.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제로웨이스트에도 방법이 있다고요. 그래서 더러는 어렵다고 생각하죠. 보틀팩토리는 그런 사람을 위해 각자가 가진 방법을 나누도록 도와요. 누군가 원하는 물건을 담을 수 있는 그물 가방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 대가로는 다시 누군가의 재능을 공유받아요. 맛있는 카레를 만드는 방법이라든지, 드립커피를 잘 내리는 법 등을요. 음식을 바꾸어 먹는 바꾸장에서는 바꾸라는 화폐가 쓰이는데요. 고양이의 이름인 바꾸는 보틀라운지를 이용하거나 바꾸장에 참여하면 얻을 수 있어요. 바꾸장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돈으로는 아무것도 살 수 없답니다. 오로지 내가 행동한 무언가로 얻을 수 있죠.
보틀팩토리는 이것 말고도 공존, 주거권 등 특정 주제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나누장, 동네 녹색 반상회인 커뮤니티 랩, 가게를 대상으로 제로웨이스트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돕는 컨설팅 등 정말 많은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에는 공통으로 읽히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관계'가 있다는 것과 '내가 있는 곳'에서 시작한다는 점이에요. 저 멀리 있는 것부터 하지 않아요. 또 일방적이지 않죠. 제로웨이스트 물건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관계가 만들어지고 이야기가 생겨나요. 내가 있는 곳에서, 작은 점에서 시작해 선으로 이어 나가는 것. 이것이 보틀팩토리가 제안하는 제로웨이스트입니다.
3월 16일 목요일,
돌멩이레터 49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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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mment ✏️
보틀팩토리를 보며 새삼스레 브랜드라는 건 뭘까라는 질문을 해봤어요. 저는 브랜드 기획자업무도 겸하고 있는데요. 이 타이틀을 달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만들고 있나, 해결하고 있나를 고민하게 됩니다. 언제나 물성이 있는 결과물로 도출되는 것만이 브랜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7여년간,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과 방식을 만들어 온 보틀팩토리는 여전히 실험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에게 온전히 실재해 있는 것 같아요.
보틀팩토리를 조사하기 전, 정다운 대표님이 쓴 브런치를 모두 읽어 보았어요. 모든 브랜드가 그렇지만 무엇보다 브랜드 너머, 브랜더의 열의가 느껴진 호였어요. 도형을 그리든, 글씨를 쓰든 일단 점은 찍고 봐야 함을 다시 새기며 오늘의 레터 마쳐요.
🪨 오늘 돌멩이를 던진 이는 에디터 초이입니다.
사람과 브랜드를 좋아해요. 매력적인 브랜드 뒤에는 늘 매력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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