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는 몸에 해롭지 않은 '밀랍초'를 만드는 브랜드예요. 업체가 아닌 브랜드가 되고자 했던 프리다 이야기와 point 1. 프리다는 몸에 해롭지 않은 '밀랍초'를 만드는 브랜드예요. 업체가 아닌 브랜드가 되고자 했던 프리다 이야기와 밀랍초를 소개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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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2. 프리다의 제품은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거나 순간의 영감을 붙잡아 구체화하는 식으로 만들어져요. 따로 시즌이나 라인은 없지만 모든 제품 하나하나가 프리다의 기록인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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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3. 아무런 향도 색도 더하지 않은 프리다 밀랍초는 오히려 그렇기에 자유로울 수 있어요. 프리다가 다양한 곳과 협업하면서도 각각 다른 맥락에 유연하게 녹아들 수 있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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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님은 선물 고를 때 어떤 점을 고려하나요? 특히 선물하는 대상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요. 실용성과 디자인, 취향 등 여러 가지를 따져보겠지만, 기본적으로 선물하는 제품이 건강에 해롭지는 않은지 꼭 확인하게 되지 않나요? 오늘 소개할 브랜드는 그런 마음에서 태어났어요. 밀랍초 브랜드 프리다는 '나와 내 가족,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초'를 만들고 있답니다. 부부이기도 한 김현주, 김윤수 대표님이 2016년부터 이끌어 오고 있어요. 프리다가 특별한 이유는 우리가 흔히 초하면 떠올리는 파라핀 양초가 아닌 밀랍으로 만든 초를 만들기 때문이에요.
외국에서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밀랍초를 만들어 사용할 만큼 친근하지만, 프리다를 론칭할 당시 국내에서 밀랍초는 생소한 대상이었다고 해요. 그나마 절이나 성당 혹은 소규모 캔들 클래스에서 가끔 접할 수 있는 존재였죠. 밀랍초를 다루는 업체는 있었어도 브랜드라 할 만한 곳은 없는 상태였어요. 그런 상황 속에서 프리다의 두 대표님은 밀랍초를 꼭 브랜드로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생소할 수 있는 밀랍초를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하거나 선물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단순한 상품이 아닌 프리다만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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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왁스(Beeswax)라고도 불리는 밀랍은 벌의 분비물에서 나온 천연 밀랍과 꿀, 프로폴리스가 혼합된 노란색 천연 왁스예요. 상온에서 고체 상태로 있다가 일정 온도가 되면 액체로 녹는 성질이 있어 예로부터 초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었어요. 고려시대 금속활자의 거푸집을 만드는 데 활용되기도 했고요. 지금은 화장품이나 제과, 약재, 절연제, 색연필, 각종 도료 등 다양한 곳에 쓰이는 소재예요.
이런 밀랍으로 만든 밀랍초는 향초처럼 강한 향을 내지는 않지만, 은은한 매력이 있어요. 우선 아무것도 넣지 않고 오직 자연 그대로의 밀랍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소 시 유해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어린 아이나 반려동물이 있는 집, 유해 물질에 민감한 임산부 등 누구에게나 걱정 없이 선물하기 좋죠. 무향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향은 집안의 다른 냄새와 섞이지 않고 조용히 냄새를 제거하고, 공기정화에도 도움이 돼요. 무엇보다 어떤 색소로도 내기 어려운 특유의 노란색이 매력적이에요. 프리다는 이런 밀랍초 본연의 매력에 집중했어요. 향이나 색소 등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고, 대신 손으로 직접 밀랍을 끓이고 정제하는 정성을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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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를 만들다 보니 밀랍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식을 만들 때도 재료가 좋으면 별다른 걸 더하지 않잖아요. 재료 본연의 성질과 순수한 아름다움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 김현주 대표 (differ, 20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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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의 밀랍초는 두 대표의 정성과 엉뚱한 상상으로 만들어져요. 김윤수 대표님이 아이디어를 내면, 김현주 대표님이 세부적인 부분을 잡고 실행하죠. 계획을 세우고 시즌이나 라인을 정해 제품을 선보이기보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밀랍초로 표현하고 있어요. 다만 만드는 방식에 따라 크게 담금초와 모양초로 구분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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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담금초는, 이름 그대로 액채 상태의 밀랍에 심지를 여러번 담가 만드는 초에요. 이런 방식의 특성상 심지가 초의 정중앙에 위치할 수밖에 없어 다른 초에 비해 깔끔하고 안정적으로 타들어 가는 게 특징이에요. 밀랍을 녹이는 데만 3시간 가까이 걸리는데, 거기에다 프리다의 담금초는 크기에 따라 5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대요. 수없이 반복해야만 완성되기 때문에 엄청난 정성과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죠. 프리다 웹사이트의 상품 페이지를 보면 '만드는 과정은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번거로울 때가 많다'는 글이 있을 정도예요. 하지만 '완성된 결과물을 볼 때면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고 보람차다'는 다음 문장까지 읽으면 프리다가 어떤 마음으로 담금초를 만드는지 알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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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의 담금초는 다시 크게 3가지로 나뉘어요. 기본 담금초는 크기와 얇기에 따라 다른 특성이 있는데요. 얇은 담금초의 경우 촛농이 떨어지거나 촛불 주변만 녹아 움푹 파이는 터널링 현상이 생기지 않아 사용하기 간편해요. 얇은 담금초 2개를 꼬아서 만든 꽈배기 담금초는 반대로 촛농의 흐름이 많아 분위기를 연출하기 좋고, 심지가 2개라 불꽃이 안정적인 게 특징이고요. 평평한 판을 녹인 밀랍에 담가 밀랍시트를 만든 뒤 돌돌 말아 만든 밀랍초는 겉보기엔 일반적인 원통형 초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겹겹이 둘러싸인 밀랍층이 매력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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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초는 녹인 밀랍을 실리콘이나 스테인리스 등의 몰드에 부어 모양을 만든 초예요. 프리다 모양초에는 나뭇잎이나 고양이, 종 모양을 딴 것도 있고 우두커니 선 사람 형상을 한 초도 있어요. 모두 김현주, 김윤수 대표님이 순간의 생각과 영감을 붙잡아 만든 것들이에요. 모양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담금초와 달리 특정 형태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 프리다만의 색깔이 더 강렬하게 드러나요. 제품 상세페이지를 둘러보면 각 모양초마다 형태를 구상할 때 영감을 받았던 사진이나 직접 쓰고 그린 글과 그래픽을 함께 살펴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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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초는 태우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잖아요? 프리다는 그 '흘러내림'이 초가 가지는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렇듯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초의 성질과 온전히 자연으로부터 온 밀랍이란 소재가 만나 '흐르는 초'가 만들어졌어요. 흐르는 초는 기본적인 원통형 모양만 틀로 잡고, 흐르는 모양은 하나하나 손으로 부어 만들기 때문에 초 하나하나가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예요. 밀랍의 색감과 성질이 유독 더 잘 드러나는 이 초는 태우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오브제 역할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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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는 앞서 소개한 제품 외에도 매일 꺼내 쓸 수 있도록 낱개포장된 티라이트 밀랍초 '하루하나'부터 직접 제작하거나 큐레이션한 홀더, 웍디퍼 등 캔들 소품도 선보이고 있어요. 모든 밀랍초에는 밀랍으로 코팅한 100%면 심지를 사용하고, 포장은 종이나 천을 활용하죠.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조금씩 자연에 이로운 방향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프리다는 말해요. 이런 마음은 웹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밀랍 재사용 키트에서 분명히 느낄 수 있어요. 프리다 밀랍초는 밀랍 외 다른 첨가물이 전혀 없기 때문에 태우고 남은 밀랍은 얼마든 재사용할 수 있는데요. 이런 밀랍의 특성을 활용해 ‘오늘부터 남은 밀랍을 조금씩 모아보라'며 재사용에 필요한 내열유리 용기와 심지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재사용 방법을 자세히 알려줘요. 일반적으로 자기 브랜드의 제품을 새로 사는 게 아니라 재사용하길 권하는 건 쉽지 않을 텐데, 자연에 이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프리다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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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는 가만히 두거나, 불을 붙여 태우면 끝인 단순한 존재예요. 복잡한 부품이나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죠. 그래서일까요? 프리다의 밀랍초는 다양한 맥락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요. 서울대교구가 운영하는 명동성당 1898+ 숍에 가면 프리다를 만날 수 있는데요. 여기서 보는 밀랍초는 어쩐지 경건하고 차분한 인상을 줘요. 돌멩이레터 47호에서 소개했던 '윤현상재'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협업한 을:地 共存(을지공존) 프로젝트 마켓에서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사라져가는 서울의 풍경 속 다양한 경계와 공존을 이야기한 이 프로젝트에서는 타서 사라지기도 하고 녹아 겹겹이 쌓이기도 하는 밀랍초의 성격이 더 드러나는 듯하죠. 작년 겨울, 더 현대 서울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위마켓에서의 밀랍초는 특유의 샛노란 색깔이 크리스마스의 낭만을 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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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더한 색도 향도 없는 밀랍초에는 소재가 지닌 고유한 값만이 존재해요. 프리다는 더해지지 않아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 상태를 유지하려고 해요. 물결님이 밀랍초를 통해 특정 효능을 얻어가기보다 취향을 알아가길 바라고, 물결님에게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하죠. 두 대표님은 함께 일하기 시작하며 비로소 그들이 느긋하고 편안한 삶을 추구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해요. 그렇기 때문에 프리다는 앞으로도 단순하게 살아도 괜찮다는 사실과 단순하지만 아름다울 수 있는 '나'를 밀랍초를 통해 세상에 전하는 브랜드로 나아갈 거예요.
본 레터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모두 '프리다'입니다. ⓒpr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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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번의 절을 하거나 매일 같은 기도를 하거나 혹은 돌을 조금씩 쌓아 올리거나… 사람들은 소원이 있을 때 어떤 행위를 반복하곤 해요.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주인공 '해수'는 매일 밤 사랑하는 이들의 행복을 위해 초를 켜기도 했죠. 무언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그토록 부지런하고 성실한 것 같아요. 저는 오늘 레터를 쓰며 담금초의 존재를 처음 알았는데요. 틀을 잡고 심지를 꽂아 넣는 게 아니라 심지 자체를 담갔다 뺐다 하기를 반복하며 만들기 때문에 심지가 초의 정중앙에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어요. 물결님도 알다시피 ‘심지'는 마음에 품은 의지라는 뜻도 있잖아요. 마치 소원을 비는 마음 한 가운데에는 결국 누구도 아닌 나의 의지가 있다는 사실의 은유처럼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저는 요즘 뉴스로 접하는 안 좋은 소식들에 지치지 않고 스스로 잘 버텨내기를 바라고 있어요. 혼란스러운 세상이지만 중심을 잘 잡고 싶다는 게 요즘의 소원이에요. 물결님의 소원은 무엇인가요?
Editor 초록 | 공간과 텍스트를 좋아해요. 즐겁고 편안한 상태를 꿈꿉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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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님이 보내주신 답장이에요 💌
64호 <A24>편의 질문은 '물결님의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요?'였습니다.
아직 레터를 못 읽었다면 여기에서 볼 수 있어요.
"'배급사? 잘 모르는데..' 하고 생각했다가 배급or제작한 영화들을 보니 제가 본 영화들이 꽤나 있어서 반가웠어요! 담고 있는 철학과 이야기를 읽어보니 왜 브랜드가 되었는지 잘 알겠더라구요. 저도 함께 A24의 행보를 응원하고 싶어요! 저의 인생영화는 언제나 디즈니 영화일텐데 하나만 꼽기는 너무 어렵네요.. 그래도 계속 꺼내보고 싶은 영화는 토이스토리 시리즈가 아닐까 싶어요. 장난감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사랑스럽고 웃기고 슬플일인지! " from. 수콩 물결님
"영화를 좋아하는 터라 오늘 뉴스레터는 특히 재미있게 읽었어요! 제 인생 영화는 <작은 아씨들> (2019) 입니다. 소설 원작도 알고 있었지만 크게 공감한 적은 없었는데, 그레타 거윅 감독이 새롭게 해석한 이 영화가 충격적일 정도로 좋았어요. 결말부 마지막 씬 딱 하나로 전혀 다룬 이야기가 되어 다가오다니.. 영화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것이구나 새삼 감격하기도 했어요. 특히 여성분들은 네 자매 중 한 명에게 이입하게 된다던데, 그게 누구인지 이야기하는 것도 재밌고요 :) " from. 다운 물결님
"죽기 전 떠오르는 영화를 하나만 꼽으라면 <Arrival> 일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컨택트' 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는데 저는 원제인 <Arrival> 이 훨씬 마음에 들어요. 지구에 미지의 존재가 도착 후, 언어학자인 주인공이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요. 조금 납작하게 소감을 말하자면 미지의 존재가 인간보다 지혜롭게 나와서 <Arrival> 을 참 좋아합니다. 나와 다른 우주를 사는 존재에게 겸허한 마음도 들고요. 영화의 엔딩 시퀀스는 수미상관의 구조로 오프닝과 동일하게 끝을 맺는데요, 엔딩에서 흘러나오는 묵직한 현악기 소리와 주인공의 담담한 나레이션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어요. 이 이야기의 마지막에 도착해서야 이야기의 시작이 어딘지 알 수 있거든요. "So, Hannah. This is where your story begins." from. 키시 물결님
"저의 인생 영화는 '500일의 썸머'입니다. 여름 휴가철에 보기 좋은 영화이기도 하네요. 로맨스 영화이지만 주인공들에 이입하면 어느 순간 마음이 서늘해지기도 하거든요. 연인보다는 올 여름 휴가를 혼자 보내는 솔로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from. 오농꽁 물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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