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4는 작은 인디 영화 배급사로 출발해 지금은 제작도 겸하는 영화사예요. 할리우드 5대 배급사에 뒤지지 않 point 1. A24는 작은 인디 영화 배급사로 출발해 지금은 제작도 겸하는 영화사예요. 할리우드 5대 배급사에 뒤지지 않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죠. 영화 산업의 숱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런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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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2. 세상에는 작가 수만큼의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믿는 A24. 그래서인지 A24는 정말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A24 작품이 보여주는 수천 가지 세계를 잠시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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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3. 이제 A24 팬임을 밝히는 건 자신을 소개하는 하나의 방식이 되었다고 해요. A24를 일반적인 영화사가 아니라 브랜드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죠. 마지막으로 A24의 기막힌 마케팅과 팬덤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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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제 곧 영화 시작하겠다.' 물결님은 언제 이런 생각이 드나요? 아마 많은 물결님들이 영화관의 조명이 꺼지고 다음과 같은 영상이 나오는 순간을 떠올릴 것 같아요. 스탠드가 콩콩 뛰어와 알파벳 I 자리를 대신하거나, 빰빠밤 소리와 함께 서치라이트가 커다란 글씨를 비추거나, 아이들이 밤하늘로 폭죽을 쏘아 올리거나 하는 것들 말이에요. 이런 짧은 영상을 리더필름이라고 해요. 이 영화를 누가 제작했고 배급했는지 소개하는 일종의 영화식 명함인 거죠.
제작사와 배급사에 관해 짧게 설명하자면, 제작사는 기본적으로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해요. 시나리오와 캐스팅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그 외 제작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조달하기도 하고요. 배급사는 영화가 상영될 상영관을 확보하고 각종 마케팅과 판권, 유통을 담당해요. 조금 더 숫자를 다루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도 '나 이 배급사 팬이야'라고 말하는 건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어요. 그런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할리우드 배우들까지 적극적으로 팬심을 드러내는 배급사가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A24'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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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4는 2012년 뉴욕에서 시작되었어요. 독립 영화사 '씽크 필름(Th!nk Film)'의 대표였던 데이비드 펜켈, 마찬가지로 독립 영화사 출신인 존 호지스, 그리고 글로벌 자산운용사 구겐하임 파트너스에서 영화 투자 그룹을 이끌었던 다니엘 카츠 세 사람이 의기투합해 만들었죠. A24란 이름은 엉뚱하게도 이탈리아의 한 고속도로 이름에서 따왔어요. 다니엘 카츠가 로마로 향하던 중 문득 '지금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달리던 고속도로 이름이 A24였다고요.
이름은 이렇게 툭- 가볍게 지었지만, 세 사람의 뜻은 마냥 가볍지 않았어요. 영화 업계에서 일하며 만난 능력 있는 사람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지 않고 A24를 통해 재능을 펼칠 수 있길 바랐거든요. 흔히들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감독이 가장 먼저 떠오를 텐데요. 대중을 사로잡고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 제작을 기획했던 제작사는 물론, 배급사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에요. 배급사는 때론 꽤 구체적인 신(scene)과 대사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죠. 이런 구조는 감독의 자유로운 창작을 방해하고 영화 산업의 다양성을 저해하기도 해요. 실제로 최근 영화 산업이 팬데믹으로 침체기를 맞게 되자 슈퍼히어로나 프랜차이즈에 대한 산업 의존도가 전보다 더 높아졌다는 걸 물결님도 느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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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 속에서 A24는 과감한 행보를 보였어요. 참신하고 재밌겠다는 직감이 들면 필모그래피가 거의 없다시피 한 감독이라도 배급을 결정했거든요. 2016년부터는 제작사로도 활동하기 시작했는데요, 배급이든 제작이든 감독이 원하는 바를 연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유를 보장하고 동시에 긴밀한 협업과 지원도 놓치지 않았어요. 결국 다 사람이 하는 일. 영화를 향한 A24의 이런 진심 어린 태도는 여러 감독 및 배우들의 신뢰와 지지로 이어졌어요. 올해 9월 개봉 예정인 <프리실라>의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성공하면 내 덕, 실패하면 감독 탓이라고 하는 사람들과 달리 A24와는 한 팀이라고 느꼈다."며 A24와의 작업에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죠.
그 결과 A24는 월트 디즈니, 워너 브라더스 등 할리우드 5대 배급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 영향력을 가진 영화사로 성장했어요. 적은 예산으로 높은 퀄리티의 영화를 제작해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쓰는가 하면, 소재는 낯설어도 누구나 잘 알 법한 유명 배우를 적재적소에 캐스팅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뒀두기도 했죠. 이런 시도는 신인 감독에게는 흔치 않은 기회인 동시에 로버트 패틴슨, 엠마 왓슨, 다니엘 래드클리프 같이 특정 이미지가 강한 배우들에게도 대중에게 새로운 면모를 선보일 기회였어요. 안으로는 업계 사람들과 탄탄한 신뢰를 쌓으며 작품성을 지키고 밖으로는 흥행과 대중성 모두를 챙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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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봄, 영화 <미나리>로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아 화제였던 거 기억하나요? 미국으로 이주한 80년대 한인 가정의 삶을 그린 <미나리>의 배급사가 바로 A24예요.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작품상, 음악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부문에 오르는 등 대단한 기세를 보였죠. A24의 첫 제작 영화인 베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는 2017년 아카데미에서 무려 <라라랜드>를 누르고 최우수 작품상을 받기도 했어요.
A24는 그 외에도 <플로리다 프로젝트>, <킬링디어>, <미드소마>, <레이디 버드>, <애프터 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 물결님이 영화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작품을 배급하거나 직접 제작했어요. 이 작품들을 관통하는 A24스러움은 사실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거예요. 그만큼 소재나 스토리텔링 방식에 있어 한계를 두지 않는다는 뜻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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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24 시그니처 호러
'안 무서운데 무서운 영화' 요즘 들어 종종 보게되는 공포 영화 후기예요. 커다란 효과음이나 갑작스러운 화면 전환으로 물결님을 깜짝 놀라게 하는 대신, 서서히 목을 죄어오는 은근한 공포 영화가 나오기 시작했거든요.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21세기 공포 영화의 대가 '아리 애스터' 감독이 있어요. 필모그래피라곤 단편 영화 몇 편이 전부였던 아리 애스터 감독의 독창성을 A24는 알아봤어요. 할머니의 죽음에서 시작된 저주가 한 가족을 지배하며 펼쳐지는 이야기 <유전>, 대낮의 처절한 공포를 그린 <미드소마> 모두 A24와 함께 만든 애스터 감독의 작품이죠. 그 외에도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더 위치>, 트레이 에드워드 슐츠 감독의 <잇 컴스 앳 나잇> 등을 배급·제작하며 A24는 특유의 'A24 시그니처 호러' 장르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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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층위의 소수성 그리고 SF
A24의 작품에서 또 눈에 띄는 점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이에요. 올해 넷플릭스에 공개된 다크 코미디 <성난 사람들>, 앞서 소개한 <미나리> 모두 해외로 이주한 아시아인의 삶을 그린 작품이죠. 기존 영화계나 미디어가 소수자 중에서도 성소수자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A24는 나아가 그보다 더 다양한 층위의 소수성을 이야기하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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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소속되거나 정착하려는 이주민들의 삶을 A24는 마냥 척박하고 암울하게만 그리지 않아요. 대신 '픽션'이란 장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죠. <파친코>로 잘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 감독 '코고나다'와 함께 만든 영화 <애프터 양>에는 백인 남성, 흑인 여성 부부와 입양한 중국계 딸 그리고 중국인 외양의 AI 안드로이드가 등장해요. 주요 시상식에서 160개가 넘는 상을 받으며 역사상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영화로 등극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줄거리는 더 독특해요. 코인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국계 미국인 에블린(배우 양자경)이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히어로가 되어 악당 조부 투파키로부터 우주를 구하는 내용이거든요. 암울은 커녕 글만 봐도 벌써 골때리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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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4의 세 창립자는 비싼 TV 광고나 레거시 미디어 광고는 일찍이 포기하고, 대중이 직접 참여하고 행동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소셜 마케팅에 승부수를 띄웠어요. <더 위치>의 등장인물별로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운영하는가 하면, 인간이 AI를 사랑할 수 있는지를 다룬 영화 <엑스 마키나>를 홍보하기 위해 데이팅 앱 틴더(Tinder)를 활용하기도 했어요. 상대가 챗봇인 줄 모른 채 대화를 이어 나가다가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초대하고, 영화 홍보 영상과 함께 그제야 정체를 밝히는 식이었죠.
온라인뿐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A24의 작품들을 경험할 수 있어요. <성난 사람들>의 원제는 불평과 논쟁을 뜻하는 속어 <Beef>인데요, 소고기(Beef)와 동음이의어라는 점에 착안해 넷플릭스 로고를 붙인 소고기를 실제로 마트에서 팔았던 거예요. 방귀 뀌는 시체와의 우정 여행기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스위스 아미 맨>에는 해리포터로 잘 알려진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무려 시체 역으로 등장해요. A24는 영화 개봉 당시 다니엘 모습을 한 밀랍 인형을 대중교통에 두거나 이 인형과 각종 토크쇼에 함께 출연하는 등 기막힌 프로모션을 진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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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4를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이들이 만들어 내는 작품 외에도 다채로운 이야깃거리가 있기 때문이에요. A24 공식 사이트 메뉴 중 ‘'NOTES'를 클릭하면 직접 운영하는 팟캐스트, 직접 발행하는 매거진과 영화에 관한 아티클을 살펴볼 수 있어요. 모두 단순한 제작 비하인드 수준이 아닌 영화계 전반을 다루는 콘텐츠로, 일반적인 영화사라면 하지 않았을 시도죠. 특히 팟캐스트를 통해서는 영화계에 관한 깊이 있는 대화는 물론, A24와 인연을 맺었던 영화인들의 양육에 관한 이야기나 멋진 기차를 타고 싶은 마음 같은 별별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어요. 마치 J. 스미스 캐머런 같은 유명 배우나 영화인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카페 옆자리에서 듣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이쯤 되면 A24의 팬덤이 생기지 않는 것도 이상할 거예요. A24는 팬들을 위해 공식 온라인 숍을 열고 각본집, 블루레이를 비롯해 영화를 기념할 수 있는 여러 굿즈를 판매하고 있어요. 공식 옥션 사이트에서는 영화에 활용된 의상과 소품을 판매하고 수익금을 모두 기부하고 있기도 하죠. <미드소마>의 경우 비영리 뉴욕 소방 단체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경우 이주세탁노동자센터와 아시아 정신겅강협회 등에 수익금을 전달했어요. 아예 AAA24(A24 All Access)라는 멤버십도 운영하고 있어요. 한 달에 5달러를 내면 무료 티켓과 A24 매거진, 인스타그램 가까운 친구 그룹에 들 수 있는 권한과 한정판 굿즈 우선 구매권을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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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영화 스튜디오로 출발한 A24는 이제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A24가 인디 영화사라고?’라는 반문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어요. 약 10년 동안 영화계에는 물론 대중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A24니까 본다'는 현상을 가능케 한 영화사가 되었죠. 이렇게 점점 규모가 커지면 A24만의 색깔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최근 <보 이즈 어프레이드> 개봉을 앞두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아리 애스터 감독은 “A24의 규모가 커지면 어떤 영화, 감독에게 투자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감독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하는 철학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단호하게 말했어요. 여기까지 글을 읽은 물결님은 어떤가요. 걱정이 앞서기보단 A24가 앞으로 또 얼마나 기막힌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지 기대되지 않나요?
본 레터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모두 'A24'입니다. ⓒA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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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 드린 A24는 영화를 좋아하는 동생이 추천해 준 브랜드예요. 저는 연극이나 공연처럼 그 순간 강렬하게 타오르고 사라지는 일에 자주 매료되는 반면, 동생은 어떤 순간이 그 모습 그대로 영원히 담긴 영화가 좋대요. 예전엔 이 차이를 절대 좁힐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번 호를 쓰며 동생이 한 말을 알 것도 같았어요. 매일 새로 태어나고 죽는 연극이 그 자체로 생명이라면, 영화는 생명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파고들어 아주 신중하게 완성한 하나의 기록이더라고요. 변하지 않는다는 영화의 성질은 되려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를 비추기도 해요.
최근 미국 작가조합과 배우·방송인조합이 파업에 들어섰어요. 조합의 요구는 임금인상, 노동환경 개선과 더불어 AI로 각본을 쓰거나 단역, 엑스트라 배우들을 AI 영상기술로 대체하지 말라는 건데요. 이 파업으로 할리우드의 모든 작업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유일하게 이 요구를 모두 수용하고 파업과 무관하게 정상적으로 제작을 진행 중인 곳이 바로 A24라고 해요. AI를 둘러싼 담론은 차치하더라도, A24가 어떤 철학을 고집하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죠. 사람과 생명으로부터 창작하고, 다시 사람과 생명을 비추려는 A24의 행보를 저는 응원해 보려고요.
Editor 초록 | 공간과 텍스트를 좋아해요. 즐겁고 편안한 상태를 꿈꿉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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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님이 보내주신 답장이에요 ✉️
63호 <빔블>편의 질문은 '물결님 지금 당장 떠날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나요?'였습니다.
아직 레터를 못 읽었다면 여기에서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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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와 상관없이 떠날 수 있다면 뉴욕으로 떠날래요! 코로나 직전에 뉴욕에서 혼자 보냈던 보름동안이 제 인생에서 가장 자유롭고 행복했던 순간이었어요. 다시 돌아가서 하루종일 met을 구경하고 도떼기시장같은 매점에서 샌드위치와 콜드브루를 먹고 싶어요 :)" from. 보니 물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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